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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 언론 비판 약화 우려”…이호찬,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속도전에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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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 언론 비판 약화 우려”…이호찬,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속도전에 제동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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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려는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 구상을 둘러싸고 언론계와 정치권이 첨예하게 충돌했다. 2025년 9월 8일 오전 MBC 라디오 표준FM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이호찬 위원장은 권력 감시 약화 우려를 내세우며 공식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시민 피해 구제라는 개정의 원칙적 취지엔 동의하지만, 고위공직자·대기업·권력자까지 손해배상 적용 대상을 넓히거나 기본 손해액을 정해 배액 가중하는 구조, 언론중재위원회 강제조정·봉쇄소송 방지 장치 등은 충분히 숙의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호찬 위원장은 “시민 피해 구제 확대에 집중하자는 것이 언론노조의 핵심 주장”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21대 국회 논의 때에도 정치인, 고위공직자, 대기업은 적용에서 제외됐는데, 이번에는 대상이 다시 확장되면서 권력 감시가 약화될 우려가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중재법 개정에서 권력자들은 제외하자”며, “권력자들에 대한 비판·감시가 이 법 개정으로 인해서 약화돼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호찬, 권력 감시 약화 우려…"권력자들에 대한 비판·감시가 이 법 개정으로 인해서 약화돼서는 안 된다"(김종배의 시선집중)
이호찬, 권력 감시 약화 우려…"권력자들에 대한 비판·감시가 이 법 개정으로 인해서 약화돼서는 안 된다"(김종배의 시선집중)

진행자 김종배 시사평론가가 더불어민주당의 구상과 언론노조 입장의 차이를 묻자, 이 위원장은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조정을 무조건 받아들게 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한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중재위 조정 실패 시 별다른 대책 없이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고, 봉쇄소송 방지 장치 역시 제도의 실효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조정이 되지 않으면 곧바로 소송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새 제도의 취지와 효과가 법제화 전에 충분히 검증돼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이 제시한 강제조정안과 봉쇄소송 방지책에 대해서도 이 위원장은 “법적으로 위헌 논란이 예상되고, 사법 현장에서 실효성을 입증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이 남발되면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손해배상 상한선과 기본 손해액 도입 논의에 대해서도 이 위원장은 신중론을 폈다. 그는 “법원이 실제 손해액을 산정할 때마다 사안별 사정을 반영하는데, 일괄적으로 기본 손해액과 배수 기준을 적용하면 합리성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민 피해 구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손해배상 증액 논의에는 “적극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대기업 등 권력 집단에 대한 손해배상 확대에는 반대”라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고의·중과실 기준 역시 재판부의 종합적 판단에 맡기자는 입장이다. 이 위원장은 “입증 책임 전환이 언론의 자유와 취재원 보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짧은 입법 일정과 당내 논의 상황에 대해서 이 위원장은 “2~3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 법안 내용도 확정되지 않았다”며 속도전에 우려를 나타냈다. 시민 피해 구제 확대와 권력 감시 약화 방지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선 “조항 하나하나를 두고 충분히 숙의하는 과정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법안 추진 속도를 일시 중단하고, 시민사회와의 심층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찬 위원장의 이 같은 신중론은 전날 더불어민주당 출신 출연자가 강조한 ‘강행 입법’ 입장과도 대조적이다. 언론계는 법안 핵심 쟁점에 대한 협의와 권력 감시 약화 방지 장치의 필요성을 재차 상기하며, 조속한 입법 앞서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정치권은 이날 방송을 기점으로 권력자 대상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과 언론 자유 보장의 접점을 찾기 위한 치열한 논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어 국회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일정과 수정안 논의를 놓고 본격적인 협상에 착수할 전망이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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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찬#언론중재법#더불어민주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