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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고물가는 무능세"…국민의힘, 재정 기조 전환 요구하며 대통령실 정면 비판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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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과 고물가를 둘러싸고 국민의힘과 정부가 맞붙었다. 재정 운용 기조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대통령실 고위 인사를 향한 사퇴 요구까지 이어지며 여권 내부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24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최근 환율 상승과 물가 압박의 책임을 현 정부의 재정·경제 운용 방식에 돌렸다. 당 지도부는 고환율·고물가를 아우르는 표현으로 무능세라는 표현을 쓰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장동혁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환율은 이제 1천500원대를 눈앞에 두고 있고, 매년 200억 달러의 대미 투자가 시작되면 위기는 더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고환율·고물가로 국민이 겪는 고통은 무능세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특히 재정 정책의 방향 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유동성 확대와 통화량 증가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이제라도 확장 재정 기조를 건전 재정 기조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 지출 확대 기조가 고물가 압력으로 연결되고 있다며, 긴축에 가까운 건전 재정으로의 선회를 주문한 셈이다.

 

경제 운용 방식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장 대표는 "경제는 구호가 아니라 과학이다. 이제는 호텔 경제학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약탈적 포퓰리즘이 아니라 청년의 미래를 챙기는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퍼주기식 재정 투입을 중단하고, 청년 세대에 도움이 되는 구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거시경제 상황을 두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환율 상승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가 매우 어렵다는 뜻일 것"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무분별한 재정 살포가 아니라 경제의 기초 체력 회복을 위한 구조 개혁"이라고 말했다. 고환율 흐름이 투자·성장 둔화에 대한 시장의 불신과 맞물려 있다고 본 셈이다.

 

송 원내대표는 재정 투입 확대보다 구조 개혁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노동·연금·규제 등 구조적 과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보면서, 재정 여력을 소진하는 방식의 경기 대응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통령실을 겨냥한 비판도 이어졌다. 송 원내대표는 최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언성을 높였던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을 겨냥해 "국회에서 사고치고 질책을 받았으면 반성하고 자중하는 것도 부족할 텐데 유튜브 방송에 나가서 강성 지지자들을 상대로 선동성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실 고위 공직자로서 대단히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김 실장의 대국민 사과와 거취 표명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마찰을 빚은 직후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행보를 문제 삼으며, 책임 있는 인사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거시경제 운용과 대통령실 인사의 처신을 동시에 겨냥하면서, 여권 내부에서의 긴장과 조율 필요성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재정 기조 전환과 구조 개혁 속도 조절, 대통령실과 국회의 관계 정립을 둘러싼 논의가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은 고환율·고물가 국면과 대통령실을 둘러싼 논란을 놓고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국회는 향후 예산·세법 심사 과정에서 재정 기조와 구조 개혁 과제를 두고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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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장동혁#송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