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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하늘, 그림 같은 정원”…김포 감성 여행지서 자연의 여유를 만나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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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는 꼭 맑고 화창해야 할까. 김포에는 흐린 하늘 아래서도 충분히 감각적인 그림이 되는 풍경이 있다. 요즘 김포에서는 궂은 날씨도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고즈넉하게 쉬어가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선선한 바람과 21도를 웃도는 온기, 그리고 습도가 사람의 마음까지 보드랍게 적시는 어느 가을날, 김포의 인기 여행지에는 색다른 여유가 번진다.

 

김포 수산공원에는 오늘도 가족, 연인,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든다. 베이커리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다가, 수족관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풍경이 자연스럽다. 이곳의 ‘천국의 계단’과 ‘핑크 계단’ 포토존에서는 흐린 햇빛조차 부드러운 배경이 된다. 엄마 아빠는 아이와 몬스터리움 동물 체험관에서 코끼리 거북이나 알파카를 만나며 어릴 적 동심을 곱씹고, 연인들은 창 밖으로 보이는 녹음과 잔잔한 하늘을 담아 화폭처럼 기록한다.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풍경이 더 예쁘다”는 후기는 온라인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김포 장릉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김포 장릉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김포시는 최근 거리두기가 완화된 뒤 주말 유동 인구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발표했다. 1만 평 넓이의 잔디 정원이 펼쳐진 카페드첼시에서는 사계절 내내 제철 꽃과 나무들이 만든 풍경을 즐기러 찾아드는 이들이 많다. 벤치 한 켠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가족도, 원두 감별사가 내린 커피 향에 빠진 이들도 저마다의 여유를 즐긴다. 무엇보다 실내와 야외가 자연스럽게 이어져, 흐린 하늘과 푸른 나무가 어우러진 정원이 마음 한켠을 채워 준다. 한 방문객은 “멍하니 정원을 바라보는 그 시간이 내 일상의 숨구멍이 된다”고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일상 속 자연 회복력 찾기’라고 해석한다. 여가문화연구소 신현정 소장은 “특별한 경험이 아니더라도 자연과 가까워지는 일상, 그 안에서 얻는 평안이 요즘 사람들의 휴식 코드”라고 진단한다. 직접 발로 찾는 지역 명소, 소박한 산책길, 옥외 공원이 주는 회복감이 혼자만의 만족이나 가족의 추억으로 조용히 이어진다는 의미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김포장릉에서 아무 말 없이 산책하는 게 최고”, “대형 카페보다 정원에 더 머물고 싶어졌다”는 글처럼, 사람들은 점점 ‘북적임 대신 한가로움’을 더 찾는 분위기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장릉은 산책로가 붐비지 않아, 사색하며 걷기에 제격이라는 평가가 많다. 자녀와 나란히 걷는 부모, 홀로 천천히 지난 시대를 떠올리는 노년의 모습에서, 저마다의 목소리로 자연을 바라보는 따듯함이 느껴진다.

 

계절이 소강에 접어드는 지금, 김포 여행지는 성대한 이벤트 없이도, 그저 공간과 자연으로 주는 휴식의 가치를 새삼 느끼게 한다. 기온이나 날씨보다는 ‘어떤 풍경을 보고, 누구와 어떤 시간을 보내느냐’가 더 중요한 법. 여행이 거창한 이벤트만이 아닌, 일상에서 한 조각씩 더해 가는 평화에 가깝다는 걸, 흐린 김포의 오후가 일깨워 준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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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수산공원#카페드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