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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에 3억 수표 건넸다"…이종호 측 진술에 특검 "도이치 주가조작 간접증거"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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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둘러싸고 민중기 특별검사팀과 피고인 측이 다시 맞붙었다. 김건희 여사 측근으로 지목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측이 과거 김 여사에게 수표 3억원을 건넸다고 법정에서 주장했고, 특검은 이 진술을 김 여사 공모 의혹을 뒷받침하는 간접증거라고 강조했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 오세용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 전 대표 측 변호인은 "김건희에게 수표로 3억원을 준 적이 있다"며 "김건희 특별검사팀에 가서 그 부분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함께 가담·공모 의혹을 받아온 인물이다.

해당 발언은 민중기 특검팀이 이 전 대표에게 징역 4년을 구형한 직후 최후변론 과정에서 나왔다. 특검이 증거인멸, 수사 비협조 등을 근거로 중형을 요구하자, 이 전 대표 측은 수사에 적극 협조해 왔다고 맞서며 그 사례로 김 여사 관련 진술을 제시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을 찾아가서 지금까지 얘기하지 않은 것이 뭐냐고 확인한 게 '김건희에게 수표로 3억원을 준 적이 있다'였다"며 "해병특검이 (수사대상) 사건이 아니라고 해서 김건희 특검에 가서 그 부분을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 당시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자금 흐름을 자진 신고한 만큼, 수사협조 의지가 분명하다는 논리다.

 

이 전 대표 측은 3억원 수표가 김 여사 투자금에서 발생한 수익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 측의 한 측근 인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과거에 김 여사가 이 전 대표에게 투자금 15억원을 맡긴 적이 있다"며 "이 전 대표가 투자수익 3억원을 내서 김 여사에게 원금과 수익 총 18억원을 돌려줬다"고 말했다. 해당 시점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기 전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 측근은 이 같은 사실을 특검에 먼저 진술한 배경에 대해, 이 전 대표와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사건 이전부터 알고 지낸 관계였음을 보여주는 단서라고 설명했다. 또 특검이 초반에는 이 진술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이후 정식 조사에 나섰다고 부연했다.

 

특검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관련 진술 확보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특검팀은 "김건희씨에게 교부했다는 3억원 수표와 관련된 진술은 이종호 참고인 진술조서로 작성됐다"며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재판에서 권오수·이종호 등과 주가조작의 공범임을 입증하는 간접증거로 제출됐다"고 밝혔다. 직접적 공범 진술은 아니지만, 자금 관계와 인적 관계를 보여주는 보조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는 취지다.

 

반면 김건희 여사 측은 수표 3억원과 관련된 거래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여사가 과거 권오수 전 회장을 통해 이 전 대표가 운영하던 블랙펄인베스트에 15억원을 입금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그 시점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2차 작전 무렵인 2011년 6월께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전 대표 측이 주장한 '사건 이전 투자'라는 설명과 엇갈리는 대목이다.

 

김 여사 측은 "이 투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무관하다"며 "이 전 대표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김 여사가 이 거래에 직접 관여한 부분은 없으며, 김 여사의 공소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즉, 자금 입출금 자체는 인정하되 이를 주가조작 공모의 정황으로 해석하는 특검의 시각에 강하게 반발하는 양상이다.

 

이 전 대표 측 변호인은 공판에서 특검 수사 방식도 문제 삼았다. 그는 3억원 전달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도, 특검이 망신주기식 수사와 별건 수사를 이어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실체적 진실 못지않게 절차 지켜져야 한다"고 지적하며 수사과정의 적법성 논란을 제기했다.

 

민중기 특검팀이 이 전 대표에게 징역 4년을 구형한 만큼, 향후 법원 판단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정치적 파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김건희 여사 관련 간접증거 채택 범위와 증명력에 대한 재판부 판단에 따라, 여권과 야권의 공방 수위도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날 법원은 양측 주장을 검토한 뒤 선고기일을 지정할 예정이다. 정치권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재판 진행 상황과 특검 수사 결과를 주시하고 있으며, 향후 국회에서도 관련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사법당국은 재판 결과에 따라 추가 조치나 제도 개선 필요성을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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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김건희#도이치모터스주가조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