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허리통증 다르다"…강직성척추염, 조기치료가 평생 좌우
아침에 특히 심해지는 허리 통증과 뻣뻣함이 움직일수록 서서히 풀린다면 단순한 근육통이 아니라 염증성 관절염의 일종인 강직성 척추염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국내 발생률은 전체 인구의 약 0.5퍼센트 미만으로 비교적 드물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척추가 굳는 구조적 변화로 이어져 평생 움직임에 제약을 남길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체계적인 치료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에서는 해당 질환을 젊은 연령대 만성 요통의 숨은 원인으로 보고, 영상·면역학 기반 정밀 진단과 생물학적 제제 중심 치료 전략이 향후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직성 척추염은 자가면역 이상으로 발생하는 대표적 염증성 척추 관절염이다. 염증은 대개 골반 양측의 천장관절에서 시작해 허리, 등, 목 순으로 척추를 따라 퍼지는 만성 경과를 보인다. 발병 시기는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젊은층에 집중되고, 남성이 여성보다 약 2∼3배 더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지만, 특정 유전형과 관련된 면역 체계의 비정상 반응이 핵심 기전으로 거론된다. 여기에 세균 감염 이후 면역 반응 변화, 흡연 등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척추와 주변 관절 부위에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면역세포가 자신의 척추·관절 조직을 공격하면서 지속적 염증과 뼈의 재형성이 반복되고, 이 과정에서 관절이 굳어가는 강직이 진행된다.
초기 단계에서는 허리 통증이 주 증상으로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통증과 강직이 등과 목으로 확산되고 허리를 숙이거나 뒤로 젖히는 동작이 점점 어려워진다. 일부 환자는 등이 앞으로 굽는 자세 변화가 생기며, 흉추와 갈비뼈를 잇는 관절까지 염증이 침범하면 숨을 깊게 들이쉴 때 흉곽이 충분히 확장되지 않아 계단을 오르거나 가벼운 운동만으로도 숨이 차는 호흡 곤란을 겪기도 한다.
통증 양상은 일반적인 허리디스크나 근육성 요통과 뚜렷이 다르다. 근육 피로와 연관된 일반 요통은 많이 움직이거나 오래 서 있을 때 통증이 심해지고 쉬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강직성 척추염은 밤이나 새벽, 특히 아침 기상 직후 통증과 뻣뻣함이 가장 심하고 몸을 움직일수록 점차 풀리는 특징을 보인다. 통증 부위도 허리에 국한되지 않고 엉덩이 깊숙한 곳이나 골반 안쪽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신 질환이라는 점도 일반 요통과 다른 지점이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 일부에서는 눈의 포도막에 염증이 생기는 포도막염으로 인해 눈이 충혈되고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발뒤꿈치나 아킬레스건 부위 통증, 무릎·발목 등 말초 관절 통증, 장 점막 염증과 연관된 복통·설사 등도 동반될 수 있어 단순 근골격계 통증으로만 판단하기 어렵다.
진단은 임상 증상과 영상 검사가 함께 활용된다. 우선 X선 검사로 천장관절과 척추에 구조적 변화가 생겼는지 살펴보는 것이 기본이다. 다만 초기 단계에서는 X선에서 변화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MRI 같은 고해상도 영상 장비가 조기 진단에 중요하게 활용된다. MRI는 뼈와 연부조직 내 염증 반응을 비교적 초기에 포착할 수 있어, X선상 뚜렷한 손상이 아직 없더라도 활동성 염증 여부와 범위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필요한 경우 CT로 뼈의 미세 구조 변화를 정밀하게 평가해 진행 정도를 확인한다.
치료의 중심축은 약물이다. 초기에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인 NSAIDs가 1차 치료제로 처방돼 염증과 통증을 완화하는 데 사용된다. 이런 약제로도 통증과 강직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거나 영상상 염증이 지속되는 경우, 면역억제제 또는 생물학적 제제 투여가 고려된다.
TNF 알파 억제제와 같은 생물학적 제제는 특정 염증 신호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차단해 척추와 관절에서 일어나는 염증 반응을 효과적으로 낮추는 고가 정밀 치료제다. 기존 약제에 반응이 떨어지는 환자에서 통증 감소와 기능 유지, 영상학적 염증 감소를 통해 질환 진행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보고돼 있다. 다만 장기 투여에 따른 감염 위험, 비용 부담 등 변수 때문에 전문의에 의한 세밀한 적응증 평가와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다.
약물과 더불어 규칙적인 운동과 재활 치료도 필수 관리 요소로 제시된다. 척추와 고관절, 흉곽의 가동 범위를 유지하기 위한 스트레칭과 호흡 운동, 수중 운동 등이 대표적이다. 통증이 있다고 과도하게 휴식을 취하면 오히려 관절 강직이 빨리 진행될 수 있어, 통증 조절 범위 내에서 지속적인 움직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강은송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강직성 척추염을 단순한 허리 통증으로 오인해 방치하는 접근이 가장 큰 위험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아침에 심한 허리 통증과 뻣뻣함이 3개월 이상 반복되고, 움직이면 통증이 줄어드는 양상이 젊은 연령대에서 지속된다면 류마티스내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조기에 시작해야 척추 구조 손상과 기능 저하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류마티스 분야에서는 영상 기술과 생물학적 제제를 축으로 한 정밀의학이 강직성 척추염 관리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흐름에 주목한다. 조기 발견을 통해 척추 강직 전 단계에서 치료를 개시하면, 환자의 평생 활동성과 삶의 질을 크게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동시에 고비용 치료제 접근성, 장기 추적 데이터 축적, 직장·학교 생활과 병행 가능한 재활 프로그램 확충이 과제로 꼽히는 가운데, 의료계는 이번 질환 인식 개선이 젊은 만성 요통 관리 전략을 재정비하는 기점이 될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