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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SW 주권이 승부 가른다”…한국 모빌리티, 5년 전환기→글로벌 3대 강국 시험대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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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산업의 패러다임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중심 체제로 급격히 이동하는 가운데, 한국이 향후 5년 안에 경쟁력의 기초를 갖추지 못할 경우 산업 주도권 상실이 우려된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한국공학한림원은 15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서울에서 2025 미래모빌리티포럼을 개최하고, AI 기반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와 자율주행 기술을 축으로 한 산업 재편 방향을 논의했다. 학계는 이 자리에서 향후 5년을 모빌리티 산업 전환의 골든타임으로 규정하며, 국가 차원의 기술 주권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포럼에서 홍성수 서울대 교수는 자동차 산업의 전환 국면을 분석하며 지금 시점을 후발주자에게 허락된 “매우 짧은 기회의 창”으로 규정했다. 그는 소버린 엔드 투 엔드 자율주행 인공지능 모델을 국가 주도 전략 자산으로 확보하는 한편, 국내 기술에 기반한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 플랫폼 상용화를 통해 2030년까지 AI 기반 SDV 3대 강국으로 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핵심 AI 모델과 이를 차량 전 영역에 배치·관리하는 소프트웨어 스택,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차세대 반도체 역량을 묶어 하나의 전략 체제로 구축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AI·SW 주권이 승부 가른다”…한국 모빌리티, 5년 전환기→글로벌 3대 강국 시험대
“AI·SW 주권이 승부 가른다”…한국 모빌리티, 5년 전환기→글로벌 3대 강국 시험대

홍 교수는 또 전환기 경쟁 구도를 설명하며 완성차 기업 간 경쟁을 넘어 AI 알고리즘, 운영체제,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까지 포괄하는 수직 통합형 생태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대규모 주행 데이터와 클라우드, 온디바이스 AI 칩을 결합해 자율주행 성능을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다며, 한국이 외산 플랫폼에 종속될 것인지, 독자 플랫폼을 축으로 협력 생태계를 구축할 것인지가 향후 5년 안에 결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정부의 선제적 연구개발 투자, 도심 자율주행 실증지구 확대, 안전 기준을 전제로 한 데이터 활용 규범 정비가 맞물려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중국 자동차 산업의 행보에 대한 경고도 제기됐다. 백서인 한양대 교수는 중국 로봇 굴기 동향을 소개하며 중국이 전기차 시장 점유율 경쟁을 넘어 AI 기반 미래차와 고도 자율주행차 중심의 구조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이 전기 파워트레인 가격 경쟁력 위에 센서와 칩,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유럽과 신흥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으며, 동시에 대규모 투자와 정책 지원을 통해 로봇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장기적으로 미래 모빌리티와 높은 호환성을 지닌다고 강조했다. 차량과 로봇이 동일한 AI·센서·액추에이터 기술 기반 위에서 상호 보완적으로 진화하면서, 생산 공정 자동화는 물론 물류, 도심 이동 서비스, 차량 내·외부 작업 지원 등 다양한 융합 비즈니스가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중국의 로봇 굴기 현실화가 가속되는 상황에서 한국도 강점 분야를 중심으로 임무지향형 로봇·모빌리티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기술 적용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규제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구 현장에서 축적된 핵심 부품 기술이 상용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도록, 규제 완화와 안전 기준 정립을 병행하는 정교한 정책 아키텍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국공학한림원은 포럼을 통해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 쟁점을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반도체 경쟁력, 그리고 로봇·자율주행 융합 역량으로 정리했다. 참여 전문가들은 내연기관 중심 제조 경쟁에서 축적한 강점이 새로운 패러다임에서는 충분조건이 되지 않는다고 진단하며, 차량용 고성능 컴퓨팅,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통신·보안, 데이터 인프라를 연결하는 국가 차원의 전략 맵 필요성을 강조했다. 동시에 스타트업과 중견 부품 기업이 AI·SW 전환의 실질적 동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개방형 플랫폼 기반 협력 모델과 위험 분담 메커니즘을 설계할 것을 제언했다.  

 

윤의준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모빌리티 산업이 직면한 구조 변화를 “하드웨어에서 AI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급변하는 대전환”으로 규정하며, 향후 5년의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미래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그는 정부와 산업계, 학계가 한 팀으로 움직여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2030년 글로벌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국가적 총력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빌리티를 자동차 산업의 연장선이 아니라 데이터·로봇·에너지·도시 인프라가 교차하는 전략 산업으로 재정의하고, 이에 걸맞은 중장기 투자와 제도 설계를 통해 향후 10년의 성장 궤적을 스스로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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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학한림원#미래모빌리티포럼#ai기반sd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