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전자약 GVD-01 선정…아리바이오, NECA 지원 속 상용화 가속
치매 전자약 기술이 정밀의료와 디지털 치료제 사이를 잇는 새로운 치료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리바이오가 개발한 치매 전자약 GVD-01이 한국보건의료연구원 NECA의 신의료기술평가 길라잡이 서비스 대상 기술로 선정되면서, 알츠하이머병을 겨냥한 비침습 뇌 자극 기기의 상용화 일정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전통 약물 기반 치매 치료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전자약 분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아리바이오는 30일 자체 개발 비침습 치매 전자약 GVD-01이 NECA 신의료기술평가 길라잡이 서비스 대상 기술로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해당 서비스는 신의료기술평가와 보험 등재를 준비하는 의료기기·기술을 대상으로, 확증 임상 설계부터 자료 제출, 평가 전략 수립까지 전 과정에 대해 공공 연구기관이 자문과 지원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선정으로 GVD-01은 확증 임상, 신의료기술평가, 상용화 및 시장 진입 전반에 걸쳐 체계적인 지원을 받게 됐다.

특히 이번 선정은 GVD-01이 단순 파일럿 수준을 넘어 제도권 의료기술로 편입되기 위한 준비 단계에 공식 진입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회사는 NECA 자문을 토대로 임상 설계의 신뢰도를 높이고, 국내외 의료기기 허가와 급여화 전략을 동시에 정교화한다는 계획이다. 아리바이오는 이를 통해 국내 인허가뿐 아니라 해외 규제기관과의 협의 과정에서도 객관적 근거를 확보하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GVD-01은 알츠하이머병에서 관찰되는 40Hz 감마파 감소와 뇌 혈류 저하가 병태 생리와 연관돼 있다는 연구 결과에 착안해 설계된 치매 전자약이다. 40Hz 감마파는 뇌의 인지 기능과 연관된 리듬성 뇌파로, 최근 학계에서는 특정 주파수 자극을 통해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 감소, 미세아교세포 활성 조절 등 질환 기전 조절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GVD-01은 이와 같은 감마파 주파수 대역에 맞춰 경두개 음향진동자극 tVAS 기술을 적용해, 두개골을 통과하는 저강도 음향 기반 진동으로 뇌 신경망 활성화와 뇌 기능 보호를 유도하도록 설계됐다.
기존 치매 약물 치료가 주로 화학물질을 통한 신경전달물질 조절이나 단백질 제거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GVD-01은 뇌 기능 회로 자체의 리듬과 혈류 환경을 조정하는 비약물 기전이 특징이다. 비침습 방식으로 두피 외부에서 자극을 전달하기 때문에, 침습적 뇌 심부 자극 기기 등에 비해 수술 부담이 없고 안전성 프로파일을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설계할 수 있다는 점도 차별점으로 꼽힌다. 헤드밴드 형태로 제작돼 고령 치매 환자도 가정이나 생활 환경에서 비교적 쉽게 착용할 수 있도록 한 점도 실제 사용성에서 강점으로 평가된다.
아리바이오는 이미 대학병원을 통한 탐색 임상 단계를 마무리한 상태다. 탐색 임상은 적정 용량, 자극 강도, 투여 빈도와 같은 기초 파라미터와 안전성, 초기 효능 시그널을 확인하는 단계다. 현재는 보다 대규모 환자군을 대상으로 객관적 유효성을 입증하는 확증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했다. 회사는 확증 임상에서 인지 기능 척도 변화, 뇌 영상·뇌파 기반 바이오마커, 일상생활 수행능력 평가 등을 종합 지표로 활용해 임상적 유효성과 제도적 타당성을 동시에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NECA 길라잡이 서비스 선정은 GVD-01의 국내 신의료기술평가 대응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신의료기술평가는 새로운 의료행위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제도다. 통과 여부에 따라 건강보험 수가 적용 가능성과 의료기관 도입 속도가 크게 갈린다. 전자약처럼 기존 분류에 없는 기술은 평가 프레임 설정이 까다로운 편인데, NECA의 사전 자문을 통해 적절한 비교 대조군 설정, 평가 지표 선정, 비용 효과성 분석 구조를 조기에 정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차원에서 치매 전자약 개발 경쟁도 가열되는 양상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전기·자기·광학 자극을 활용한 비침습 뇌 자극 기기가 우울증, 불면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을 대상으로 허가를 받은 사례가 나오고 있으며, 알츠하이머병과 경도인지장애로 적응증을 확장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알츠하이머 분야에서는 장기간 치료와 복합 약물 병용이 필요해, 안전성과 사용 편의성이 핵심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헤드밴드 형태의 음향진동자극이라는 GVD-01의 설계는 이런 글로벌 흐름 속에서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리바이오는 GVD-01의 해외 진출을 위해 미국, 유럽, 일본, 중동 지역 파트너와 연구개발 및 사업화 협력을 추진 중이다. 각 지역의 규제 요건과 임상 설계 관행이 다른 만큼, 국내 확증 임상 성과를 기반으로 현지 병원 및 연구기관과 공동 임상을 설계하는 방안도 병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는 확증 임상과 국내 신의료기술평가를 마무리한 뒤 2027년을 전후해 미국 식품의약국 FDA를 포함한 주요 국가에서 의료기기 허가 신청을 단계적으로 진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산업계에서는 고령화 가속과 함께 치매 관리 비용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약물과 비약물 치료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치료 모델이 확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자약이 약물 복용량을 줄이거나 부작용을 완화하고, 병의 진행을 늦추는 보조 축으로 자리 잡을 경우, 건강보험 재정과 장기요양 비용 관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장기간 자가 사용 기기의 특성상 환자 순응도 관리, 데이터 수집과 개인정보 보호, 장비 유지보수 체계 구축 등이 향후 제도 설계의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아리바이오 관계자는 GVD-01의 글로벌 상용화를 위해 파트너들과의 공동 연구개발과 사업화 논의를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확증 임상과 국내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친 뒤 2027년을 기점으로 미국 FDA 등 주요 규제기관에 순차적으로 의료기기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NECA 선정으로 GVD-01이 실제 의료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그리고 치매 치료 패러다임 전환의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