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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단독망 의무화” 과기정통부, 내년말 전환 압박 통신망 재편 분수령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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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G와 LTE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을 계기로 정부가 5세대 이동통신 5G 단독망 SA 도입을 사실상 의무화하며 통신망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년 말까지 기존 5G 무선국을 5G 단독망 코어 장비에 모두 연동하고, 향후 신규 구축되는 5G 무선국 역시 SA 코어에 직접 연결하도록 조건을 부과했다. 업계는 비단독망 NSA 중심으로 굳어져 온 국내 5G 인프라가 B2B·B2C 서비스 경쟁 단계로 넘어가는 분기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세부 정책방안을 발표하고, 3G·LTE 대역 재할당의 핵심 조건으로 5G SA 전환 일정을 명시했다. 남영준 과기정통부 주파수정책과장은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구축된 모든 5G 무선국을 내년 말까지 5G 단독망 코어 장비에 연결하는 것을 사업자 의무로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후 새로 설치되는 5G 기지국은 처음부터 SA 코어와 연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의무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행정수단도 예고했다. 남 과장은 사업자들이 주어진 기간 내 전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시정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며, SA 전환을 단계별로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2027년부터 이행 점검 결과를 토대로 추가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최종적으로는 주파수 할당 취소까지 검토 범위에 두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5G 단독망으로의 전환은 네트워크 구조 자체를 바꾼다. 현재 국내 5G 서비스는 상당 부분 LTE 코어망을 함께 쓰는 비단독 NSA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SA로 전환되면 LTE망을 거치지 않고 5G 전용 코어를 사용하는 구조가 되면서 지연 속도가 줄어들고, 대규모 동시 접속과 초저지연을 전제로 설계된 서비스 구현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SA가 전제돼야 하는 기업간거래 B2B, 기업과 소비자간거래 B2C 영역의 고급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이용자 체감 편익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남 과장은 네트워크 슬라이싱, 5G 사물인터넷 IoT 등은 5G SA에서만 본격적으로 구현 가능한 대표 서비스라고 짚었다. 슬라이싱은 하나의 물리망을 여러 가상망으로 쪼개 서비스별 품질을 보장하는 기술로, 스마트팩토리나 자율주행, 원격제어 산업용 서비스에 필수 인프라로 꼽힌다. 그는 현재 국내에서는 KT가 일부 상용망에서 SA를 도입한 상태지만, 앞으로 3개 이동통신사 모두에 SA가 의무화되면 신규 서비스 발굴과 품질 경쟁이 촉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SA 전환 과정에서 제기되는 속도 저하 우려와 투자 부담에 대해 정부는 주파수 및 기지국 확충으로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남 과장은 NSA에서 SA로 전환되면 일부 구간에서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가입자 유지와 브랜드 경쟁력을 위해 사업자들이 셀 플랜 조정과 추가 무선국 구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동통신 속도는 기본적으로 무선국 수와 주파수 대역폭에 좌우되기 때문에 기지국 증설과 함께 사용 주파수 폭을 넓히는 것이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연계해 과기정통부는 사업자가 현재 LTE에 사용 중인 주파수를 5G 서비스에도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 기준을 개정하기로 했다. LTE 대역을 5G로 리팩밍하는 통로를 넓혀 SA망 용량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남 과장은 사업자들이 추가 5G 주파수를 요구할 경우에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속도 저하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 대응 여지를 남겼다.

 

실내 품질 확보 역시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고주파를 활용하는 5G는 실외보다 실내 커버리지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정책에서 5년간 실내 5G 무선국 2만국 구축을 목표로 제시했다. 남 과장은 정확한 적정 수량을 산정하기 어렵다면서도, 5G 상용화 이후 5~6년간의 실내 무선국 구축 추이, 통신사와 기술 전문가 의견을 종합한 결과 2만국이면 최소한의 실내 품질을 담보할 수 있고 통신사도 5년 안에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 과정에서는 LTE가 5G 매출에 기여하는 비중을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가 핵심 난제로 떠올랐다. 이동통신 전체 매출과 LTE, 5G 매출을 나누는 작업 자체는 예측 모델로 가능하지만, 5G 단말로 LTE 요금제를 쓰거나 5G 요금제에서 LTE 우선 모드를 사용하는 이용자처럼 경계가 겹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NSA에서는 신호 처리를 LTE가 담당하는 구조여서 LTE의 기여도를 통계적으로 분리하기가 어렵다.

