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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비준 동의부터 하라"…국민의힘, 대미투자특별법에 법적 위험 제기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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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협상 후속 대책을 둘러싼 여야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대미투자특별법 발의를 겨냥해 국회 비준 동의가 우선이라며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어서다. 한미 간 양해각서 형태의 합의를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내법으로 옮겨 담은 방식이 적절한지 여부가 정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이 한미 관세협상 후속 조치를 뒷받침한다며 추진 중인 대미투자특별법을 정면 비판했다. 송 원내대표는 한미 관세협상에 대해 "국민 경제에 부담이 되는 외국과의 조약이나 협약, MOU를 비롯해서 어떤 것이라도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절차상 원칙을 거듭 거론했다. 그는 "거기, 즉 비준 동의에 따라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특별법이든 다른 법 개정이든 조치가 진행되는 게 원칙"이라며 "그러지 않고 특별법만 주장하기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우리 당이 누누이 강조해왔다"고 덧붙였다. 한미 간 합의의 실체와 효력을 먼저 국회가 따져본 뒤 입법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건 의원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미투자특별법의 법적 구조를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한미 관세협상을 미국에도 법적 구속력을 가하는 조약으로 체결하지 않은 것이 국회 비준 동의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의심이 든다"며 "지금이라도 정부·여당은 국회·국민 패싱할 생각을 접고 국회에 정식으로 동의를 요청하라"고 했다.

 

김 의원은 특히 양해각서와 국내법의 구속력 차이를 부각했다. 그는 "정부는 그동안 MOU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없어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 없다더니 정작 구속력 있는 국내법으로 발의했다"며 "이렇게 되면 미국은 여전히 법적으로 구속되지 않는 데 반해 우리만 구속력이 생기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향후 투자 기업들과 법적 분쟁 가능성까지 열어놓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 측은 정치적 약속 수준에 머무는 반면, 국내 기업과 정부만 법률상 책임을 지게 된다는 취지의 비판이다.

 

투자 재원 조달 방식과 재정 부담도 국민의힘의 공격 포인트가 됐다. 김 의원은 "지금까지 정부는 외화자산 운용 수익이나 외화 채권 발행 등으로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는데 특별법을 보면 정부가 3조원을 출자해 한미전략투자공사를 만들고 공사가 손실을 내면 정부가 전부 보전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모든 투자 리스크를 국민 세금으로 떠안겠다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투자 손실이 발생할 경우 궁극적 책임이 일반 국민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국회 비준 동의를 선결 조건으로 못 박으면서,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 협상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특별법의 세부 조항과 재정 소요, 한미 간 합의의 법적 성격을 놓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관련 상임위에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대미 투자 구조와 재원 조달 방식을 둘러싼 쟁점을 정리하는 한편, 향후 회기에서 비준 동의 여부와 특별법 처리 방안을 병행해 논의할 계획이다.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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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대미투자특별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