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가 아이를 지켰다”…호주 사건이 던진 보안기술 경고등
영상 감시 기술이 일상의 안전망 역할을 하면서도, 범죄 억지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건이 호주에서 발생했다. 특히 도심 상가와 주차장에 촘촘히 깔린 폐쇄회로TV가 아기 유기 장면을 그대로 기록하며 사후 추적에는 기여했지만, 사전 예방의 공백은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도시 보안 기술과 아동안전 시스템을 어떻게 결합할지, 향후 스마트시티와 공공 안전 플랫폼 논의를 자극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20일 영국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14일 오후 2시께 호주 빅토리아주 셰퍼튼 마우드 스트리트의 한 슈퍼마켓 주차장에서 벌어졌다. 한 남성이 주차된 빨간색 폭스바겐 차량에 올라타 그대로 훔쳐 달아나려 했고, 후진 도중 뒷좌석에서 15개월 아기가 잠든 것을 발견했다. 이후 인근에 설치된 CCTV 영상에는 남성이 아이를 차량에서 꺼내 주차장 반대편으로 달려가 골판지 박스 안에 내려놓은 뒤, 다시 차량으로 돌아가 차를 몰고 떠나는 장면이 그대로 담겼다.
아기의 보호자가 장을 보고 돌아와 버려진 아이를 발견하면서 경찰에 신고가 접수됐고, 도난 차량은 다음날 약 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CCTV에 기반해 용의자의 신원 특정에 나섰으며, 키 약 165센티미터, 20대에서 30대로 추정되는 마른 체격의 남성이라고 공개 수배했다. 이번 사건에서 핵심 단서는 차량 주변과 주차장 전체를 커버하는 영상 데이터였고, 실제 범행 동선과 행위를 입증하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도시형 상가 주차장에 설치된 다중 CCTV 네트워크는 특정 차량과 사람의 이동 경로를 연속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최근에는 영상 분석 알고리즘을 적용해 번호판 인식, 차량 색상·차종 분류, 사람의 체형과 의상 특징 추출까지 자동화하는 솔루션이 확산되는 추세다. 이러한 기술을 고도화하면 이번 사건처럼 절도와 아동 유기가 결합된 특수 상황에서도 수사 대응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다만 호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기술보다 사람의 경계심이 먼저라는 지적도 거세다. 네티즌 상당수는 “아이를 태운 채 차문을 잠그지 않고 내린 부모의 책임이 작지 않다”, “높은 기온에서 아이가 차 안에 남았을 경우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여러 국가에서 차량 내부 온도가 급상승해 영유아가 사망하는 사고가 반복되면서, 열감지 센서와 실내 모니터링 카메라를 탑재한 차량용 안전장치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차량 IT 업계에서는 탑승자 감지 센서와 연동된 경보 시스템, 스마트폰 앱을 통한 알림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레이더나 적외선 센서를 활용해 시트 위·아래의 움직임과 호흡을 감지한 뒤, 운전자가 차량을 떠나면 경고음을 울리거나 원격 알림을 보내는 방식이다. 여기에 차량 자체 통신 모듈과 연결된 비상 통보 기능이 결합되면, 아동이 차량 내에 홀로 남는 위험을 조기에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도시 보안 관제 분야에서는 CCTV에 인공지능 영상 분석을 얹어 아동 유기, 차량 절도, 폭력 등 특정 패턴을 실시간 감지하는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다. 사람의 행동 궤적과 비정상 정지 시간, 아이를 안거나 내려놓는 제스처를 패턴으로 학습해, 주차장이나 상가 주변에서 이상 상황을 자동으로 관제 요원에게 알리는 개념이다. 다만 공공장소 감시 강화가 개인정보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가이드라인과 투명한 운영 규칙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보안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호주 사건을 계기로, 차량 내부 아동안전 장치와 도시형 CCTV 인프라, 그리고 경찰 통합관제 시스템을 엮는 연계 플랫폼 논의가 다시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한 전문가는 “영상과 센서, 통신을 결합한 스마트 안전망이 확대되면 비슷한 사건 발생 시 대응 속도를 줄일 수 있는 여지가 크다”면서도 “기술을 아무리 고도화해도, 보호자의 기본적인 안전 수칙 준수가 전제되지 않으면 사고 위험은 남는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결국 보안 기술과 시민 인식 개선이 함께 갈 때, 디지털 안전망이 실제 일상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