 

과기정통부는 여기에서 5G SA 의무화 변수에 주목했다. 5G가 이론적으로 100퍼센트 SA로 전환될 경우 LTE의 5G 기여도는 0에 수렴하지만, 실제로는 NSA만 지원하는 단말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남 과장은 이러한 NSA 단말의 잔존 가치를 통계적으로 추정해 LTE의 기여도를 산출했고, 이를 매출 예상치와 연계해 주파수 가치 하락분을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계수나 산식은 공개하지 않고 큰 방향만 공유하는 선에서 정보를 제한했다.

 

주파수 대가 결정 과정에서 정부 재량이 과도하다는 업계 지적에 대해선 제도 개선 논의를 예고했다. 남 과장은 대가 산정은 당시 시장 상황과 기술 환경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정책 재량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반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제기할 수 있다며, 양자를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향후 제도 개편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봤다. 다만 과거 여러 차례 논의가 있었지만 이해관계 충돌과 복잡한 변수로 개편이 지연된 만큼 구체안을 즉시 제시하기는 어렵다며 추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겠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1일 공개설명회 이후 10일에 바로 확정안을 발표한 것을 두고 이미 결론을 정한 상태에서 형식적 의견 수렴만 거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남 과장은 2021년 재할당 당시에는 투자 옵션 등 새로운 방법론을 처음 도입해 추가 검토 기간이 필요했지만, 이번에는 당시 산정 방식을 그대로 가져오되 5G 도입기에서 성숙기로 넘어가는 상황을 반영해 SA 전환 변수만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개설명회 이전부터 사업자와 전문가 의견을 비공식적으로 수렴해 왔다며, 9일 남짓한 공식 의견수렴 기간도 충분했다고 주장했다.

 

KT가 선제적으로 5G SA를 도입한 사업자에게 재할당 인센티브를 부여해 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서는 형평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 과장은 이번에 SA 도입을 의무화했기 때문에 KT는 이미 조건을 선제적으로 충족한 셈이며, 별도의 인센티브가 없더라도 SA 경험과 인프라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의무를 면제해주는 효과만으로도 불이익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3G 서비스 종료 일정과 관련해서는 통신정책국 소관 사안이라는 이유로 구체 답변을 피했다. 다만 일부 사업자가 3G 종료를 희망하며 의견을 제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3G 종료 문제는 주파수 재활용과 망 효율화 측면에서 중요하면서도, 이용자 보호와 요금제 전환 이슈가 얽혀 있어 별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과기정통부는 5G SA 전환이 통화 품질에 미치는 영향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정부가 매년 실시하는 통신품질 평가를 통해 속도, 지연 시간, 접속 안정성 변화를 추적하고, 사업자 간 자율적인 품질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남 과장은 SA 전환이 이뤄지면 네트워크 구조 변화에 맞춘 새로운 서비스가 개발·발굴될 여지도 커진다며, 사업자의 투자 전략과 요금제 개편, B2B·B2C 비즈니스 모델 변화가 맞물리면서 5G 산업 경쟁 구도가 재편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통신업계는 5G SA 의무화가 단기적으로는 투자 부담과 속도 조정 이슈를 낳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네트워크 슬라이싱과 산업용 초저지연 서비스 등 5G의 원래 약속을 구현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과 규제 예측 가능성을 둘러싼 갈등이 남아 있어 제도 안정성이 충분히 확보돼야 대규모 투자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공존한다. 산업계는 이번 정책이 실제 현장 망 구축과 서비스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정부가 기술·투자 속도와 제도 개선을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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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5g단독망#주파수재할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