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주포 건강 이유로 특검 조사 불출석”…김건희 다음 달 4일 소환 통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둘러싼 수사와 대통령 가족을 향한 특검 수사가 다시 정국 갈등의 뇌관으로 부상했다. 주가조작 ‘주포’로 지목된 피의자가 건강을 이유로 첫 특검 조사에 나오지 않은 가운데, 김건희 여사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일정도 구체화되고 있다.
김형근 특별검사보는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핵심 인물로 알려진 이모씨가 이날 오후 2시 예정돼 있던 첫 피의자 조사에 출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특별검사보에 따르면 이씨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며 건강 문제를 들어 조사 연기를 요청했다.

특검팀은 이씨에게 25일 다시 출석하라고 재차 요구했다. 이씨가 출석하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가담한 구체적 경위와 당시 김건희 여사와의 연락 내용, 자금과 계좌 운용 방식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계획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이씨는 2009년 12월 23일부터 2010년 10월 20일까지 진행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차 작전의 주포이자, 같은 시기 김건희 여사의 증권사 계좌 관리인으로 각종 진술과 자료에서 지목돼 왔다. 그는 또 김 여사에게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성배씨를 소개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이 사건을 처음 수사한 검찰은 이씨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리고 불기소 처분했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특검팀은 추가 자료와 진술을 토대로 이씨가 주가조작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최근 김건희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재판에선 김 여사와 이씨가 2012년 10월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가 법정에서 공개돼 정치권의 파장이 커졌다. 당시 이씨는 김 여사에게 "난 진심으로 네가 걱정돼서 할 말 못할 말 못 하는데 내 이름을 다 노출하면 다 뭐가 돼. 김00이가 내 이름 알고 있어. 도이치는 손 떼기로 했어"라고 말했다. 이에 김 여사는 "내가 더 비밀 지키고 싶은 사람이야 오히려"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듬해 3월 이씨는 2차 작전 주포로 지목된 김씨가 별도의 주가조종 혐의로 구속되면서 도이치모터스 사건 관련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고, 김 여사는 "그랬구나, 너도 조심해"라고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 같은 대화 내용을 김 여사가 주가조작 정황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단서로 해석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달 17일 특검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현장을 이탈해 도주했다가 34일 만인 20일 충청북도 충주시 국도변 휴게소 인근에서 검거됐다. 이후 22일 구속영장이 발부돼 현재 수감 중이다. 특검은 도주 과정과 도피를 도운 인물 여부에 대해서도 별도 조사에 나선 상태다.
특검팀은 이날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건희 여사에게 다음 달 4일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는 정식 소환 통보를 했다. 특검은 당초 이날 출석을 요구했지만, 김 여사 측은 건강 문제를 이유로 불출석 사유를 전달했다.
윤 전 대통령도 특검으로부터 오는 26일 출석 통보를 받았으나, 재판 일정이 잦다는 점을 들며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해 특검과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후 특검팀은 양측 변호인단과 일정 조율을 거쳐 김 여사는 다음 달 4일과 11일, 윤 전 대통령은 다음 달 17일 각각 출석해 조사를 받도록 하는 잠정 일정을 마련했다.
다음 달 4일 김 여사 조사에선 고가 귀금속 수수 의혹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취임 직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이 사위 인사 청탁과 함께 고가 브랜드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를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3월부터 4월 사이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이 공직 임명 청탁과 함께 시가 190만원 상당의 금거북이를 건넸다는 의혹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특검은 또 2022년 9월 로봇개 관련 사업가 서성빈씨가 사업 편의 제공을 대가로 약 5천만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김 여사에게 건넸다는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로비 목적의 고가 선물 수수가 직무 관련성, 대가성, 반복성 등 법적 기준에 어디까지 해당하는지 여부를 법리 검토와 함께 보강 조사 중이다.
이와 별개로 특검팀은 김 여사의 일가가 연루된 양평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로 조사받은 경기도 양평군 공무원 A씨 사망 사건에 대한 내부 진상조사를 마무리 단계에 올려놓고 있다. 특검은 금주 중 조사 결과를 정리해 발표할 계획이다.
A씨는 지난달 2일 특검에서 관련 혐의 조사를 받은 뒤, 1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가 남긴 자필 메모에는 특검이 특정 방향의 진술을 강요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며, 수사 과정 인권침해 논란이 정치권 전반으로 번졌다.
특검팀은 사건 직후 담당 수사팀을 상대로 감찰에 준하는 진상조사에 착수해 조사 방식, 조사 시간, 발언 내용, 녹취 및 녹화 자료 등을 종합 점검했다. 특검 관계자는 수사팀의 압박 수사 의혹, 진술 강요 여부를 중점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야 정치권에선 특검 수사를 두고 정면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여당은 특검이 무리한 수사로 인권침해 논란을 키웠다며 견제에 나섰고, 야당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 전반에 대한 성역 없는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고가 귀금속 수수 의혹이 각각 자본시장 교란과 권력형 로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내년 총선 정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검 수사는 앞으로 구속된 이씨 조사, 김건희 여사와 윤 전 대통령 소환 조사, 양평 공무원 사망 사건 진상조사 결과 발표 순으로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정치권은 특검 수사 방향과 조사 일정 발표를 계기로 더욱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이며, 국회는 관련 상임위와 추후 회기에서 특검 수사의 적정성과 책임 소재를 두고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