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AI 로봇 테마 속 급등락…원익홀딩스, 규제 경고 이후 변동성 확대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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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익홀딩스 주가가 AI와 로봇 투자 확대에 힘입어 급등락을 반복하며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투자경고 및 투자주의 조치가 수급 왜곡을 키우는 가운데, 저평가 매력과 실적 부진이 맞물린 복합적인 흐름이 투자 판단을 어렵게 만드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AI 반도체 투자와 로봇 성장성이 장기 모멘텀을 제공하는 대신, 단기 규제 리스크와 실적 리스크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11월 28일 오후 기준 원익홀딩스 주가는 23,700원으로, 전일 대비 1.04퍼센트 하락했다. 최근 한 달 동안 주가는 20,200원에서 33,900원 사이 넓은 구간에서 급등락을 반복했다. 11월 25일에는 장중 12퍼센트 이상 오르며 강한 랠리를 보였지만, 투자경고 지정과 차익 실현 물량이 쏟아지면서 상승분 상당 부분을 반납했다. 현재 주가는 5일 이동평균선 23,960원을 밑돌며 단기 조정 구간에 진입한 상태다.

원익홀딩스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원익홀딩스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중기 추세로는 지난 하락 국면을 벗어나 60일 이동평균선 20,510원 위에서 지지력을 테스트하는 눌림목 구간으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AI와 로봇 테마 강세로 테마성 자금이 유입된 뒤 한국거래소의 시장 경보 조치가 잇따르며 수급 쏠림과 이탈이 반복되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진단한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 매도, 기관 저가 매수 패턴이 두드러진다. 11월 27일 기준 외국인은 하루 동안 약 171만 주를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고, 기관은 약 8만 9천 주 순매수로 물량을 일부 받아냈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대량 매도 시 주가가 약세로 전환되고, 기관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때 하방이 지지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가운데 단기 회전율이 크게 높아져 변동성 장세가 강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익홀딩스는 코스닥 시가총액 34위, 시가총액 약 1조 8,305억 원 규모로 중형주 그룹에 속한다. 반도체 대형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과 비교하면 변동성은 크지만, 주가순자산비율 PBR이 약 0.24배에 그쳐 자산 가치 대비로는 업계 최하위권 수준의 저평가 종목으로 분류된다. 상장주식수는 약 7,724만 주로 유동성은 양호하지만, 최근 테마성 거래 급증으로 단기 매매 비중이 높아진 상태다. 주가수익비율 PER은 마이너스를 기록해 수익성은 부진하나, 자산 가치를 바탕으로 한 밸류에이션 매력은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재무와 실적 측면에서는 경고등이 켜졌다. 2024년 3분기 누적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서며 수익성 악화가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부채비율은 약 51퍼센트 수준에 그쳐 재무 안정성은 양호한 편이고, 유보율도 2,400퍼센트를 상회해 기초 체력은 견고하다는 평가다. 현재 주가는 PBR 0.2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어 실적 악화 요인이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되며, 청산 가치 관점의 하방 지지력은 어느 정도 확보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근 주가 급락의 직접적인 방아쇠는 3분기 실적 쇼크였다. 실적 발표 이후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11월 중순 주가가 급락했다. 반면 반등 국면에서는 AI 반도체 투자 확대와 로봇 산업 성장 기대가 자회사 포트폴리오와 맞물리며 강한 모멘텀을 제공했다. 원익홀딩스는 반도체 장비와 로봇 등 자회사 사업을 통해 스마트팩토리, 협동로봇 수요 증가의 수혜 기대를 받고 있다. 기술주 중심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단기 랠리가 촉발됐다는 해석이다.

 

글로벌 변수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증시에서 AI와 기술주 섹터가 강세를 이어가자, 국내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 종목 전반의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 다만 한국거래소의 투자경고 지정과 해제, 다시 투자주의로의 변경 등 시장 경보 체계 변화가 반복되면서 투자자 경계심이 커졌고, 주가 상단에는 규제 리스크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1월 27일 투자경고가 해제돼 투자주의 종목으로 전환됐지만, 주가가 재차 급등할 경우 다시 경고 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점이 단기 공격적 매수세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동종 업종 내 비교에서는 PBR 0.2배 수준의 저평가가 가장 큰 장점으로 거론된다. 반면 최근 적자 전환에 따른 수익성 훼손은 약점이다. 경쟁사 상당수는 높은 PER을 적용받으며 성장성을 인정받는 가운데, 원익홀딩스는 지주사 디스카운트와 실적 부진이 모두 작용하며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향후 주가 재평가 여부가 로봇 및 반도체 장비 등 신사업과 자회사 실적의 가시적 턴어라운드에 달려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향후 주가 흐름과 관련해 단기 관전 포인트는 규제 리스크 해소와 수급 안정이다. 최근 한 달 수급 패턴을 바탕으로 22,000원 선 지지가 중요 지점으로 거론된다. 이 가격대를 하회할 경우 조정 폭 확대 가능성이 거론되고, 반등 시에는 1차 저항선인 26,000원을 뚫어야 추세 전환 기대가 커질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중기적으로는 2025년 반도체 업황 회복 시점과 맞물려 실적 개선이 현실화될 경우 PBR 0.5배 수준인 35,000원 대까지 재평가 여지가 있다는 낙관 시나리오와, 실적 개선이 지연될 경우 21,000원 대 박스권 횡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보수 시나리오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 급등락 과정에서 형성된 높은 매물 부담과 재투자경고 지정 가능성 등 변동성 리스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 속도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실적 턴어라운드 시점도 늦춰질 수 있고, 테마성 수급에 의존한 주가 상승은 조정 시 낙폭이 클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시장에서는 뉴스 흐름과 외국인·기관 수급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분할 매수 등 보수적 접근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는 향후 글로벌 AI 투자 사이클과 반도체 업황 개선 여부가 원익홀딩스 밸류에이션 재평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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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익홀딩스#ai로봇#투자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