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해킹 피해보상 논란”…정치권·시민사회, 전면 위약금 면제 촉구
KT 해킹사고를 둘러싼 이용자 보호 대책을 놓고 위약금 전면 면제를 요구하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민관합동조사단의 공식 조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일제히 목소리를 높이면서, 정부가 KT의 귀책 여부와 보상 원칙을 어디까지 인정할지가 ICT 통신산업 전반의 정보보호 기준을 가를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잇따른 대형 정보유출 사태로 통신·플랫폼 기업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상황에서, 단순 정보보안 강화 수준을 넘어 위약금 면제와 같은 직접적 금전·계약상 구제 장치가 소비자 보호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성명을 내고 KT에 전 고객 대상 위약금 면제를 촉구했다. 이 의원은 민관합동조사단 조사결과 발표가 임박한 점을 거론하며 사고 원인 규명과 함께 피해 소비자인 국민의 불안을 어떻게 해소하고 실질적으로 보상할지 정하는 작업이 핵심 과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위약금 면제는 제한적 대상이 아니라 전체 고객을 대상으로 해야 하며, 사고 발생 시점으로 소급 적용해 계약 해지나 이동 통신사 변경을 원하는 가입자에게 제약이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치권의 이 같은 요구는 정부의 공식 발표를 앞둔 여론 형성 성격이 짙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KT 해킹사고 관련 조사결과를 이달 안에 내놓겠다고 밝힌 가운데, 결과 발표 직후 이용자 보호 대책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통신서비스는 사실상 필수 인프라인 만큼, 해킹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이나 2차 피해 우려가 있을 때 계약상 불이익 없이 이탈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논리다.
시민사회는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위약금 면제를 압박하고 있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정헌 의원실과 함께 KT·쿠팡 해킹 관련 이용자 인식조사를 진행한 뒤, 응답자의 83.3퍼센트가 전 고객 대상 위약금 면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단순 사과나 소액의 쿠폰·포인트 제공이 아니라, 계약 구조 자체를 소비자 친화적으로 재조정하는 방식의 보상을 요구하는 의견이 다수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도 별도의 입장을 통해 KT에 전 고객 위약금 전면 면제와 함께 실질적인 보상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번 침해사고를 KT 측의 관리 소홀 등 귀책사유가 있는 사건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가 통신사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할 경우, 향후 정보보호 규제와 이용자 보호 가이드라인에서 위약금 면제 여부가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KT 해킹사고를 둘러싼 논쟁은 통신·플랫폼 기업의 보안 투자와 리스크 관리 방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마다 과징금과 시정명령 수준의 행정제재에 그쳤던 과거와 달리, 위약금 면제 같은 직접 비용이 반복 발생할 경우 기업은 보안 투자와 내부 통제 강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동시에 해킹 공격이 고도화되는 ICT 환경에서, 어느 수준까지를 기업 귀책으로 볼 것인지 정부의 기준 설정도 중요해졌다.
국내에서는 통신사와 대형 온라인 플랫폼을 겨냥한 해킹이 이어지며 사이버 공격이 사실상 상시 리스크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주요 통신사업자와 클라우드 사업자에게 강화된 보안 의무와 피해 통지 기준을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정보유출 시 일정 수준의 배상을 의무화하는 규범 형성 논의도 진행 중이다. KT 사태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통신 인프라 기업의 보안 의무와 사고 발생 시 이용자 구제 원칙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요구가 확산될 수 있다.
정보통신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조사결과와 후속 조치를 통신·플랫폼 전반의 사이버보안 거버넌스를 손보는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KT의 귀책 여부와 위약금 면제 범위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향후 유사 사고에서 적용될 공통 기준이 사실상 마련되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이번 해킹사고를 계기로 통신사의 책임 범위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와, 기술·제도·보상 체계가 함께 작동하는 정보보호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