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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무릎 재수술 효율화"…연세사랑병원, 1000례 달성으로 정밀 통증관리 부각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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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3D 시뮬레이션, 로봇 수술이 결합된 인공관절 기술이 정형외과 수술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특히 평균 수명이 늘면서 인공관절의 재치환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고난도 재수술을 얼마나 정밀하고 안전하게 수행하느냐가 의료기관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정밀 영상과 인공지능 기반 수술 계획, 통증 관리까지 통합한 무릎 인공관절 재수술 시스템이 고령사회 관절 의료 시장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보건복지부 지정 관절전문 연세사랑병원은 최근 무릎 인공관절 재치환술 1000례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최근 10년 동안만 833례가 집계됐다. 무릎 인공관절의 내구성은 현재 평균 20년 정도로 평가되며, 과거 10년에서 15년 수준이던 수명이 꾸준히 길어지고 있다. 병원 측은 제3세대 인공관절 디자인, 네비게이션 수술, 로봇 수술, 인공지능 기반 3차원 수술 시뮬레이션, 맞춤형 수술도구 등 디지털 기술이 도입되면서 수술 정렬 정확도와 삽입물 위치 정밀도가 향상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무릎 인공관절은 대개 일정 기간 사용 후 마모가 발생하지만, 고령화로 인한 사용 기간 증가뿐 아니라 초기 수술에서의 부정정렬, 인공관절 불안정성, 삽입물 해리, 감염 등으로 재수술이 필요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내외 연구들에서는 전체 인공관절 수술의 5퍼센트에서 10퍼센트 정도가 재치환 대상이 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수요층 확대와 함께 재수술의 의료적 난이도와 비용 부담이 의료 시스템 전반에 부담 요인으로 거론돼 왔다.

 

무릎 인공관절 재수술은 첫 수술보다 훨씬 복잡한 공정을 거친다. 기존 삽입물을 제거하면서 남아 있는 뼈와 인대 구조를 최대한 보존해야 하고, 감염 여부를 정밀 분석해 재치환 시점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세사랑병원 자체 집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재수술을 받은 833명 가운데 70대 이상 고령 환자가 58퍼센트인 483명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고령 환자는 심혈관 질환, 당뇨, 골다공증 등 다양한 기저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수술 전 내과 전문의에 의한 전신상태 평가가 필수적이다.

 

영상의학적 원인 분석과 감염 여부 진단, 마취 계획 수립, 수술 후 통증 조절과 재활 계획까지 전 과정이 유기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도 난도를 높이는 요소다. 재수술이 가능한 의료기관은 상급병원을 중심으로 늘고 있지만, 정형외과와 내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재활의학 영역이 긴밀하게 연계된 다학제 시스템을 충분히 갖춘 곳은 아직 많지 않다. 이로 인해 재수술이 필요함에도 적기에 전문치료를 받지 못하고, 첫 수술 당시와 비슷하거나 더 심한 통증 속에서 일상생활에 제약을 겪는 환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세사랑병원 인공관절재수술센터는 누적 1000례 경험을 기반으로 표준화된 재수술 프로토콜을 구축해 수술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정형외과, 내과, 영상의학과, 통증의학과가 참여하는 협진 시스템을 전면 가동해 정확한 원인 진단, 환자 상태에 맞춘 수술 전략, 수술 후 통증 관리와 재활까지를 하나의 경로로 설계하는 방식이다. 특히 AI 기반 3차원 시뮬레이션과 로봇 수술 장비를 활용해 수술 전 삽입물 위치와 절삭 범위를 가상 환경에서 반복 검증하고, 실제 수술에서는 로봇과 내비게이션을 통해 계획된 각도와 깊이를 그대로 구현하도록 지원한다.

 

이 같은 디지털 수술 계획과 다학제 협진 체계를 통해 재수술 시간도 단축되고 있다. 보통 인공관절 재수술은 첫 수술 대비 두 배 이상 시간이 걸리는 고난도 수술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연세사랑병원 재수술센터의 최근 평균 수술 시간은 1시간 10분에서 20분 수준으로, 첫 수술 평균 40분에서 50분에 비해 약 30분 정도만 더 소요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수술 시간이 줄어들면 마취 유지 시간과 출혈, 감염 위험 등을 상대적으로 낮출 수 있어 고령 환자에게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로봇 수술과 인공지능 기반 수술 계획을 결합한 인공관절 수술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북미와 유럽 일부 병원들은 수술 전 CT와 MRI를 통합 분석해 환자별 무릎 정렬축과 연부조직 상태를 세밀하게 모델링한 뒤, 로봇 보조 시스템으로 절삭 위치를 자동 가이드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여기에 수술 후 통증 정도와 보행 데이터까지 디지털로 수집해 재활 프로그램을 조정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모델도 확산 중이다. 국내에서는 정밀 영상 기반의 수술 계획까지는 확산 속도가 빠르지만, 재활과 장기 추적 데이터를 통합한 플랫폼은 아직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무릎 인공관절 재수술은 현재 의료기기 허가체계 상 고위험 수술에 해당해 철저한 감염 관리와 품질 관리, 수술 기록 관리가 요구된다. 다만 디지털 시뮬레이션과 로봇 수술 소프트웨어는 별도 인증과 감독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와 AI 기반 수술 지원 시스템의 성능 검증, 책임 범위, 데이터 보호 기준 등이 명확해질수록 재수술 분야에서의 활용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본다.

 

연세사랑병원 측은 숙련된 의료진의 풍부한 임상 경험과 체계화된 수술 시스템 덕분에 재수술 부담을 일정 수준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병원은 향후 인공관절 재수술 분야 전문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고령 환자가 보다 안전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협진 모델을 고도화하고, 통증 관리와 재활 프로토콜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이 같은 수술 디지털화와 다학제 재수술 센터 모델이 실제 시장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지 주시하고 있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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