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보안 플랫폼 상장”…페스카로, 코스닥 입성으로 글로벌 공략
차량 보안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페스카로가 다음달 10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며 모빌리티 사이버보안 플랫폼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확산으로 자동차가 네트워크에 상시 연결된 컴퓨터로 진화하는 가운데, 차량 해킹 방어와 규제 대응 역량이 완성차와 부품사의 필수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상장이 차량 전 생애주기를 포괄하는 통합 보안 플랫폼 사업 모델의 검증이자, 글로벌 자동차 사이버보안 공급망 재편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6년 설립된 페스카로는 자동차 전장시스템 전문가와 화이트해커 출신 인력이 주축이 된 차량 통합 보안 플랫폼 기업이다. 회사는 코스닥 상장을 통해 총 130만주를 공모한다. 공모 비율은 13.45퍼센트이며, 공모 희망가는 주당 1만2500원에서 1만5500원 사이로 제시됐다. 총 공모금액 규모는 163억원에서 202억원 사이다. 일반 청약은 다음달 1일부터 2일까지 진행되고 NH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이 공동 주관을 맡았다. 확보 자금은 인수합병, 글로벌 시장 진출, 기술 개발에 투입되며 특히 차량 제어기 분야 확장을 위한 전장 역량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자율주행, 5G 통신, 클라우드 연동 등 첨단 기술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며 차량이 이른바 바퀴달린 컴퓨터로 불릴 정도로 IT 시스템화되고 있다. 전장 제어기와 외부 네트워크가 다층으로 연결되면서 해킹 공격면도 급격히 넓어지고 있다. 차량 한 대에는 수십 개 이상의 전자제어장치가 탑재되고, 차량 간 통신과 원격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이 지속적으로 변경되기 때문에 사이버 공격에 노출될 경우 탑승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 이슈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같은 위험 인식 속에 글로벌 규제 당국은 자동차 사이버보안 기준을 잇따라 강화하고 있다. 주요 시장에서는 차량 판매를 위해 사이버보안 인증을 의무적으로 취득해야 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정비되고 있다. 과거에는 양산 이전 검증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 규제는 차량 양산 이후에도 보안 위협에 대한 지속 대응과 업데이트까지 요구하는 추세다. 결과적으로 차량의 설계 단계부터 폐차까지 전 수명 주기에 걸친 보안 관리 역량이 완성차와 부품사의 경쟁력을 가르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페스카로는 이러한 규제 환경과 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세 가지 축으로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첫째는 차량 제어기를 직접 보호하는 전장부품 보안 솔루션으로, 차량 내부의 전자제어장치에 탑재되는 소프트웨어 형태로 제공된다. 둘째는 차량 통신 전 구간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차량통신 보안 솔루션으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결합된 제어기 형태로 구성된다. 셋째는 보안 설계, 구현, 통합, 운영은 물론 양산 이후까지 규제 대응을 지원하는 웹 기반 IT 솔루션으로, 자동차 사이버보안 규정 준수 업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돕는다. 특히 마지막 솔루션은 국제 규제에 맞춘 문서화, 위험 분석, 업데이트 관리 등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해 제조사들의 인력 부담을 줄이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플랫폼 전략을 바탕으로 페스카로는 이미 18개 제작사, 33개 차종, 45개 부품사와 협력해 213개의 제어기 양산 프로젝트를 수행한 이력을 보유했다. 또한 8개 반도체사와 협업하며 56개 반도체 모델을 지원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아키텍처별로 보안 솔루션을 사전에 확보해 둠으로써 고객사가 새로운 플랫폼을 도입할 때 개발 기간을 줄이고 인증 리스크를 낮추도록 설계한 구조다. 회사는 주요 고객사가 국제 4대 자동차 사이버보안 인증으로 꼽히는 CSMS, SUMS, VTA, ISO SAE 21434를 모두 취득할 수 있도록 기술 지원을 진행해 왔으며, 인증 획득 시점을 앞당기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한다.
홍석민 페스카로 대표는 기존 보안 기업들과의 차별점으로 공급망 내 위치를 강조한다. 그는 일반적인 보안 전문기업이 제작사 요구사항을 수행하는 서드파티 역할에 머무는 반면, 페스카로는 차량 제작사와 부품사 사이에 위치한 이른바 티어 0.5로서 차량 전체 수준에서 사이버보안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제작사와 함께 보안 요구사항을 정의한다고 설명한다. 완성차가 내부에 별도 대규모 보안 조직을 꾸리지 않고도 통합 아키텍처 설계와 인증 대응을 일괄 위탁할 수 있어 개발 부담과 프로젝트 복잡도가 줄어드는 구조라는 평가다.
재무적으로 페스카로는 5년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수익은 143억원, 영업이익은 13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당기순손익은 79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회사 측은 상환전환 우선주의 회계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일시적 손실로, 관련 우선주는 현재 모두 보통주로 전환돼 손실 요인이 해소됐다고 설명한다. 상장 이후에는 선제적인 연구개발과 인수합병에 따른 투자를 지속하면서도 차량용 보안 소프트웨어의 반복 매출 구조를 기반으로 수익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전략도 병행된다. 페스카로는 세계적인 자동차 사이버보안 정보공유 협의체인 오토아이삭과 국내 기업 최초로 이노베이터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국제 네트워크를 넓혔다. 이를 발판으로 중국, 일본, 인도, 북미, 유럽 등 핵심 자동차 시장마다 현지 고객 요구에 맞춘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지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회사는 이러한 해외 사업 확장을 통해 2030년까지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을 60퍼센트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각국 규제와 인증 기준이 빠르게 정교해지는 가운데, 차량 한 대에 적용되는 보안 규정이 수백 개에 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전장 아키텍처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보안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플랫폼 설계의 출발점으로 자리 잡는 추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향후 차량 보안 플랫폼 사업자가 단순 솔루션 공급을 넘어, 완성차의 설계 전략과 서비스 모델까지 좌우하는 파트너로 부상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홍석민 대표는 페스카로를 단순한 보안 전문기업이 아니라 자동차 산업 전반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파트너로 규정한다. 그는 프로젝트 성공률이 100퍼센트에 달하는 만큼, 그동안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을 토대로 더욱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산업계에서는 페스카로가 코스닥 상장을 계기로 차량 사이버보안 플랫폼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실제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