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숙자 반려견, ‘보호’ 명목에 빼앗겨”…미 수의사, 주인 확인 뒤에도 반환 거부해 유죄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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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간주에서 노숙자의 반려견을 “방치된 개”라고 판단해 데려간 수의사가, 주인이 확인된 뒤에도 반환을 거부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동물 보호와 소유권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법원은 이 수의사에게 징역 10일과 배상 명령을 선고했다.

 

데일리메일 보도와 현지 수사내용에 따르면 수의사 아만다 허젠리더는 지난해 11월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열린 한 학회에 참석하던 중, U-HAUL 트럭에 묶여 있던 16세 반려견을 발견했다. 허젠리더는 반려견이 유기됐다고 판단하고 데려가기로 했고, 당시 인근 커피숍 직원들이 “주인이 곧 돌아온다”고 설명했지만 약 30분만 대기한 뒤 두 시간가량 떨어진 자신의 동물병원으로 이동했다.

핏불 출처=픽사베이 ※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입니다.
핏불 출처=픽사베이 ※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입니다.

허젠리더는 이동 전 그랜드래피즈 경찰국(GRPD)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며 조언을 구했다. 통화에 응한 경찰 인턴은 공식적인 법적 조언을 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도, “방치된 개라고 설명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젠리더는 이후 지역 동물보호소와도 통화하며 데려갈 근거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허젠리더는 병원으로 옮겨온 반려견에게 발견 장소 이름을 따 ‘빅비’라는 새 이름을 붙이고, 약 3,000달러(한화 약 수백만 원)에 달하는 치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견주인 노숙자 크리스 해밀턴은 해당 개의 이름이 ‘비니’이며, 평소에도 꾸준히 돌봐왔고 당시에는 잠시 주유소에 다녀오는 사이였다고 설명했다.

 

해밀턴은 자신이 돌아왔을 때 반려견이 사라진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허젠리더 측에 비니 반환을 요구했으나, 허젠리더는 자신이 보호와 치료를 하고 있다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 관할기관인 켄트 카운티 동물관리국은 과거에도 비니에 대한 신고를 여러 차례 접수했지만, 조사 결과 “개 상태는 양호하다”는 판단을 반복해왔고, 견주가 관리에 중대한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동물관리국은 이전 조사들에서 학대나 심각한 방임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조사 끝에 허젠리더 측에 공식적으로 “해당 개는 주인에게 돌아가는 것이 적절하며, 현재 허젠리더는 절도 혐의와 관련해 ‘도난 재산’을 보유 중”이라고 통보했다. 그럼에도 허젠리더가 반환에 응하지 않으면서 사건은 형사절차로 이어졌다.

 

법원은 허젠리더에게 절도 경범죄(미스디미너) 유죄를 선고하면서, 사회봉사로 형을 대체해달라는 허젠리더 측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징역 10일과 함께 1,000달러 배상 명령을 내리며, 반려동물 보호 명분이 있더라도 정당한 소유권을 무시한 행위는 처벌 대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장기간의 분쟁 끝에 비니는 고령과 건강 악화로 올해 7월 안락사 조치가 이뤄졌다. 책임 공방은 일정 부분 사법판단으로 정리됐지만, 노숙인의 반려동물 보호 기준과 제3자의 개입 한계를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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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아만다허젠리더#노숙자크리스해밀턴#미시간켄트카운티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