정치

"당원투표 70까지 확대"…국민의힘, 지방선거 경선룰 손질하며 당심 강화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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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내 권력 축을 둘러싼 경쟁이 거세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 의사를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룰 개편에 착수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권리당원 권한 확대에 나선 상황에서 여야가 앞다퉈 당심 결집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은 21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지방선거 공직후보자 경선 방식과 인재 선발 기준을 대폭 조정하기로 했다.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율을 현행 50 대 50 구조에서 당원투표 70, 여론조사 30으로 조정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현재 국민의힘 지방선거 경선은 당원 선거인단 투표 50, 일반 여론조사 50 비율로 구성돼 있다. 기획단은 이를 당원투표 70, 여론조사 30으로 바꾸는 방안을 마련해 최고위원회의에 공식 건의하기로 했다. 당 지도부가 이를 수용할 경우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당원 영향력은 크게 확대된다.

 

나경원 지방선거총괄기획단 위원장은 회의에서 "당세 확장을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당원 결집을 통해 지방선거 기반을 넓히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여론조사 비중이 줄어들면서 조직력이 강한 계파나 현역 의원·단체장에게 유리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정치권에서 나온다.

 

기획단은 청년과 여성 신인에 대한 가산점 제도도 손봤다. 조지연 의원은 "그동안 득표율에 비례해 비율로 가산점을 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득표율에 일정 수치를 더해주는 정량적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가산점 효과를 보다 명확히 해 실질적인 기회를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만 34세 이하 청년 신인은 자신의 득표율에 20%포인트를 더 받는다. 만 35세 이상에서 만 44세 이하 청년 신인은 15%포인트, 만 45세 이상 여성 신인은 10%포인트의 기본 가산점이 부여된다. 동일한 득표율을 기록하더라도 청년과 여성 신인이 현역 및 기성 정치인보다 앞설 수 있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청년 정치 진입 문턱을 더 낮추기 위한 방안도 포함됐다. 기획단은 광역의회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을 중앙당 차원의 청년인재 대국민 오디션을 통해 진행하고, 이 가운데 선발된 청년을 17개 시도 광역의회 비례대표 명부의 최우선 당선권 순번에 배치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청년 인재를 비례대표 상위권에 고정 배치해 실제 의석으로 연결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공직 후보자 자격 기준도 크게 강화된다. 기획단은 부적격·실격 사유를 명시한 이른바 4대 공직 부적격·실격 기준과 지침을 새로 마련했다. 조지연 의원은 "부정부패, 삼권분립과 법치 파괴, 몰상식한 막말로 국민 혐오를 유발하는 무법천지 행위와 함께 직장 내 갑질, 유관기관의 부적절한 경조사비 수금 등 뇌물수수형 모금을 비롯한 슈퍼 갑질, 주식·부동산 불법 차명 거래, 부동산 관련 불법 대출,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불법 주식 거래, 배우자 및 자녀 입학·채용비리라는 인면수심 행위도 부적격 기준에 담아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와 정부가 그동안 야당 인사 등을 겨냥해 비판해 온 각종 부패·비리 사례를 기준에 반영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조 의원은 관련 지침에 대해 "국민의힘이 정부·여당에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을 차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도덕성 논란을 사전에 차단해 공천 과정에서의 잡음을 줄이고, 향후 여야 공방에서도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 기여도 평가도 한층 세분화된다. 기획단은 투철한 애당심을 갖고 당 발전에 기여한 인재가 실질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당 기여도와 당원 모집 실적에 최소 기준을 설정하기로 했다. 여기에 공직선거 출마 준비 정도와 조직 발전 기여도까지 종합적으로 반영해 후보자를 평가할 방침이다. 조직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당원에게 공천 과정에서 가점을 주겠다는 취지다.

 

예비 공직 후보자를 대상으로 시행 중인 공직후보자 기초자격 평가 제도도 강화된다. 현재 국민의힘의 공직후보자 기초자격 평가, 이른바 PPAT는 광역·기초의원 출마자에게 적용되고 있다. 기획단은 여기에 기초단체장 출마자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앞으로는 기초단체장 예비후보 역시 후보자·공직·정책 역량 평가와 관련된 교육을 이수하고 시험을 치러야 공천 심사를 받을 수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민의힘의 이번 경선룰 조정이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당내 세력 재편과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심 비중 확대는 조직 기반을 가진 계층에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청년·여성 신인 가산점과 비례대표 청년 당선권 배치는 세대교체 요구에 대한 응답에 가깝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한편 국민의힘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은 이날 회의에 앞서 시도지사와 연석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오는 25일에는 국민의힘 소속 기초단체장을 국회로 초청해 경선룰과 후보자 기준에 관한 현장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당 지도부는 이들 논의를 토대로 최종 경선 규칙과 공천 기준을 확정한 뒤 내년 지방선거 준비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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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나경원#지방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