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소유권 디지털화”…세계금협회, 런던 금시장 토큰화 구상에 파장
현지시각 8일, 영국 런던에서 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 WGC)가 현물 금시장 기반의 디지털 토큰 도입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글로벌 귀금속 거래 구조에 의미 있는 변화를 예고한 이번 구상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금의 접근성 확대와 담보 활용도 증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WGC는 물리적 금괴 일부에 대한 합법적 소유권을 투자자가 보유할 수 있도록 ‘풀드 골드 이자(Pooled Gold Interest, PGI)’ 디지털 토큰을 런던 금시장에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PGI 토큰은 실물 금에 대한 법적 권리를 보장하며, 투자뿐 아니라 담보 자산으로도 활용 가능하다는 특징이 강조됐다. 마이크 오스윈 WGC 글로벌 시장구조·혁신 총괄은 “투자자들은 토큰을 통해 실재하는 금의 권리를 얻고, 금을 새로운 방식으로 금융시장에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의 배경에는 오랜 기간 금의 비효율적인 담보 활용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기존 현물 금은 배분형과 비배분형으로 나뉘며, 특히 비배분형의 경우 청구권만 남기고 보관기관이 파산하면 권리가 소멸되는 등 리스크가 적지 않았다. 물리적 금의 이동·관리 부담 때문에 금 기반 담보는 금융거래에서 활발히 활용되지 못했다. 이에 WGC는 PGI 토큰을 통해 금이 채권이나 현금처럼 간편하게 담보로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1차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조치는 당장 런던 금시장의 유동성 확대, 글로벌 파생상품과 자산운용 분야의 상품 다양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금이 채권·현금과 동등한 국제 금융의 담보 자산이 될 경우, 귀금속의 전략적 위상이 격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AJ벨의 투자이사 러스 몰드는 “전통적 금 투자자에게 금의 실물성 그 자체가 매력이기 때문에, 디지털 토큰화가 흥미를 끌지 못할 수 있다”며 시장 내 견해 차도 지적했다.
영국 런던 로코 금시장은 약 9천2백억 달러 규모(보관량 8,776톤)에 달하며, 하루 평균 2천만 온스가 거래되는 세계 최대 현물 금 거래소다. WGC는 디지털 토큰 모델을 미국 등 다른 주요 시장으로도 확대 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도 이번 구상이 “국제 금거래의 새로운 표준이 될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토큰이 전통 자산 투자자와 각국 규제 당국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가 향후 제도적 정착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 WGC의 시도가 글로벌 금융시장 판도 변화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