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광약품 한국유니온 인수 본격화…생산능력 30퍼센트 확대 노린다
제약 생산 인프라 재편 경쟁이 한층 가속하는 가운데 부광약품이 회생절차 기업인 한국유니온제약 인수전에 사실상 출사표를 던졌다. 노후화와 생산 여력 부족이 한계로 지적돼 온 기존 공장을 보완하고, 항생제와 액상 주사제 등 주사제 포트폴리오를 단숨에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가 국내 중견 제약사의 생산능력과 수익구조 재편 경쟁에서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부광약품은 17일 한국유니온제약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는 서울회생법원이 진행 중인 회생절차 속에서 인가 전 인수합병 구조로 설계됐으며, 이 과정에서 스토킹호스 방식이 도입된다. 스토킹호스 구조는 법원이 사전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한 뒤 공개 경쟁입찰을 붙여, 추가 응찰자가 없거나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기존 우선협상대상자가 최종 인수자로 확정되는 절차다. 회생기업 매각에서 거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글로벌 사모펀드와 바이아웃 시장에서 통상 활용돼 왔으며, 국내 제약 업계에서도 점차 활용 빈도가 늘고 있다.

부광약품은 이번 계약을 통해 내용고형제에 치우친 생산 구조를 항생제, 주사제까지 다변화할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유니온제약 공장은 2020년 3월 대단위공장 GMP 허가를 받은 최신 설비로, 글로벌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을 충족하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항생제 전용 생산 라인과 액상 주사제 설비를 이미 갖추고 있어, 부광약품이 자체적으로 신규 설비를 구축할 때 대비 투자와 시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 한국유니온제약이 보유한 주사제 공정은 정제나 캡슐에 비해 멸균과 무균 충전, 용제 조성 관리 등 고난도 품질 관리 역량이 요구되는 분야다. 부광약품 입장에서는 그동안 외부 위탁생산에 의존했거나 진출이 제한됐던 전문의약품 영역에서 자체 생산 비중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부광약품은 이번 인수를 통해 전체 의약품 생산능력이 약 30퍼센트 증가하고, 특히 액상 주사제의 경우 한국유니온제약이 보유한 설비가 자사 대비 2배 이상 생산이 가능해 공급 여력을 크게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성 측면에서 만성질환 전문의약품을 둘러싼 경쟁은 국내외 제약사 모두가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핵심 축이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치료제는 환자 수가 많고 복용 기간이 길어 안정적인 매출원이지만, 최근에는 정제뿐 아니라 주사제, 장기지속형 제형 등 복합 포트폴리오가 요구되고 있다. 부광약품이 한국유니온제약의 생산설비를 활용하면 국내 병원 시장에서 제형 선택권을 넓히고, 향후 바이오시밀러나 주사형 개량신약으로의 진출을 모색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될 수 있다.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생산 거점을 재편하거나 외부 설비를 흡수하는 인수합병 전략이 활발하다. 글로벌 제약사는 이미 생산 효율성과 품질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대형 통합 공장과 위탁생산 조직을 병행하는 구조를 구축해 왔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항생제와 주사제 등 필수의약품 생산시설을 전략 자산으로 보고, 회생절차 기업에 대해서도 스토킹호스 방식 인수를 활용해 공급망 안정을 도모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부광약품의 이번 행보도 글로벌 흐름과 궤를 같이하며, 외형 성장보다 생산 포트폴리오와 수익성 중심의 체질 개선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해석된다.
규제와 품질 측면에서 GMP 인증 생산시설의 확보는 신약과 개량신약, 바이오의약품 등 향후 파이프라인 확장 시 필수 조건이다. 한국유니온제약 공장은 이미 대단위공장 GMP 허가를 취득해 생산 설비의 적합성을 검증받은 상태로, 부광약품은 추가 설비 투자와 검증 기간을 줄일 수 있다. 다만 회생법원 주관 인수 구조인 만큼 향후 본입찰 절차, 매각 허가, 회생계획 인가 등 남은 사법 절차가 변수로 남아 있다. 인수자가 조건을 변경하거나 추가 응찰자가 등장할 경우 거래 구조가 달라질 수 있어 법원의 판단과 시장 경쟁 상황이 최종 성사 여부를 가를 요인으로 꼽힌다.
부광약품은 올해 초 유상증자에서 제기된 안산공장 생산능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데 1차 목적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유니온제약 공장이 항생제 라인 등 부광약품과 시너지를 낼 포트폴리오를 갖춘 최신 시설이라는 점을 인수 결정 배경으로 제시했다. 동시에 적자 상태인 한국유니온제약을 단기간 내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경영정상화 구상도 내비쳤다. 부광약품은 과거에도 현재 경영진 체제에서 적자 기업을 흑자로 돌린 경험이 있다며, 축적된 경영정상화 노하우를 활용해 실적 개선과 조직 재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부광약품의 인수가 최종 확정될 경우, 중견 제약사 중심의 생산 재편과 회생기업 활용 전략에 추가적인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원가 상승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자체 생산능력 확보와 GMP 인프라 강화는 단순 비용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거래가 법원과 투자자, 제약사가 모두 수용 가능한 구조로 마무리돼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