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칼리 이온수기 의료기기였다…복용량 관리가 산업 과제
알칼리 이온수 생성기가 홈쇼핑과 온라인 채널을 통해 ‘건강 정수기’처럼 판매되면서 소비자 오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규제당국은 이 장비를 물리치료·진단기기가 아닌 위장 증상 개선 목적의 의료기기로 분류하고 있어 사용 목적과 복용량, 금기 사항에 대한 인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수기와 의료기기가 기능과 규제 수준에 따라 명확히 갈리는 지점이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향후 디지털 건강가전 시장 신뢰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의료기기안전정보원에 따르면 알칼리 이온수 생성기는 2등급 의료기기로 관리된다. 의료기기는 인체에 미치는 잠재적 위험도에 따라 1등급부터 4등급까지 나뉘며, 등급이 높을수록 허가·인증과 임상시험 요구 수준이 높아진다. 알칼리 이온수 생성기는 위장 증상 개선을 표방하는 만큼 단순 정수기보다 상위 등급의 관리 대상에 들어간다.

해당 기기의 사용 목적은 먹는 물을 전기분해 등 방식으로 처리해 수소이온농도 pH 8.5를 초과해 10.0 이하 범위의 알칼리 이온수를 만드는 것이다. 위장 증상 가운데 만성설사, 소화불량, 위장 내 이상발효, 위산과다 등의 개선에 도움을 주는 용도로 허가돼 있다. 전기분해를 거친 물의 pH와 이온 구성이 위와 장의 산도 환경에 영향을 주는 점에 착안한 기기라는 설명이다.
권장 음용량은 성인 기준으로 하루 500밀리리터에서 1000밀리리터 수준이다. 일반 일회용 종이컵 한 잔이 대략 200밀리리터인 점을 감안하면 하루 2잔에서 5잔 정도다. 인체 생리 환경을 고려하면 위액의 pH는 1에서 2 수준, 소장의 pH는 6에서 8 수준이어서 외부에서 장기간 고알칼리성을 부여할 경우 개별 건강 상태에 따라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알칼리 이온수가 일반 정수기 물과 물리·화학적 특성이 다른 만큼 음용 시 추가적인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선 알칼리 이온수와 의약품을 동시에 복용하지 말아야 하며, 처음 사용하는 사람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해 적절한 pH 범위와 음용량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초기에는 pH가 중성에 가까운 단계의 물을 소량씩 마셔보며 위장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pH 10.0을 초과하는 물은 음용해서는 안된다. 알칼리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위장 점막 자극, 전해질 불균형 등 잠재적 위험 요인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알칼리 이온수를 마신 뒤 복부 불편감, 설사 악화, 소화 장애 등 신체 이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섭취를 중단하고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일정 기간 복용해도 위장 증상 개선이 없다면 지속 음용 여부를 의료진과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병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신장 기능에 문제가 있는 사람, 전신 건강 상태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알칼리 이온수 섭취 전 의사와 사전 상담이 권장된다. 신부전, 칼륨 배설 장애 등 신장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알칼리 이온수를 마시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전해질 조절 능력이 떨어진 환자에게 pH 조정된 물이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제품 사용 단계에서의 관리도 중요하다. 알칼리 이온수 생성기에서 처음 배출되는 물은 한 번 버리고, 그 다음에 생성된 물을 바로 마시는 방식이 권장된다. 생성 직후 음용하지 않고 냉장고 등에 저장해 두었다가 마실 경우, 저장 용기 재질과 보관 시간, 보관 온도에 따라 pH가 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보관을 전제로 사용할 때는 제조 또는 판매 회사에 보관 방법과 용기 권장 기준, 안전한 보관 시간 등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의료기기 관점에서 보면 알칼리 이온수 생성기는 가정용 정수기의 연장선에 놓인 생활가전이면서 동시에 인체 효능을 전제로 허가된 위장질환 개선용 장비라는 이중 성격을 가진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기가 단순 건강 가전으로 포장될 경우, 허가된 효능 범위를 과대 해석하거나, 복용 금기 대상자가 무분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리스크를 지적한다. 산업계는 효능 데이터와 사용상 주의사항을 소비자에게 더욱 명확히 알리는 것이 시장 신뢰 확보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책 측면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의료기기안전정보원은 의료기기 등급별 관리와 제품 설명서 고시를 통해 사용상 주의사항 준수를 강조하고 있다. 다만 온라인과 홈쇼핑을 통한 판매 비중이 높아지면서 실제 구매 단계에서 의료기기라는 점과 위장 증상 개선이라는 한정된 목적이 충분히 안내되고 있는지에 대한 모니터링 필요성이 제기된다. 의료계 역시 알칼리 이온수 생성기를 무조건 부정하기보다는, 환자 상태와 병용 약물, 신장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맞춤형 사용 가이드 제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와 의료계에서는 알칼리 이온수 생성기가 정수기와 의료기기 사이 경계에 놓인 대표적 융합 건강가전으로 자리 잡은 만큼, 규제당국의 정보 제공과 제조사의 책임 있는 홍보, 소비자의 자기 점검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본다. 산업계는 이 제품군의 시장 확대보다 실제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 확보, 사용 지침 준수가 장기적인 성장 조건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의료기기로 분류된 만큼 제품 설명서와 의사 상담을 바탕으로 적정량을 복용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