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AI 인프라에 5천억달러 베팅”…오라클, CDS 스프레드 3배 급등에 신용 위험 경계 확산

신채원 기자
입력

현지시각 기준 21일, 미국(USA) 채권시장에서는 클라우드·인공지능(AI) 사업 확대에 나선 오라클(Oracle)을 둘러싼 신용 리스크 우려가 뚜렷하게 부각되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와 대규모 자본 조달이 겹치면서 오라클 회사채 신용부도스와프(CDS) 가격이 가파르게 뛰어오른 가운데, 국제 금융시장은 오라클을 ‘AI 관련 신용 위험의 바로미터’로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번 동향은 AI 거품 논쟁이 본격화한 상황에서 글로벌 신용시장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던지고 있다.

 

ICE 데이터 서비스에 따르면 5년 만기 오라클 CDS 스프레드는 최근 연 1.11%포인트 수준까지 상승했다. 불과 몇 달 전과 비교해 약 3배 확대된 수준으로, 오라클 채권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을 헤지하려는 수요가 단기간에 급증했음을 보여준다. 연 1.11%포인트라는 수치는 채권 원금 1천만달러당 연간 약 11만1천달러의 보험료를 지불해야 함을 의미한다. 기초자산의 부도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될수록 프리미엄이 커지는 CDS 특성상, 시장 참여자들이 오라클의 향후 신용 리스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오라클 CDS 스프레드 3배 급등…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신용 위험 경계
오라클 CDS 스프레드 3배 급등…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신용 위험 경계

CDS는 특정 회사채 발행 기업이 부도나 구조조정 등으로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그 손실을 보전받기 위해 투자자가 매입하는 일종의 신용보험이다. 이번에 오라클 CDS 스프레드가 단기간에 세 배 가까이 뛰어오르면서, 글로벌 신용 파생상품 시장에서 오라클이 AI 관련 리스크를 가늠하는 대표 사례로 부상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어느 지점에서 재무구조 부담과 수익성 개선 가능성의 균형이 무너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투자자들이 오라클의 대규모 AI 관련 자본 지출, 복잡한 거래 구조,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MS)와 구글(Google) 모회사 알파벳(Alphabet)보다 낮은 신용등급 등을 배경으로 오라클 CDS에 자금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AI·클라우드 경쟁 구도에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재무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헤지 수요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바클레이즈(Barclays) 집계에서도 이러한 추세가 뚜렷하게 확인된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오라클 CDS 거래 규모는 지난달 14일까지 7주 동안 약 50억달러(약 7조4천억원)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기준으로 지난해 약 2억달러 수준이었던 오라클 CDS 거래량과 비교할 때 1년 새 25배 가까이 불어난 규모다. 거래량 급증은 오라클 신용위험에 대한 적극적인 헤지와 투기적 포지셔닝이 동시에 확대되고 있음을 뜻한다. 국제 채권시장에서는 AI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신용 파생상품이 리스크 관리의 핵심 수단으로 다시 부각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오라클은 미국(USA) 주요 신용평가사 3곳으로부터 여전히 투자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 전반에서는 단기간에 이 회사가 채무불이행 상태로 전락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인식도 공존한다. 다만 AI 관련 기대가 꺾이거나 사업성에 대한 신뢰가 약화될 경우, CDS 스프레드가 추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계론이 커지고 있다. 특히 고금리 환경이 길어지거나 IT 지출 사이클이 둔화되면,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채권 발행 부담이 재무구조를 압박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식시장에서도 경고 신호가 동시에 포착되고 있다. 오라클 주가는 AI 거품 논쟁의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지난 9월 10일 기록한 고점 대비 약 36% 하락한 상태다. AI·클라우드 성장 기대가 여전히 크지만, 수익성과 현금흐름이 투자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 조정으로 이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오라클은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AI 거품론이 제기될 때마다 ‘구조적 부담이 큰 대표 사례’로 자주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의 핵심에는 오라클이 참여한 초대형 AI 인프라 프로젝트가 자리 잡고 있다. 오라클은 오픈AI(OpenAI), 일본(Japan) 소프트뱅크(SoftBank)와 함께 향후 5년 동안 약 5천억달러를 투입해 미국 내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AI 연산 수요 급증에 대비해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신속히 확충하려는 구상으로, 글로벌 빅테크 간 AI 전력 경쟁이 한층 가속화되는 계기가 됐다.

 

프로젝트의 초기 단계에서도 상당한 자금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약 20개 은행은 오라클이 임차할 뉴멕시코주 데이터센터 건설에 180억달러(약 26조원)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오라클은 이와 별도로 지난 9월 18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추가 자금을 조달했다. 당시 기준으로 이 회사채 발행은 연중 최대 규모 딜로 평가되면서, 시장에서는 오라클의 공격적 자본 조달 전략에 시선이 쏠렸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아마존웹서비스(AWS), MS, 구글 등 이른바 ‘빅3’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에 뒤처져 있던 오라클이 본격적으로 클라우드 계약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인프라 투자 비용 부담이 커진 가운데, 대규모 채권 발행에 나섰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경쟁사들에 비해 늦게 출발한 만큼 단기간에 설비를 끌어올려야 하는 압박이 크고, 이에 따른 부채 증가와 이자 부담 확대 가능성이 신용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 같은 조치는 주변국 금융시장과 글로벌 투자자 심리에까지 파장을 미치고 있다. AI와 데이터센터 투자가 각국에서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동시에, 과도한 레버리지와 투자 과열이 신용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경계심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주요 투자은행과 자산운용사들은 리포트에서 오라클 CDS를 AI 투자 사이클의 건전성을 가늠하는 대표 지표로 언급하면서, 향후 스프레드 추이를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제 여론과 해외 매체 역시 이번 상황을 AI 투자 열풍의 이면을 드러내는 사례로 해석하고 있다. 블룸버그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 전문 매체들은 오라클 CDS 급등을 “AI 인프라 경쟁이 신용시장에 전이된 신호”라고 평가하면서, 클라우드·데이터센터 투자가 향후 5~10년간 글로벌 채권시장 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일부 매체는 오라클 사례가 다른 2·3선 클라우드 사업자나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의 신용 프리미엄 재평가를 촉발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일 기업 차원을 넘어, AI 인프라 확장과 글로벌 자본 조달 간 긴장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본다. 대규모 설비투자를 통해 미래 수익 기반을 다지는 전략이지만, 고금리와 경기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환경에서는 신용비용 상승과 투자 회수 지연이 맞물릴 경우 신용등급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AI 수요 전망이 다소만 흔들려도 CDS와 회사채 금리가 민감하게 반응할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제사회와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앞으로 오라클의 AI·클라우드 사업이 실제 수익과 현금흐름 개선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등 초대형 인프라 투자 계획이 계획대로 진행될지 주시하고 있다. 오라클 CDS 스프레드가 향후 AI 거품 논쟁과 금리·유동성 환경의 변화를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지, 나아가 AI 투자 열풍에 올라탄 다른 글로벌 기술 기업의 신용 평가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국제사회는 이번 흐름이 AI 시대 글로벌 자본시장의 새 리스크 지표로 자리 잡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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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ai인프라#cds스프레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