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장초반 2%대 급락…외국인·기관 동반 매도에 반도체 직격탄
인공지능 AI 산업의 거품 논란이 재부각되고 이번 주 미국 주요 경제지표 발표를 앞둔 경계 심리가 겹치며 국내 증시가 15일 장 초반부터 크게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낙폭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한층 강화된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10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90.94포인트 2.18 떨어진 4,076.22를 기록했다. 장 시작과 함께 4,053.74까지 밀리며 전장 대비 113.42포인트 2.72 하락 출발한 뒤 낙폭을 일부 만회했으나 여전히 2 수준의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공세가 두드러진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오전에만 2,024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기관 투자자도 513억 원 규모를 순매도하며 매도 우위를 보였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2,512억 원을 순매수하며 하락한 가격대에서 저가 매수에 나서며 방어에 나섰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외국인의 이탈이 뚜렷하다.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 2,839억 원어치를 순매도해 현물과 선물을 동시에 던지는 흐름을 이어갔다. 개인 역시 선물시장에서 1,004억 원을 순매도했고, 기관만이 4,140억 원 규모 순매수로 매수 우위를 나타내며 수급을 떠받치는 구도를 형성했다.
환율도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전 거래일보다 2.3원 오른 1,476.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글로벌 위험자산을 피하고 달러 등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움직임이 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환율 상승이 외국인 매도세를 부추기며 수급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해외 증시는 지난주 말부터 약세로 돌아섰다. 12일 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51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 S&P 500 지수는 1.07 떨어졌다.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종합지수는 1.69 급락하며 3대 지수 가운데 낙폭이 가장 컸다.
뉴욕 증시 약세 배경에는 AI 관련 실적과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자리하고 있다. 브로드컴의 호크 탄 최고경영자 CEO가 실적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마진 악화 가능성을 언급한 점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오라클의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 우려도 제기되면서 AI 인프라 투자 모멘텀에 대한 시장 기대가 일부 되돌려진 상황이다.
연방준비제도 연준 인사들의 매파 성향 발언도 위험자산 선호를 억누르는 재료로 작용했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 등 주요 인사들이 물가와 기준금리를 둘러싸고 경계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됐다.
국내에서는 반도체 대형주가 글로벌 기술주 조정과 AI 산업 수익성 우려의 직격탄을 맞는 구도다. 삼성전자는 오전 9시 10분 현재 전장보다 3.49 내린 10만4,100원에 거래됐다. SK하이닉스도 4.20 떨어진 54만7,000원에 거래되며 낙폭이 더 컸다. AI 관련 투자 기대를 타고 줄곧 강세를 보여온 종목에 차익 실현성 매물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시가총액 상위주 전반으로 매도가 확산됐다. SK스퀘어는 6.17 급락했고, HD현대중공업은 3.66 하락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삼성물산은 각각 3.64, 3.53 내렸다. 두산에너빌리티도 3.39 떨어졌고, LG에너지솔루션은 2.13 하락하는 등 대형주 전반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업종별로는 차별화가 뚜렷했다. 건설업 지수가 5.15 떨어져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고, 전기전자 3.49, 기계장비 2.55, 의료정밀 2.52, 증권 2.29, 운송장비부품 2.12, 금융 1.66 등이 약세를 보였다. 반면 금속 업종은 2.87 상승했고, 음식료담배 0.53, 종이목재 0.40 등 일부 내수·방어 성격의 업종은 강세를 나타내며 조정장에서 피난처 역할을 하는 분위기다.
중소형주 중심의 코스닥 지수도 동반 약세를 이어갔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9.97포인트 1.06 낮은 927.37을 기록했다. 지수는 장 초반 925.60까지 떨어지며 11.74포인트 1.25 하락 출발한 뒤 완만한 등락을 보이고 있다.
코스닥 시장 수급 역시 기관과 외국인 매도, 개인 매수 구조가 나타났다. 외국인은 147억 원, 기관은 229억 원을 각각 순매도했고, 개인은 419억 원을 순매수했다.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코스닥에서는 수급 방향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계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흐름은 종목별로 엇갈렸다. 케어젠은 1.26 상승했고, 알테오젠과 에이비엘바이오도 각각 0.92, 0.47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반면 리노공업은 3.46 떨어졌고, 파마리서치와 삼천당제약도 각각 2.41, 2.40 하락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역시 2.30 내리며 약세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AI 관련주의 거품 논란 재점화, 연준 인사의 매파 발언, 뉴욕 증시 기술주 약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글로벌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해석한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의 선물·현물 동반 매도가 겹치면서 국내 주식시장의 단기 수급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주 예정된 미국 주요 경제지표 발표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물가와 성장 지표가 연준의 추가 매파 기조를 뒷받침할 경우 기술주를 중심으로 조정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한편, 예상보다 둔화된 물가 흐름이 확인되면 위험자산 선호가 일부 회복될 여지도 거론된다. 국내 증시 향방도 미국 지표 결과와 연준 통화정책 기대 변화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