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딕 성당부터 노을 진 강변까지”…호치민 도심 산책, 날씨 속에서 만나는 낮과 밤
요즘 호치민을 걷는 여행자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호치민이 단순한 경제도시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흐린 하늘과 비 내리는 골목에서 오히려 삶의 온기를 발견한다. 낮은 구름과 높은 습도 속, 우산 하나 챙기고 떠나는 도심 산책이 호치민만의 특별한 일상으로 퍼지고 있다.
베트남 남부에 위치한 호치민은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는 곳이다. 고딕 양식 붉은 벽돌로 세운 노트르담 대성당, 에펠이 설계한 중앙 우체국은 언제나 여행자들의 발길을 붙든다. 내부를 채운 스테인드글라스와 정갈한 아치, 오래된 나무 걸상에 잠시 앉으면 언덕 위 유럽 풍경을 본 듯한 감각이 스며든다. 하루 종일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실내에 들면 높고 시원한 천장이 작은 위로가 돼 준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무더운 여름임에도 호치민을 찾는 관광객은 꾸준하다. 현지 시장 조사에선 도심 내 건축 투어, 저녁 크루즈와 루프탑 바 투어 등 이색 체험을 중시하는 여행패턴이 늘었다고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여행지에서 느끼는 실제 삶의 온도”라 부른다. 한 여행 칼럼니스트는 “오랜 전쟁의 흔적과 프랑스풍 거리, 흥정 소리 가득한 벤탄 시장이 뒤엉키는 그 경험 자체가 호치민만의 매력”이라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비 와서 더 분위기 있었어요”, “우체국에서 보낸 엽서, 아직도 소중히 간직합니다”, “강변 루프탑 바에서 맥주 한 잔, 그 시간이 잊혀지지 않아요”라는 후기가 쌓인다. 특히 천둥 번개 소리와 어울리는 벤탄 시장의 소란, 해 질 무렵 사이공강 크루즈 위에서 마주한 도시의 야경이 여행객마다 인생 장면으로 남는 듯하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달라진 여행의 태도가 담겨 있다. 호치민의 흐린 날씨조차 도시를 걷는 이들에게 낯선 설렘이 되고, 낮과 밤의 풍경은 일상에 작은 쉼표가 돼 다가온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어떻게 나답게 이 도시를 걸을 것인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