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트럼프 방중 앞두고 한미훈련 축소 검토해야”…진보 원로, 이재명 대북정책 좌담 전망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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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해법을 둘러싼 노선 갈등과 외교·안보 전략을 두고 진보 진영 원로와 이재명 정부 외교안보 라인이 마주설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6개월 시점에 맞춰 향후 대북정책의 방향을 두고 정치권 논쟁도 재점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3일 한반도평화포럼 주최로 열리는 특별좌담회에는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을 지낸 문정인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재정·정세현 전 장관,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참석해 이재명 정부의 통일외교안보정책을 평가하고 대안을 논의한다. 좌담회 명칭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북정책의 방향을 조명하는 성격에 맞춰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축사를 맡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현직 장관으로서 정부 입장을 설명하면서 진보 원로들의 제언을 청취할 계획이다. 정 장관은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데 이어 다시 통일부 수장을 맡고 있어, 진보 진영의 남북관계 구상과 현 정부 정책 사이의 접점을 찾는 역할에 나설지 주목된다.  

 

이날 좌담회에서 발제를 맡은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사전에 배포된 발제자료에서 내년 북미관계 변곡점을 전망했다. 양 교수는 내년 4월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 미중관계 조정의 계기가 되는 동시에, 북한 문제를 둘러싼 미국의 외교 공간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양 교수는 내년 상반기 한미연합훈련의 조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북미대화 재개를 현실적 목표로 삼는다면 내년 상반기 한미연합훈련의 일시 중단 또는 축소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훈련 강도 조절은 안보 공백이 아니라 협상 모멘텀을 형성하기 위한 전략적 카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좌담회에 나서는 문정인 명예교수와 이재정·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은 그동안 단계적 제재 완화, 체제 안전 보장, 상호 동시행동 원칙 등을 주장해 온 인물들이다. 따라서 북미대화 재개와 연동한 남북 교류 재가동,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문 명예교수는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의 축소와 조정을 거듭 주장해 왔다.  

 

정세현 전 장관 역시 남북·북미 대화가 멈춘 상황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수록 ‘대화 복원 비용’이 커진다고 지적해 왔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북미 정상회담 경험을 거론하며 “정상 간 톱다운 합의가 예고될 때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를 적절히 병행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여러 차례 제기한 바 있다. 이번 좌담회에서도 한미연합훈련의 탄력적 운용이나 남북 군사공동위원회 재가동 필요성이 거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은 안보 구도 변화가 한반도 평화와 인권, 젠더 이슈에 미치는 영향을 짚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과거 시민사회 활동과 여성 정책 경험을 토대로 제재와 군사 긴장이 북한 주민의 인도적 상황에 미치는 파장을 비판적으로 분석해 왔다. 이재명 정부 대북정책이 인권과 평화 담론을 어떻게 균형 있게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도 뒤따를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좌담회를 계기로 진보 진영 원로들의 대북 ‘노선 제시’가 이재명 정부 통일외교안보정책의 방향성과 충돌하거나 보완하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여당 일각에선 한미연합훈련의 축소·중단 주장이 안보 공백을 초래하고 한미동맹에 부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반면 야권과 진보 진영에서는 “훈련 강도 조절이야말로 외교공간을 넓히는 현실적 카드”라며 남북·북미 대화 재개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유연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한미연합훈련을 둘러싼 논쟁은 향후 북핵 대응 전략과 직결된 만큼, 이번 좌담회 발언 내용이 향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국방위원회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내년 상반기 북미대화 재개 여부에 따라 이재명 정부의 대북·대미 전략 전반이 수정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책 당국이 이날 좌담회에서 제시될 진보 진영 원로들의 제언을 어느 수준까지 수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부와 외교부, 국방부는 북미·남북관계 변수를 면밀히 지켜보며 한미연합훈련의 일정과 규모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방안을 계속 검토할 전망이다. 국회 역시 향후 회기에서 한미연합훈련과 대북정책 방향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는 동시에, 북미대화 재개 시에 대비한 초당적 대응 방안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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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정세현#양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