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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용품 수입신고 자동화”…식약처, 규제 합리화로 검역속도↑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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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용품 수입 절차에 디지털 기반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수입검사 행정 패러다임이 달라질 조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위생용품 관리법 하위 규정을 손질해 검사 자동화와 신고 면제 대상을 넓히면, 반복적으로 수입되는 저위험 제품의 통관 속도가 빨라지고 데이터 기반 관리 효율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이 위생용품 수입 규제의 합리화이자, 안전성은 유지하면서 행정 부담을 줄이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9일 위생용품 관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내년 1월 28일까지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는 위생용품 중 위해 발생 우려가 낮고 반복적으로 수입되는 품목에 대해 수입신고 수리를 자동화하는 제도적 기반과, 견본품 등 일부 품목을 수입신고 면제 대상으로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된 위생용품 관리법은 이미 지난달 공포된 상태로, 관련 하위법령 정비를 거쳐 내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수입 위생용품에 대한 신고 수리 절차를 정보시스템을 통해 자동 처리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식약처는 자동화 대상 품목과 절차를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자동화 시스템의 적정성 확인과 운영 근거를 명문화했다. 통관 시스템과 연계된 전자적 심사 로직을 통해 신청 정보와 과거 검사 이력 등을 기계적으로 검토하고, 위해 가능성이 낮은 제품은 별도 수기 개입 없이 신고 수리를 진행하는 구조로 설계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특히 이번 기술적 전환은 기존 서류 기반·수기 검토 방식의 한계를 줄이고, 빅데이터를 축적해 장기적으로는 위험도 기반 선별검사 모델로 고도화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입신고 면제 대상 신설도 큰 변화다. 그동안 위생용품은 소량이더라도 원칙적으로 수입신고 대상이어서 견본품, 시험용 제품 등 상업적 유통과 거리가 먼 물량까지 행정 절차를 거쳐야 했다. 개정안은 국민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부 견본품 등을 신고 의무에서 제외해, 연구·품질시험·전시회 활용 등을 위한 수입 시 처리 기간과 비용 부담을 줄이도록 설계됐다. 업계 입장에서는 제품 테스트나 해외 신규 공급처 발굴을 위한 샘플 도입 과정에서 절차가 간소화되는 셈이다.

 

수입검사 결과 공개 범위도 넓어진다. 개정안은 수입검사의 결과를 어떤 항목까지, 어떤 방식으로 공개할지에 대한 기준을 규정해, 국민이 위생용품 안전 정보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데이터 공개는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와 동시에 기업 간 품질 경쟁을 자극해 전반적인 제품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기업 기밀과 직결되는 세부 정보까지 과도하게 공개될 경우 역차별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나올 수 있어 식약처의 세부 설계 방향에 관심이 모인다.

 

표시·광고 규제도 강화된다. 개정안은 허위·과대·비방 표시·광고의 범위를 구체화해, 위생용품이 질병 예방이나 치료 효능이 있는 것으로 소비자가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현을 명시적으로 금지 대상에 포함했다. 또 의사 등이 인증하거나 추천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표시·광고 역시 규제 범위에 추가했다. 이는 의료기기나 의약품에서 이미 적용 중인 엄격한 표시·광고 기준을 위생용품 영역까지 확장하는 것으로, 건강 기능을 암시하는 마케팅을 차단해 소비자 오인·과신을 줄이려는 의도다.

 

디지털 전환 흐름에 맞춘 현장 점검 체계 개편도 눈에 띈다. 위생용품 관련 출입·검사·수거를 수행하는 공무원이 자신의 권한을 입증할 수 있는 증표로, 기존 실물 위생감시원증뿐 아니라 전자문서 형태로 발급되는 디지털 위생감시원증도 인정하는 근거가 마련됐다. 향후 태블릿이나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비대면 확인 절차와 전자 서명 기반 행정 처리 등이 확산되면, 현장 점검의 효율성과 투명성이 동시에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지털 신분증 활용은 코로나19 이후 공공 분야에서 확산 중인 비대면 행정 인프라와도 맞물려 있어, 장기적으로는 전자기록 자동 저장을 통한 점검 이력 관리 고도화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제적으로도 생활용품과 위생용품 분야에서는 위험도 기반 수입검사와 전자적 통관 시스템이 보편화되는 추세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은 수입 이력과 위반 전력, 제품 유형을 점수화해 고위험 품목만 정밀 검사를 하고, 저위험 반복 수입품은 간소화된 절차로 처리하는 모델을 확산하는 중이다. 한국이 이번 개정을 통해 정보시스템 기반 자동화와 데이터 공개를 확대하면, 글로벌 기준과의 정합성을 높이는 동시에 통상 환경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시스템 자동화가 곧바로 검사 인력 축소, 통제 약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정보 입력 오류나 시스템 설계 미비 시 저위험으로 분류된 제품에서 예상치 못한 위해 사례가 발생할 여지가 있어서다. 업계와 소비자 단체 사이에서는 자동화 도입 초기 단계에 충분한 모니터링 기간을 두고, 문제 발생 시 신속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수입신고 면제 대상 확대가 불법 유통이나 회색지대 활용로 악용되지 않도록, 사후 관리 체계를 정교하게 짜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식약처는 이번 개정으로 수입 위생용품 처리 속도를 높여 국민 편의를 강화하고, 영업자의 행정 부담과 비용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민 안전을 전제로 수입검사 규제를 합리화하고, 위생용품 산업이 제도 변화에 맞춰 품질과 데이터 관리 역량을 함께 강화할 수 있도록 후속 지침과 교육도 병행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산업계는 디지털 기반 수입관리 체계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매끄럽게 작동할지, 그리고 자동화와 면제가 안전과 신뢰를 해치지 않는 균형점에서 운영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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