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AI로 심정지 예측 고도화…뷰노, 산업부장관상 수상
인공지능을 활용한 심정지 예측 기술이 병원 현장의 위기 대응 방식을 바꾸고 있다. 국내 의료AI 1세대로 꼽히는 뷰노가 자사 심정지 예측 솔루션을 앞세워 국내를 넘어 글로벌 임상 현장에서 성과를 입증하면서, 인공지능 기반 중환자 관리 시장 경쟁 구도가 새 국면을 맞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이번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수상이 의료AI의 실사용성과 안전성 검증 경쟁을 가속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뷰노는 2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의료AI 산업대상 시상식에서 글로벌 부문 우수 기업에 선정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았다. 이번 행사는 뉴시스가 주최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벤처기업협회가 후원해 의료현장에서 기술력과 혁신성을 입증한 기업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수상의 핵심 근거는 뷰노의 AI 기반 심정지 예측 의료기기 뷰노메드딥카스다. 딥카스는 일반병동 입원 환자의 생체신호, 검사 결과, 경과 기록 등 다차원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향후 24시간 안에 심정지가 발생할 위험도를 점수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병원 내 신속대응팀과 임상의가 이 점수를 토대로 고위험군 환자를 조기에 찾아내 사전 모니터링 강화, 중환자실 전실, 약물 조정 등 선제적 처치를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조기경보시스템이 가진 과다 알람 문제를 줄이면서도 예측 성능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공동으로 진행된 연구에서 약 10만 명 규모의 입원 환자 데이터를 통해 AI 예측 정확도를 유지하면서 경보 알람 수를 최대 63퍼센트 낮춘 결과가 도출됐다. 불필요한 알람을 줄여 의료진 피로도를 줄이고, 실제 위험 환자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게 된 구조다.
딥카스는 국내에서는 이미 상용화 단계에 올라섰다. 현재 데모를 포함해 약 6만2천 병상 규모 의료기관에서 사용되고 있어, 일반병동 중심의 AI 기반 중환자 관리 솔루션으로는 가장 넓은 적용 범위를 확보한 사례 중 하나로 평가된다. 실제 임상 환경에서 다수의 병상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며 경보 발생 빈도와 실제 심정지 발생 간 상관관계를 축적하는 과정이 진행 중이다.
글로벌 인증과 학술 성과는 해외 진출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딥카스는 유럽 CE MDR 승인을 획득해 유럽 의료기기 규제 체계에서 안전성과 성능을 인정받았고, 미국에서는 식품의약국으로부터 혁신의료기기 지정을 받았다. 혁신의료기기 지정은 규제기관이 기술의 잠재적 임상적 이점을 인정했다는 의미로, 추후 인허가 심사 과정에서 우선 검토와 밀착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연구 측면에서도 글로벌 영향력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딥카스 관련 연구가 2025년 미국 심장협회 CPR ECC 가이드라인의 병원 내 심정지 예방 파트에 등재되며, 심폐소생술과 심정지 관리 분야 국제 가이드라인에 AI 예측 모델이 반영되는 사례로 기록됐다. 학계에서는 이 같은 사례가 앞으로 병원 내 심정지 관리 프로토콜에 AI를 포함시키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뷰노는 기술 전시와 해외 전문가 네트워크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중환자 치료 전문 컨퍼런스 AACN NTI 2025에 참가해 딥카스를 소개했고, 현지 중환자의학과 간호 전문가들로부터 예측 결과의 직관성과 경보 감소 효과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병원 내 사망률 감소, 재원 일수 단축, 비용 절감 효과를 검증하는 후속 연구도 논의되고 있다.
글로벌 의료AI 시장에서는 이미 영상 판독, 병리 진단, 중환자실 모니터링 등 다양한 영역에서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심정지, 패혈증, 급성 호흡부전 등 치명적 이벤트를 예측하는 솔루션이 잇달아 개발되고 있으며, 학습 데이터 규모, 실시간 처리 성능, 알람 최적화 수준이 주요 비교 지표가 되고 있다. 뷰노는 일반병동을 겨냥한 심정지 예측 솔루션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실제 다기관 대규모 데이터 기반 근거를 쌓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 우위를 노리는 전략으로 보인다.
다만 의료AI의 본격 상용화를 위해서는 각국 인허가 제도, 보험수가, 책임 소재 규정 등 복합적인 제도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심정지 예측처럼 생명과 직결된 기술은 오탐과 미탐에 따른 법적 책임, 알고리즘의 설명 가능성, 편향성 관리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 CE MDR, 미국 FDA 혁신의료기기 제도는 이런 리스크를 통제하면서 신기술 도입을 지원하기 위한 틀로 활용되는 추세다.
김택수 뷰노 최고전략책임자는 시상식에서 1세대 의료AI 기업으로서 축적한 임상 근거와 현장 경험을 기반으로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신뢰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환자 안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술 검증과 근거 창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심정지 예측을 넘어 다양한 중환자 관리 영역으로 AI 적용 범위를 넓혀가겠다는 계획을 언급했다.
산업계에서는 뷰노의 이번 수상을 계기로 국내 의료AI 업체 전반에 근거 중심 경쟁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병원 데이터와 국제 가이드라인에 기반한 검증이 시장 진입의 조건으로 자리 잡으면서, 기술과 윤리, 산업과 제도 간 균형을 맞추는 기업만이 글로벌 무대에서 지속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료계와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국내를 넘어 해외 의료현장에서도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