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회 경유 의무화”…불법 의료기관 개설 근절 법안 추진
불법 의료기관 개설이 의료서비스의 신뢰와 공공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서울시 주요 의약 4단체와 국회가 ‘사무장병원’, ‘면대약국’ 등 무자격자의 의료기관 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법적 장치 도입에 나선다. 의료기관 및 약국 개설 심사에 전문단체의 검증이 의무화될 경우, 국내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투명성과 윤리 기준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업계는 이번 입법 논의가 의료기관 개설 정책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특별시의사회, 서울시치과의사회, 서울시한의사회, 서울시약사회 등 4개 단체는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의료법·약사법 개정안’을 13일 국회에 공식 제출할 계획이다. 법안 주요 내용은 의료기관 및 약국 개설 시, 별도의 행정 절차와 함께 관련 전문 단체(지역 의사회·치과의사회·한의사회·약사회) 경유가 필수화된다는 점이다. 현행은 의사·약사 본인이 행정기관에 서류만 제출하면 개설이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해당 단체가 개설 자격과 적합성을 검증하고 그 결과를 매뉴얼화해 행정기관에 전달해야 한다.

기존 제도 아래 선의의 개설자와 무자격자 구분이 서류 심사에서만 이뤄지다 보니, 비의료인이 명의를 빌려 개설한 ‘사무장병원’, ‘면대약국’ 등 편법 운영 사례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이 같은 구조적 허점은 무자격자의 과잉진료 유도, 보험금 부당청구, 건강보험 재정 누수 등 사회적 폐해로 이어지는 실정이다. 이번 개정안은 의료기관 및 약국 개설 단계에서 지역의사회 등 전문단체의 입회·검증이 없으면 행정기관도 절차 진행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해, 불법 의료기관 접근을 제도적으로 차단한다는 취지다.
또한 개정안은 ‘의료기관 개설 전 사전교육 이수 의무’를 신설해, 의료법규·의료윤리·경영윤리 등까지 포함한 소양교육을 중앙회(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등) 주도로 반드시 완료해야만 개설 신청이 가능하도록 한다. 이 교육 이수 없이는 실질적인 개설 추진 자체가 불가피하게 제약된다.
이런 방식은 유사 제도를 이미 도입한 독일, 일본 등에서 의료기관의 투명성과 윤리적 책임 강화에 효과를 보인 바 있다. 반면, 미국이나 중국 등은 주별로 허가기준이 다르고, 일부 지역에선 여전히 서류 심사에만 의존하는 한계도 지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개정안이 통과한다면 우리나라 의료기관 개설 관리체계가 선진화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한편, 의료계와 국민 모두 불법 의료기관 확대에 따른 건강보험 누수, 의료 서비스 왜곡, 산업 신뢰 하락을 우려해왔다. 관련 규제 도입에 대해 의료계 내부에선 자율정화 및 업권 보호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과도한 행정 절차로 인한 시장 진입 장벽 우려와 실제 사무장병원 검거 효과의 실효성 논란도 여전히 존재한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은 “개설 단계부터 의사회가 관여해 자격을 검증한다면 비윤리적 의료기관의 시장 진입 자체가 한층 어렵게 변할 것”이라며 “국민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하는 의료 생태계 개선에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해당 법안이 실효적 제도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