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스피 3,920선 약보합…기관 매도에 상단 막혀도 코스닥 1.6% 강세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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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1일 장 초반 기관의 매도 우위 속에서 3,920선에서 약보합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코스닥은 정부의 활성화 정책 기대감에 힘입어 1%대 중반 상승세를 보이면서,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온도 차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투자자들은 외국인 수급 방향과 정책 구체화 수준이 연말 증시 흐름을 좌우할 변수로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9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99포인트 0.03퍼센트 내린 3,925.60을 기록했다. 장 초반에는 전장 대비 41.33포인트 1.05퍼센트 오른 3,967.92로 출발했지만, 상승 폭을 빠르게 반납한 뒤 하락 구간으로 돌아섰다. 직전 거래일 코스피가 1.5퍼센트 밀린 3,926.59에 마감한 데 이어 이날도 3,920선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약세 기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코스피, 기관 매도에 3,920대 약보합…코스닥 1.6% 상승
코스피, 기관 매도에 3,920대 약보합…코스닥 1.6% 상승

수급 측면에서는 기관 매도가 지수 상단을 눌러 앉히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투자가는 이날 오전까지 583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에 하방 압력을 주고 있다. 개인은 153억 원, 외국인은 611억 원 규모를 각각 순매수해 기관 매물을 받아내는 구도다. 외국인은 직전 거래일 코스피 현물 시장에서 2조370억 원을 순매도해 역대 최대 월간 순매도액을 기록했으나, 이날은 하루 만에 순매수로 돌아서며 일부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선물 시장에서는 외국인 수급이 엇갈리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을 412억 원 규모로 순매도하고 있어 현물과 선물 간 방향성이 다르게 나타나는 중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한 달간 외국인 매물이 집중되며 가격 부담이 완화된 만큼, 추가 대규모 매도보다는 선별적 매매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67.0원에 출발해 전날 종가보다 3.6원 하락했다. 원화 강세는 외국인 수급에 우호적인 요인으로 꼽히지만, 기관의 차익 실현과 포트폴리오 조정이 맞물리며 코스피 상단을 제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 증시는 비교적 긍정적인 환경을 제공했다. 지난주 말 뉴욕증시는 추수감사절 연휴로 조기 폐장해 거래가 한산했지만,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 소비 확대 기대가 부각되며 3대 주요 지수가 모두 상승 마감했다. 반도체 업종에서는 엔비디아가 1.8퍼센트 하락했음에도 마이크론이 2.70퍼센트, 브로드컴이 1.36퍼센트 오르며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1.82퍼센트 상승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기관의 매도 기조가 이어지면서 미국 증시 강세 효과가 온전히 반영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수급 상황에 대해 국내 증시는 수급 과매도 구간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크게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여기에 3차 상법개정안 등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져 국내 증시 하단을 방어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상장사 책임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 논의가 장기적으로 밸류에이션 제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도 감지된다.

 

시가총액 상위주 흐름은 업종별로 명암이 갈리고 있다. 자동차와 조선·방산 등 차화정·중공업 관련 종목은 약세다. 현대차는 2.68퍼센트, 기아는 2.28퍼센트 각각 하락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1.83퍼센트, HD현대중공업은 3.36퍼센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64퍼센트 떨어지는 등 경기 민감 색채가 강한 종목군에 매물이 출회되고 있다.

 

반면 반도체와 바이오 대표주는 상대적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0.30퍼센트, SK하이닉스는 0.47퍼센트 오르고 있다. 바이오 대형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56퍼센트, 셀트리온은 0.65퍼센트 상승 중이다. 업종별로는 제약이 1.24퍼센트 오르며 강세를 주도하고 있고, 의료정밀이 0.83퍼센트, 전기전자가 0.53퍼센트 상승하는 등 방어주와 기술주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운송장비가 1.72퍼센트, 전기가스가 1.83퍼센트 하락하는 등 경기 민감 업종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927.75로 전 거래일보다 15.08포인트 1.65퍼센트 상승했다. 코스닥은 장 초반 920.69에서 출발해 0.88퍼센트 오른 뒤,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 폭을 키우는 흐름이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가 중소형 성장주 중심의 매수세를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코스닥 수급을 보면 개인이 116억 원, 기관이 503억 원을 각각 순매수 중이고 외국인은 555억 원 규모를 순매도하고 있다. 외국인이 차익 실현에 나선 가운데 국내 자금이 정책 기대와 성장성에 베팅하는 구조가 두드러진다.

 

종목별로는 2차전지 대형주의 강세가 눈에 띈다. 에코프로비엠은 6.60퍼센트 급등했고, 에코프로는 4.73퍼센트 오르며 코스닥 이차전지 대표주의 상승장을 이끌고 있다. 바이오와 성장주에서도 알테오젠이 1.13퍼센트, 에이비엘바이오가 1.44퍼센트 상승했고, 로봇주인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53퍼센트 오르는 등 기술·바이오주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반면 펩트론은 3.68퍼센트 하락했고, 리노공업은 0.44퍼센트, 파마리서치는 1.60퍼센트 내리는 등 일부 종목에서는 차익 실현성 매물이 나오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뉴욕증시의 소비 기대와 미국 반도체 업종 강세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기관 중심 수급 부담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당분간 외국인의 현·선물 수급 방향과 함께 코스닥 활성화, 상법 개정 등 정부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과 일정이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흐름에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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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코스닥#외국인순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