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 후퇴 현실화”…트럼프 재집권 후 첫 APEC 경주선언, 다자무역 입장 논란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이 맞붙는 전선에서 경주에서 개최되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주목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처음 열리는 이번 APEC에서는, 지속된 미국발 관세 정책과 자유무역 질서의 후퇴라는 흐름이 정상 공동선언에 고스란히 반영될 전망이다. 21개 회원국이 최종 문안 조율에 돌입한 가운데, 공동선언 ‘경주 선언’에서 자유무역 지지 수위가 얼마나 약화될지 국제 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APEC 정상회의 공동선언 초안은 ‘WTO를 핵심에 두고’라는 기존 문구의 잔류 여부를 둘러싸고 치열한 협상이 진행 중이다. 2021년부터 매년 APEC 선언에 포함된 ‘WTO가 그 핵심을 이루는 규칙 기반의 다자간 무역 체제’라는 표현이 올해는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고, 설령 WTO 언급 자체는 남더라도 지지의 수위가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5월 제주에서 개최된 APEC 통상장관회의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미 감지된 바 있다. 당시에도 각국은 WTO의 중요성을 명시하는 선에서 공동성명에 합의했으나, 자유무역 원칙을 둘러싼 입장차가 뚜렷해 ‘핵심’이라는 용어는 유지되지 못했다. 특히 미국은 자국의 보호무역 강화 입장을 견지하며 중국을 비롯한 다수 회원국의 다자무역 옹호 목소리와 첨예하게 대립했다. 중국은 성명 협상 과정에서 “보호주의에 반대하고 다자주의를 지지한다”고 강조했지만, 이 내용은 미국의 반대로 최종 반영되지 않았다.
APEC 정상선언 준비 과정에서 한 외교 소식통은 “APEC의 핵심은 무역과 투자지만, 자유무역에 대한 시각 차이가 커 합의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통상장관회의 공동성명이 향후 정상선언의 방향성을 가늠할 중요한 기준”이라며, 보호무역 대 다자주의를 둘러싼 긴장 구도가 이번 경주 선언에서도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행사가 열리는 10월 31일부터 이틀간의 정상회의에는 불참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에 따라 자유무역 옹호를 내건 선언의 상징성이 한층 약화될 수 있다는 국제 사회의 우려가 팽배하다. 반면, 중국 시진핑 주석은 ‘다자주의 수호자’ 이미지를 앞세워 미국이 남긴 공간을 메우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정치권과 국제 통상 전문가들은 경주선언 결과가 앞으로의 세계 무역 질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 간 자유무역과 보호주의 사이의 긴장이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는 향후 APEC 회원국 간 합의 추이와 본회의 결과를 면밀히 주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