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 우상향하는데 국내 1돈 약세…원화 강세에 시세 괴리 확대
국제 금값이 미 연방준비제도의 12월 금리 인하 기대 속에 다시 고점대를 두드리는 가운데, 국내 1돈 금값은 하락세를 보이며 방향이 엇갈리고 있다. 환율과 국내 수급 요인이 겹치며 원화 기준 금 시세가 국제 시세 흐름과 다른 모습을 보이자,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흐름이 원화 강세와 연준 완화 기대, 실물 수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해석하면서, 연말 이후 금리·환율 경로에 따라 국내 금값의 추가 조정이나 재반등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고 보고 있다.
26일 오전 9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금 1돈 시세는 735,300원으로 전일 739,875원보다 4,575원, 0.6% 하락했다. 같은 시각 국제 금시세 국내 기준가는 728,990원으로 1,987원, 0.3% 올랐다. 달러 기준 금값은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원화 강세와 국내 시장 내 매도 우위가 겹치면서 국내·국제 시세 간 방향성이 갈린 셈이다.
![[분석] 국제금값은 오르는데 국내 약세…환율·연준 완화기대 교차(금값시세)](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126/1764120468776_238448334.jpg)
최근 흐름을 보면 1돈 금값은 11월 18일 715,500원에서 19일 728,813원, 20일 726,750원, 21일 721,875원, 24일 725,438원, 25일 739,875원, 26일 735,300원으로 일별 등락을 반복했다. 1주일 평균 대비로는 여전히 7,650원, 1.1% 높은 수준이다. 반대로 30일 평균과 비교하면 374원, 0.1% 낮아 단기적으로는 고점 조정, 중기적으로는 박스권 조정 국면이 겹친 흐름으로 풀이된다. 전일까지 기준 최근 1년 최고가 851,250원과 비교하면 115,950원, 13.6% 낮지만, 최저가 421,875원과 비교하면 313,425원, 74.3% 위에 있어 장기 상승 추세 자체는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국내 금값 약세의 가장 큰 변수로는 환율이 꼽힌다. 26일 오전 9시 달러·원 환율은 1,459원으로 전일 대비 7.4원 하락했다. 일반적으로 달러 약세와 원화 강세는 원화로 환산한 금값에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삼성금거래소에 따르면 달러·원이 1,460원대 중반에서 하락세로 출발한 가운데,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외환시장 관련 기자간담회 예고가 시장에서 사실상 구두 개입으로 인식되며 환율 상단에 대한 인식이 낮아진 상황이다.
여기에 글로벌 달러 인덱스가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평화협정 기대 속에 약세로 돌아서는 흐름이 맞물렸다. 당국의 경계성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달러·원은 전날 야간 역외 시장에서 이미 1,463원대까지 미끄러졌다. 이러한 원화 강세 흐름이 그 사이 국제 금값 상승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하면서, 국내 1돈 시세의 역행 하락을 유발한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국제 시장에서는 온도차가 뚜렷하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금 가격은 온스당 약 4,140달러 수준에서 11월 중순 이후 최고 레벨을 회복한 뒤 예상보다 약한 미국 경제지표가 잇따라 발표되며 해당 구간 안착을 시도하고 있다. 9월 미국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2% 증가에 그쳐 0.4% 증가를 예상했던 시장 기대에 미달했고, 8월 0.6%에서 크게 둔화됐다. ADP 기준 최근 4주간 민간 고용이 주당 평균 1만3,500개 감소하는 등 노동시장 균열 조짐도 뚜렷해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 연준의 12월 25bp 금리 인하 가능성은 8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생산자물가지수 PPI 역시 시장 예상과 대체로 부합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과도하게 재확대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자, 실질금리가 완만히 하락하며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했다. 실질금리 하락은 금의 보유 비용을 상대적으로 낮추는 만큼, 달러 기준 금값의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뉴욕증시에서도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이 동시에 강세를 보이는 이례적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간밤 미국 증시에서는 다우지수와 S&P500, 나스닥 등 주요 3대 지수가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미국 경제의 연착륙 기대와 함께 위험자산 선호가 살아났지만, 엔비디아와 AMD 등 일부 AI 반도체 종목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구글의 제미나이 3.0 출시, 메타의 구글 TPU 도입 검토 등 AI 산업 지형 변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며 메타와 알파벳, 브로드컴 등은 강세를 보인 반면, 기존 AI GPU 강자인 엔비디아에는 오히려 차익 실현성 매도와 밸류에이션 부담이 집중된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생산자물가지수, 소매판매, 고용지표 등이 연착륙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냉각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신호를 보내자, 주식과 금 등 위험·안전자산에 동시적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구도라고 분석한다. 