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고평가 자산 가격 하락 가능성 커졌다”…미 연준 쿡 이사, AI 거품 경고에 시장 긴장

조보라 기자
입력

현지시각 기준 20일, 미국(USA) 워싱턴DC 조지타운대 경영대학원에서 열린 공개 연설에서 리사 쿡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고평가된 금융자산의 가격 조정 가능성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이번 발언은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를 중심으로 과열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와 미국(USA) 금융시장과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경계 신호를 보내고 있다. 다만 쿡 이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시스템 붕괴 가능성은 낮다고 선을 그었다.

 

쿡 이사는 연설에서 “고평가된 자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증가했다는 게 현재 내가 가진 인상”이라고 밝히며, 주식 등 일부 자산군의 밸류에이션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특히 최근 미국 증시에서 급등세를 이어온 AI 관련 기술주를 포함해 고점 논란이 제기된 자산 전반에 대한 경계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美 연준 쿡 이사 “고평가 자산 가격 하락 가능성 커져”…AI 관련주 거품 경고
美 연준 쿡 이사 “고평가 자산 가격 하락 가능성 커져”…AI 관련주 거품 경고

그는 동시에 금융시스템의 전반적인 안정성에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쿡 이사는 “그러나 금융시스템의 전반적인 회복력에 비춰볼 때 ‘대침체’ 시기에 나타난 것과 같은 약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과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자본·유동성 여력이 확대된 점을 염두에 둔 평가로 풀이된다.

 

이날 쿡 이사는 사전에 준비한 연설문에서 향후 미국 경제 전망이나 기준금리 경로 등 구체적인 통화정책 방향에는 말을 아꼈다.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또는 동결 여부를 둘러싼 시장의 관심이 큰 상황이지만, 그는 정책 가이던스 제시 대신 금융안정 리스크 점검에 초점을 맞추며 발언 수위를 조절했다. 이는 연준 내부에서 통화정책 신호와 별개로 금융안정 문제를 독립적으로 점검하려는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잠재 리스크로 주목받는 사모대출(Private Credit) 시장에 대한 평가도 나왔다. 쿡 이사는 사모대출 시장이 “현재로서는 금융 안정성을 해치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하면서도, 향후 부실이 누적될 경우 시장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그는 사모대출을 “주의를 갖고 살펴봐야 하는 영역”이라고 규정하며, 감독당국과 투자자 모두에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모니터링을 주문했다.

 

쯔럼프 행정부와의 정치·법적 갈등도 쿡 이사의 발언에 미묘한 배경을 형성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임명된 쿡 이사가 주택담보대출 사기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연준 이사직 해임을 통보했다. 그러나 법원이 해임 효력을 일시 중단하는 명령을 내리면서 쿡 이사는 현재까지 연준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고, 연방정부와 해임 통보의 적법성을 둘러싼 소송이 진행 중이다. 

 

다만 이번 조지타운대 연설에서 쿡 이사는 자신의 법적 지위나 정치적 논란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자산 가격 고평가, 금융시스템 회복력, 사모대출 리스크 등 기술적 금융안정 이슈에만 집중하며 연준 이사로서의 전문성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시장에서는 그가 정치 공방과 분리된 채 정책·감독 이슈에만 초점을 맞추려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월가에서는 쿡 이사의 발언을 두고 AI 관련주와 일부 성장주에 대한 경고로 해석하고 있다. 뉴욕 현지 투자은행들은 리포트에서 “연준 이사의 공개 발언은 공식 규제 조치가 없더라도 투자자 심리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지들은 “AI 열풍 속에서 형성된 밸류에이션 거품에 연준이 간접 경고를 보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쿡 이사의 이번 메시지가 단기적으로는 고평가 성장주와 사모대출 관련 자산 가격에 조정 압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금융 규제가 강화된 이후 은행권의 자본 여력이 확충된 만큼, 2008년식 전면적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데 무게를 두는 시각이 우세하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연준의 향후 통화정책 신호와 별개로, 쿡 이사가 제기한 자산 가격과 사모대출 리스크가 어떤 속도로 현실화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보라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리사쿡#연준#ai관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