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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재건 한국도 역할하길 요청"...이재명·알시시, 정상간 직통 채널 구축 합의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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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재건을 둘러싼 국제 공조 논의에 이재명 대통령과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맞붙었다. 양국 정상은 장시간 회담을 통해 중동 정세와 경제 협력, 교육·문화 교류까지 폭넓게 논의하며 향후 협력 구도를 가다듬는 데 집중했다.  

 

20일 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은 카이로에서 알시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교육과 문화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 CEPA 추진, 가자지구 재건 참여 문제 등을 논의했다. 회담 뒤 브리핑에 나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카이로 프레스센터에서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위성락 실장은 두 정상이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크게 늘어난 4시간 30분 동안 공식 오찬을 포함해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 정상이 공식 오찬까지 포함해 당초 예정됐던 2시간 45분을 훨씬 넘겨 4시간 반에 걸쳐 시간을 보냈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집중 협의했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회담에서 내년 알시시 대통령의 방한 계획을 언급하며 후속 논의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내년 알시시 대통령이 10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다”며 “오늘 얘기를 나눈 사항에 대해 후속 논의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위 실장은 소개했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정상 간 직접 소통 채널을 새로 구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위성락 실장은 “두 정상이 오늘 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직접적 소통 채널을 구축하고 실질적인 협력 성과를 만들어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정상 간 직통 협의 라인을 바탕으로 경제·안보·지역 현안 등에서 신속한 조율을 시도하겠다는 구도다.  

 

경제 협력과 관련해 한·이집트 CEPA 논의도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 실장은 “최근 양국이 공동연구를 마쳤다”며 “CEPA 본격 추진을 위한 공동선언을 준비하고 있으며 기술적 문제만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CEPA 체결 시 “시장 개방이 넓어지며 무역이 촉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조업과 인프라 개발 등에서 한국 기업의 북아프리카 진출 교두보가 넓어질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가자지구 재건 문제는 중동 정세와 직결된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위성락 실장은 “이집트가 우리에게 재건 활동에 있어서 역할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며 한국 측도 이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도 참여하기로 동의했다”고 밝히며 한국이 재건 과정에 일정 부분 책임을 분담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다만 군 파견 등 군사 개입 가능성은 선을 그었다. 위 실장은 “군이 참여하는 것은 아니고, 재정지원이나 민간 참여가 주를 이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과 협의해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도 어떤 형태로든 기여를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가 미국과 이집트 등과 보조를 맞춰 인도적·경제적 지원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일정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이어진다. 21일 이집트 일정을 마무리한 이 대통령은 남아공으로 이동해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위성락 실장은 남아공에서 프랑스와 독일 등 주요국 정상과의 회담이 예정돼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와의 정상회담에서는 내년 주요 7개국 G7 의장국을 맡는 프랑스와 국제정세, 경제안보 현안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위 실장은 “내년 주요 7개국 G7 의장국을 수임하는 프랑스와 국제정세 및 다양한 경제 안보 현안에 관해 긴밀히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전환, 공급망,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안보 환경 등이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독일과의 정상회담에서는 산업과 교역 협력이 주된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위 실장은 “독일은 한국의 유럽 내 최대 교역국이자 제조업 강국”이라며 “국제 경제질서 변화에 대응하는 경제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와 자동차, 친환경 기술 분야에서의 협업 확대가 주요 축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뒤따랐다.  

 

이처럼 이재명 대통령의 중동·아프리카 순방이 CEPA, 가자지구 재건, G20 계기 양자 정상회담 등으로 촘촘히 채워지면서 한국 외교의 경제·안보 의제가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는 향후 정례적인 정상 간 소통 채널을 가동하며 CEPA 타결, 가자지구 재건 참여 범위, 프랑스·독일과의 경제안보 협력 구체화를 단계적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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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알시시#가자지구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