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빅파마 딜 러시 본격화”…4분기 글로벌 바이오텍 투자 심리 반등

정하준 기자
입력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메가딜이 연이어 성사되며 2024년 4분기 바이오텍 투자 심리가 반등할 조짐이다. 최근 미국의 관세정책과 약가 인하 등 정책 불확실성이 완화되자, 다국적 제약사(빅파마)들은 파이프라인 보강을 위해 경쟁적으로 인수합병(M&A), 라이선싱에 나서고 있다. 업계는 연말·연초를 기점으로 사업개발 활동이 대폭 활발해진 점에 주목하며, 올해 4분기를 ‘글로벌 딜 성수기’의 전형적 흐름으로 분석한다.

 

미래에셋이 7일 발표한 월간리서치 ‘글로벌 헬스케어 처방전’에 따르면, 총 계약금 3억달러 이상 글로벌 바이오딜은 매년 4분기에 건수와 거래규모 모두 최고치를 보여왔다. 실제로 2023년 4분기에는 약 80건에 이르는 대형거래가 이뤄졌으며, 총액도 200억달러에 달했다. 특히 10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거래가 몰리는 월별 트렌드도 반복되고 있다. 보고서는 올해 역시 이와 유사한 다수의 빅딜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제약사들이 서두르는 이유는 블록버스터 약품 특허 만료(특허절벽) 대응에서 찾을 수 있다. 오는 2029년까지 세계 시장을 이끈 주요 의약품의 특허가 잇따라 만료될 예정이어서, 빅파마들은 신규 후보물질과 신약 플랫폼을 발굴하기 위한 공격적 사업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2024년 들어 노바티스가 RNA 치료제 업체 애비디티 바이오사이언스를 약 120억달러에, 노보 노디스크가 지방간염 신약개발사 아케로 테라퓨틱스를 최대 52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화이자와 노보 노디스크가 일본 멧세라 인수전(100억달러 규모)에 뛰어들며 업계 이목이 집중되는 한편, 국내 디앤디파마텍의 경구 펩타이드 플랫폼(ORALINK) 기술이 글로벌 빅파마 딜의 접점으로 부상했다.

 

주목할 점은 중국 바이오텍의 존재감 확장이다. 올해에만 중국발 라이선스 아웃 대형 거래가 20건 이상 성사됐으며, 화이자의 3S바이오·다케다의 이노벤트 등은 각 10억달러를 넘는 선급금으로 계약을 맺었다. 이는 중국 기업들의 임상데이터 신뢰성 향상, 글로벌 협상력 강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2024년 선급금 5천만달러 이상 거래가 전체의 40%를 넘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바이오 파이프라인의 지형도가 신속하게 재편되는 한편, 미국·중국·유럽 업체들이 대형 딜을 통해 혁신 파이프라인 경쟁에 합류하고 있다. 한국 등 아시아 기업들은 독자 플랫폼·기술이전에 주력하며 글로벌 진출 기회를 엿보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산업은 정책 리스크와 특허만료라는 구조적 진입장벽을 넘어, 기술력·데이터·협상우위가 곧 시장 확장성으로 직결되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투자 업계는 올 4분기 이후 다수의 M&A와 기술수출, 동반성장 유형이 바이오텍 주가 및 중장기 지수 반등을 이끌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빅파마 사업개발 러시가 실질적 투자회수·기술 상용화로 이어질지, 글로벌 시장 판도 변화의 후속 변수를 주시하고 있다.

정하준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빅파마#노바티스#중국바이오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