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40·커피 53 급등”…일본(Japan) 10월 물가 3 상승, 엔 약세에 가계 부담 가중
현지시각 기준 21일, 일본(Japan) 정부가 10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공개하며 고물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발표는 장기간 인플레이션과 최근 엔화 약세가 맞물리면서 일본 가계와 금융시장에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인플레이션과 환율 불안이 겹친 복합 압력이 일본 경제의 향방을 가를 변수로 부상한 상황이다.
일본 총무성은 21일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신선식품 제외)가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 3대에 올랐다가 8월과 9월에는 2대로 내려갔지만, 10월 다시 3대로 높아졌다. 현지 시각으로 21일 오전 발표된 이번 수치는 일본의 물가 상방 압력이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재확인시켰다.

상승세를 이끈 것은 식품 가격이었다. 신선식품을 제외한 식품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7.2 올라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품목별로 보면 가격 하락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쌀류가 40.2나 상승했고, 커피 원두는 53.4 급등했다. 초콜릿 가격도 36.9 뛰어 오르며 일상 소비재 전반에서 체감 물가를 자극했다. 교도통신은 이러한 식품 가격 급등이 일본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비스와 에너지 부문도 예외가 아니었다. 숙박료는 전년 같은 달보다 8.5 오르며 관광·레저 수요 회복과 맞물린 가격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에너지 가격 역시 2.1 상승해 연료·전기요금 부담을 더했다. 일본 내 인플레이션이 특정 품목에 국한되지 않고 식품, 서비스, 에너지 등 광범위한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의 고물가 흐름은 엔화 약세와도 밀접히 연결돼 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고물가 대응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엔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서 수입 물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엔화 가치는 추가로 하락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이 대규모 경제 대책을 추진하면서 재정 건전성 논란이 부각됐고, 지난달 초 1달러당 150엔 아래였던 엔/달러 환율은 전날 157엔대까지 상승했다. 엔화 약세는 수입 원자재 및 식품 가격을 자극해 국내 물가에 상방 압력을 더하는 구조다.
엔화 가치 하락이 가팔라지자 일본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엔화 약세에 대응한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여부와 관련해 선택지로 당연히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환율 흐름이 매우 일방적이고 급격한 움직임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시장 개입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엔화 추가 약세를 경계하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일본은행(BOJ)도 환율과 물가의 연계를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중의원에 출석해 환율 변동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온 일본은행은 그동안 완만한 물가 상승을 목표로 해왔지만, 최근 식품을 중심으로 한 물가 급등과 엔화 약세가 겹치면서 정책 딜레마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의 인플레이션과 엔화 약세 문제는 주변국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엔저가 수출 기업에는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수입 물가를 통해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며 내수를 압박하는 양면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일본은행이 완화적인 태도를 지속할 경우, 금리 차 확대가 엔화 약세를 추가로 부추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지 언론들은 일본 정부가 고물가와 환율 불안에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진단한다. 교도통신은 물가 상승 흐름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일본 가계에 누적 압박이 커지고 있으며, 정부 대책과 별개로 엔화 약세를 얼마나 제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일본 재무성이 실제 환율 개입에 나설지, 일본은행이 물가 추이를 지켜보며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를 조정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고물가와 엔화 약세라는 이중 과제를 어떤 조합으로 풀어갈지에 따라 국내 소비와 투자, 나아가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전망이다. 국제사회는 일본의 물가 흐름과 환율 정책이 향후 글로벌 경기와 통화정책 환경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