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이만기, 수원 화성 장엄함 품다”…기억과 시간 위에 스민 인연→오늘의 골목에 묻다
조심스레 내딛는 첫걸음은 수원 화성의 서늘한 기운과 함께했다. ‘동네 한 바퀴’ 이만기는 장엄한 성곽 아래에서 도시가 지닌 온기와 기억의 층을 더듬어갔다. 정조대왕의 품 넓은 계획이 골목마다 스며들고, 담장 너머 살아가는 이웃들의 사연이 오늘도 그 자리에 머물렀다.
수원의 상징인 화성어차를 타고 장안문을 지나는 순간, 이만기가 마주하는 풍경에서는 조선의 시간이 세밀히 겹쳐졌다. 행리단길 붉은 벽돌집에서 청년 정호가 실패와 성취를 쌓아 만든 ‘UFO 웰링턴’에는 이웃의 응원과 자신만의 숨결이 담겼다. 간판 아래 시간을 요리하던 그의 손길은 좁은 골목을 독특한 온기로 물들였다.

또 장성환·장대림 부부의 인형극장에서는 아무 표정 없는 인형에 소소한 삶의 이야기가 입혀졌다. 검도와 연극의 결이 겹친 추억, 관객의 작은 한마디가 이어가는 힘이 되는 공간에서 삶의 상상을 다시 그렸다. 남수동 공방에 모인 할머니들은 청춘과 우정을 교복, 웨딩드레스 사진으로 되살렸다. 여유로운 시간이 흐르는 사랑방은 세월을 잇는 공동체의 의미를 환기시켰다.
통닭골목 55년 전통의 가마솥 통닭집에서는 고병희 씨의 원칙을 아들 용철 씨가, 그 아내가 끈기 있게 이어갔다. 간소한 조리법이 오랜 세월의 불길 속에서 변함없이 고유의 맛과 기억을 지켰다. 효원공원의 중국식 정원 월화원에서는 다채로운 세계가 수원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물처럼 스며들었다.
민주 씨의 옛날 토스트에서는 할머니의 헌신과 사랑이 지금도 구워진다. 사진 한 장 남지 않은 세월 어귀에서, 오래전에 받은 온기가 지금의 삶을 지지하는 힘이 됐다. 용연 연못과 방화수류정의 저녁 노을 아래 빚어진 수원의 풍경은 이만기의 고요한 시선 속에서 한층 더 깊었다.
결국 사람과 시간이 얽혀 흐르는 골목길, 그곳에서 슬기롭고 어진 수원의 마음은 작은 일상 속에서 조용히 빛났다. 이만기가 품은 오늘의 기록은 오는 8월 30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동네 한 바퀴’ 334회에서 또 한 번 펼쳐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