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에 영향력 행사” 주장…이종호, 의원·공수처장 사진 내세워 금품 요구 파문
국회·법조계 고위 인맥을 내세워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차 ‘주포’ 이정필씨의 관계가 논란에 휩싸였다. 김건희 여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 전 대표가 ‘재판 청탁 로비’를 대가로 거액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치권이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29일 연합뉴스가 확보한 공소장에 따르면, 이종호 전 대표는 2022년 5월 이정필씨에게 자신이 국회의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정계·법조계 인맥을 활용해 재판 결과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두 사람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재판을 받았고, 이정필씨는 추가로 횡령과 배임 혐의로도 기소된 상태였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이 전 대표가 이씨와 반복적으로 접촉하면서 신뢰를 쌓았고, 이씨가 실형 선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던 점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종호 전 대표는 “김건희나 VIP(윤석열 대통령)에게 이야기해 집행유예가 나오도록 해주겠다”, “재판부와 이야기를 다 해놓았다”, “김건희가 계속 사건을 챙겨보고 있다”고 말하며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우리 재판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로부터 그림을 사줘야 한다”며 2천만원을 요구했으며, 이정필씨가 리스료 미납으로 추가 횡령 고소를 당하자 “담당 경찰서 수사과장을 잘 아니 사건 잘 해결해 주겠다, 1천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던 정황도 특검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 같은 과정에서 이종호 전 대표는 2022년 5월부터 10월까지 총 8천390만원을 이정필씨로부터 수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정작 이정필씨는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종호 전 대표 측은 “이정필씨와 만난 건 사실이지만 금전 거래나 재판 관련 청탁은 전혀 없었다”고 전면 부인했다. 이어 “특검팀이 이씨의 진술만을 근거로 기소했을 뿐 물증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은 이번 사건의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여야간 신뢰와 투명성, 사법 정의와 관련한 논의를 재점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고위층 인맥을 앞세운 재판로비 시도 자체가 사법 신뢰를 저해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종호 전 대표의 첫 공판은 내달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 심리로 예정돼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 시민사회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향후 재판 결과가 관련 정국과 윤석열 정부의 도덕성 논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