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초장기 특별국채 1조3천억위안 완판”…중국, 경기 둔화 우려 속 재정총공세 본격화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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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1월 24일, 중국(China) 베이징에서 중국 재정부가 4분기 국채 발행을 대폭 늘리는 조치를 단행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실물경제를 떠받치고 지방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한 재정 투입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조치는 인프라 투자와 구조개혁을 동시에 노리는 중국식 경기 대응 전략의 연장선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는 24일 970억위안(약 20조1천억원) 규모의 기장식 이자부 국채와 600억위안(약 12조4천억원) 규모의 기장식 할인 국채를 발행했다. 재정부는 26일에도 또 다른 단기 국채 발행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혀, 11월을 전후해 국채 공급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현지시각 기준 4분기, 특히 10∼11월에 국채 발행이 몰리는 경향이 반복되고 있다며, 선제적 재정 집행을 통해 경기 부양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中 4분기 국채 발행 속도전…1조3천억위안 초장기 특별국채 목표 달성
中 4분기 국채 발행 속도전…1조3천억위안 초장기 특별국채 목표 달성

둥사오펑 중국인민대 ‘충양금융연구원’ 고급연구원은 영자지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연말을 앞둔 집중적 채권 발행이 “시장에 정책 의지를 분명히 전달해 경기 안정 기대를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발행 일정이 실물경제에 대한 재정 지원을 강화하는 동시에, 금융기관의 자금 포지션 조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동성 공급을 예고하고 실제 집행함으로써 채권시장과 은행권의 자금 운용 불확실성을 줄인다는 설명이다.

 

왕칭 골든크레딧레이팅인터내셔널 수석 거시경제 분석가는 최근 중국의 국채 발행 확대가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에 직접적인 재원 공급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국채 발행이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을 경감하는 동시에, 역주기조절 정책의 일환으로 인프라 투자의 ‘적정 성장세’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 같은 조치는 지방 채무 리스크를 의식한 중앙정부가 재정 부담을 일부 흡수하는 전략 변화 신호로도 해석된다.

 

중국 재정부의 올해 4분기 국채 발행 계획에 따르면, 개인 및 소액투자자를 겨냥한 ‘저축 국채’와 초장기 특별국채는 이미 연간 발행 목표를 달성했다. 올해 중국이 발행한 초장기 특별국채 규모는 1조3천억위안(약 269조6천억원)으로, 전년보다 3천억위안(약 62조3천억원) 늘어났다. 재정부는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점을 고려해 초장기 특별국채 발행 개시 시점을 지난해보다 한 달 앞당겨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장기 국채를 앞당겨 투입함으로써 경기 하방 압력을 선제적으로 완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이렇게 조성된 재원을 ‘양중’과 ‘양신’으로 불리는 핵심 정책 분야에 집중 배분했다. 양중은 국가 중대 전략과 안전·안보 능력 제고 등 중점 분야를 지원하는 정책으로, 첨단 제조, 국가 전략 인프라, 안보 역량 강화 등이 포함된다. 양신은 대규모 생산설비 교체와 소비재 신제품 교환을 뒷받침하는 정책을 의미한다. 노후 설비와 상품을 신형으로 교체하는 대규모 ‘업그레이드 수요’를 만들어 경기와 산업 구조조정을 동시에 추진하려는 구상이다. 이 같은 재정 배분은 인프라 투자뿐 아니라 내수 진작과 산업 고도화를 아우르는 다목적 처방으로 평가된다.

 

위안하이샤 중청신국제연구원 원장은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1조3천억위안 규모의 초장기 특별국채 발행이 “중국의 재정정책이 과거보다 한층 더 적극적으로 전환됐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초장기 특별국채가 2025년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7∼1.9%포인트가량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률 기여도가 예측대로 현실화할 경우, 중국이 목표로 삼는 중고속 성장 유지에 상당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중국 국채 발행 확대는 양면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대규모 발행이 지속될 경우 국채 금리 상승 압력과 부채 부담 확대 우려가 커질 수 있지만, 동시에 실물경제 부양과 지방 재정 리스크 완화에 성공한다면 경기 안정에 따른 투자 심리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주요 글로벌 매체들은 중국의 초장기 특별국채 전략을 두고 “부채 리스크와 성장 방어 사이에서 선택한 적극 재정 카드”라며, 향후 이 자금이 실제 프로젝트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집행되는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4분기 국채 발행 속도를 높이며 재정 총동원 체제에 나선 가운데, 대규모 초장기 특별국채가 경기 둔화 우려를 얼마나 덜어줄 수 있을지, 또 지방 재정과 금융시장 안정에 어떤 효과를 낳을지 국제사회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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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재정부#초장기특별국채#양중양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