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탈출한 A씨, 대사관 앞 ‘문전박대’”…해외 피감금 피해자 보호 사각지대 여전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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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시아누크빌 범죄단지에서 탈출한 한국인 A씨가 프놈펜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 앞에서 근무시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한 사실이 알려지며, 해외 피감금 피해자 보호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다.  

 

A씨는 지난 4월, 주식 고수익을 미끼로 캄보디아로 유인된 뒤 범죄조직에 감금돼 폭행과 불법행위 강요, 3,000만 원 협박 등 피해를 입었다. 그는 몰래 숨겨둔 휴대전화로 대사관에 구조를 요청했지만, 대사관 측은 “정확한 위치와 사진 등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캄보디아 범죄단지 탈출 한국인, 대사관 앞에서 ‘문전박대’ 당했다 / 연합뉴스
캄보디아 범죄단지 탈출 한국인, 대사관 앞에서 ‘문전박대’ 당했다 / 연합뉴스

탈출을 결심한 A씨는 12시간 넘게 범죄단지를 빠져나와 오전 6시 프놈펜 대사관에 도착했으나, “근무 시작이 오전 8시”라는 안내를 받고 2시간가량 대사관 외부에서 대기해야 했다. 연합뉴스가 확보한 영상에는 “안에만 있을 수 없냐”는 A씨 요청에, 대사관 관계자가 “8시에 문을 연다”고 반복 안내하는 장면이 담겼다.  

 

A씨는 “총에 맞아 죽을 수도 있었지만 죽겠다는 심정으로 탈출했다”며 “대사관 앞에서 들어갈 수 없어 두려웠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감금 당시 대사관으로부터 “사진이나 위치를 보내달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폭행과 감시로 외부에 어떤 정보도 보낼 수 없었다”고 전했다.  

 

A씨 가족이 국내 경찰에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으나, 경찰은 “납치가 아닌 것 같다”며 사실확인 없이 지원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 신고는 접수조차 되지 않아 구조 과정이 지연됐고, 결과적으로 A씨는 스스로 위험을 무릅쓰고 탈출할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기관 간 신속한 협조체계 부재”와 “해외 대사관 구호 매뉴얼 미흡”을 주요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실제 유사 범죄단지 감금·폭행 사례가 증가하는 가운데, 효과적인 피해자 보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 측은 “사건 경위 및 대응 과정을 점검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해외 거주 국민 보호에 관한 제도 정비와 공무원의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A씨의 사례는 구조적 허점과 매뉴얼 미비, 사후 지원 부족 등 제도 개선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피해자 보호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책과 신속한 대응 체계 구축이 과제로 남는다.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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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캄보디아범죄단지#주캄보디아한국대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