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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맞춤 영양가이드”…식약처, 데이터 기반 관리 착수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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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의 식생활을 정밀하게 관리하는 영양 데이터 기반 체계가 새해부터 본격적으로 설계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반영한 식이 조사와 맞춤형 영양관리 가이드를 마련해, 가정과 복지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표준 모델 구축에 나서는 것이다. 디지털 헬스케어와 푸드테크 산업 전반에서 개인 맞춤형 영양관리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번 조치는 국내 발달장애인 대상 정밀 영양관리 인프라를 여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앱 기반 식단 추천, IoT 연동 식생활 모니터링 등으로 확장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31일 발달장애인의 감각 이상, 제한적 선호 식품 등 특성을 반영한 영양관리 체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새해부터 장애 유형별 식이 습관과 식행동, 실제 섭취 패턴을 전국 단위로 조사하고, 이를 기초 데이터베이스로 축적하는 작업이 핵심이다. 지금까지는 발달장애인의 영양 상태를 계량적으로 분석해 정책과 서비스 설계에 활용하는 체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번 사업의 출발점은 데이터 수집과 구조화다. 발달장애인 집단에서 자주 나타나는 특정 식품 기피, 과도한 당류 섭취, 한정된 식단 반복 섭취 같은 행동 특성을 정량화해, 영양소별 과다·결핍 패턴을 통계적으로 도출하는 방식이다. 수집된 데이터는 연령, 성별, 장애 유형, 동반 질환 등 변수와 결합해 다차원 분석이 가능하도록 설계될 전망이다. 특히 기존 일반인 대상 영양조사와 달리, 보호자 보고를 포함한 다중 응답 체계를 도입해 신뢰도를 높이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다.

 

이렇게 구축된 데이터는 맞춤형 영양관리 가이드 제작의 기반이 된다. 식약처는 가정에서 실제 활용이 가능한 수준으로 조리 난이도, 비용, 식재료 접근성까지 고려한 식단 예시와 식사 지침을 제시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특정 식감에 예민한 발달장애인을 위해 같은 영양소를 제공하되 식감과 조리 형태를 바꾼 대체 식단, 일정한 색이나 형태의 음식만 선호하는 경우를 위한 단계적 식품 다양화 전략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보호자와 돌봄 인력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 색상, 간단한 문장 중심으로 구성하는 시각적 사용자 경험 설계도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부상 중인 정밀 영양관리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해외에서는 모바일 앱과 웨어러블 센서, 식단 사진 인공지능 분석을 결합해 혈당, 체중, 활동량에 맞춘 맞춤형 식단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 다만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전문 플랫폼은 아직 제한적인 만큼, 국내에서 쌓이는 식이·행동 데이터는 향후 관련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도 핵심 학습 데이터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실제로 국내 푸드테크 업계는 공공 데이터 개방 시 발달장애인 전용 식단 추천 엔진과 연동형 간편식 개발을 구상하는 분위기다.

 

시장성과 측면에서 보면, 발달장애인 대상 영양관리 서비스는 의료비 절감과 돌봄 부담 경감 효과를 동시에 겨냥한다. 편식과 과식, 특정 영양소 결핍이 장기적으로 비만, 당뇨, 심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활용 가능한 표준 가이드를 통해 식단 구성이 체계화되면, 병원 방문 빈도와 약물 의존도를 줄이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복지기관과 특수학교, 거주시설 등 집단 급식 현장에서는 표준 레시피와 조리 지침이 도입될 경우 급식 시스템 전반의 품질 관리 기준이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다.

 

다만 규제와 제도 측면의 과제도 존재한다. 영양 데이터는 건강 정보와 결합될 경우 민감정보로 분류될 수 있어, 수집·저장·활용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엄격히 충족해야 한다. 데이터 익명화와 가명 처리, 목적 외 이용 제한과 같은 기본 원칙을 지키면서도 연구와 산업적 활용이 가능한 균형점을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 특히 향후 발달장애인 대상 AI 식단 추천 앱이나 디지털 치료제가 등장할 경우,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분류와 허가 기준, 효과 검증을 위한 임상적 근거 요구 수준이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해외에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디지털 치료제와 맞춤형 영양 서비스가 빠르게 제도권에 진입하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일부 디지털 식단 관리 프로그램이 만성질환 관리용으로 보험 적용을 받기 시작했고, 유럽에서는 특정 질환 환자를 위한 의료용 식품과 앱 결합 모델을 허용하는 논의가 활발하다. 반면 발달장애인에 특화된 국가 차원의 영양관리 프로그램은 아직 초기 단계로, 한국이 표준 가이드와 데이터 체계를 선제적으로 확립할 경우 아시아권 모델로 확산될 여지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이 단발성 안내문 제작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데이터 플랫폼과 교육 생태계로 확장되는지가 관건이라고 본다. 영양사, 특수교사, 작업치료사, 정신건강 전문가 등 다학제 인력이 참여하는 통합 관리 모델로 발전할 경우, 발달장애인 삶의 전주기 지원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식약처는 영양관리 가이드 보급과 함께 교육과 홍보를 병행해 발달장애인 가정의 실질적인 식생활 환경을 바꾸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산업계와 의료계에서는 새해 시작되는 이 데이터 기반 영양관리 체계가 디지털 헬스와 푸드테크 산업의 새로운 수요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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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발달장애인#영양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