이는 연준의 조기 완화 전환에 대한 베팅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연준의 매파적 기조가 한동안 유지됐지만, 최근 지표들은 금리 인하의 명분을 차곡차곡 쌓아주고 있다며 완화 전환 기대가 금과 주식 양쪽 모두에 위험 대비 수익 기대를 키우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실물 금 수급도 금값 하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USA GOLD에 따르면 11월 21일 기준 온스당 금 현물 가격은 4,073.25달러 부근에서 숨 고르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미 국채 실질금리는 1.85%까지 하락했고 달러 인덱스 DXY는 104.5선으로 밀렸다. 통상 실질금리와 달러가 동시에 약세를 보이면 관세와 지정학, 경기 둔화 등 불확실성에 대응하려는 수요가 물리적 금 매수로 이동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최근 발표된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3만5,000건으로 시장 예상치 22만5,000건을 상회하며 노동시장 냉각을 재확인했다. 이로 인한 실질금리·달러 약세가 금의 캐리 비용을 낮추며 매수세를 자극했다는 평가다. 월드골드카운슬 gold.org가 공개한 로컬 골드 프리미엄·디스카운트 데이터에 따르면 인도 현지 금값은 국제 금값 대비 4∼6% 프리미엄을 꾸준히 유지하는 반면, 중국은 기존 2%대 할인 폭이 점차 축소되는 등 신흥국 중심의 실물 수요도 견조하다. 국내에서도 국제 금값이 조정받는 구간마다 실물 매수세가 재유입될 수 있는 기반이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추가 상승 여지가 남아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삼성금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달러 기준 금 가격은 일봉 차트상 이등변삼각형 수렴 패턴의 상단에 근접해 있으며, 수렴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상방 돌파 가능성이 점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올해 이어진 금 랠리 이후 조정 국면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는 해석이다. 주요 이동평균선 위에서 가격이 유지되고 있는 점도 장기 상승 추세가 꺾이지 않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기술적 상단 돌파에 성공할 경우 단기 차익 실현 매물이 대거 출회할 수 있고, 연준의 향후 발언 수위에 따라 실질금리와 달러가 재차 급등할 경우 금값이 빠르게 되밀릴 소지도 있다. 한 금속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최근 금 가격이 기술적·기본적 요인에 모두 지지받고 있지만, 연준의 커뮤니케이션 변화와 지정학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면인 만큼 변동성 확대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시세만 놓고 보면 1돈 기준 735,300원이라는 절대 수준은 1년 최저점 대비로는 여전히 크게 오른 가격대지만, 1년 최고가와 비교하면 약 13% 조정이 이뤄진 자리다. 국제 금시세 국내 기준가 728,990원과의 스프레드는 약 6,000원 수준에 그쳐, 일별 환율 변동과 세공·수수료, 거래비용 등을 감안하면 과도한 괴리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관건은 환율과 연말 수급이다. 전문가들은 달러·원이 1,450원 아래로 추가 하락하거나 연말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설 경우, 국내 금값이 단기적으로 한 차례 더 저점 탐색을 시도할 수 있다고 본다. 반대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에서 실제 25bp 인하가 단행되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글로벌 관세 이슈에 대한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될 경우 국제 금값이 온스당 4,200달러선 재돌파를 시도하며 국내 금값도 1년 고점대를 향해 가파르게 반등할 여지도 거론된다.
결국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달러 기준 금값과 원화 기준 금값, 국제 시세와 국내 실물 프리미엄 등 네 축을 동시에 점검하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금 투자자는 미국 물가·고용·소매판매 등 핵심 지표와 연준의 향후 금리 경로, 미 국채 실질금리와 달러 인덱스 흐름, 달러·원 환율과 국내 당국의 구두·실물 개입 가능성, 인도·중국 등 주요 소비국의 프리미엄·디스카운트 변화, 우크라이나·중동 등 지정학 리스크와 통상 마찰 심화 여부를 지속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한국거래소 금 현물 가격과 국제 금시세 국내 기준가의 괴리, 거래대금과 실물 인출 수요, 스프레드 확대 여부를 꼼꼼히 확인해 단기 급등 구간의 추격 매수보다는 조정 시 분할 매수, 포트폴리오 내 비중 관리 등 보수적 운용 전략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금값 변동성이 커진 국면에서 레버리지 거래나 단기 시세차익 위주의 과도한 베팅은 위험하다며, 장기적인 자산배분 관점에서 안전자산 역할과 헤지 기능을 균형 있게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당국과 시장 참여자들은 향후 정책 방향이 물가·고용·환율 등 주요 지표 흐름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공유하며, 연말과 내년 초 연준 회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