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원료 소비기한 표시관리 강화"…식약처, 당류가공품 회수 조치
소비기한 관리와 유통 추적 시스템의 중요성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수입 식품의 소비기한을 실제보다 길게 표시해 가공업체에 공급한 뒤, 이를 활용해 제조된 당류가공품을 유통한 사실을 적발하면서다. 업계에서는 소비기한 정보가 디지털화된 이력관리 시스템과 연계되지 않을 경우, 유사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7일 성유엔터프라이즈가 소비기한이 지난 수입 식품 원료를 사용해 제조한 당류가공품을 판매한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제품에 대해 판매중단 및 회수 조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성유엔터프라이즈는 수입 식품 2종의 소비기한을 실제보다 길게 표시해 식품제조·가공업체에 원료로 공급했고, 이를 토대로 완제품이 생산돼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

회수 대상은 더 블렌드 초코베이스와 카페57 적용과 베이스 두 제품이다. 생산량은 각각 1908개와 986개로 집계됐다. 더 블렌드 초코베이스에는 소비기한이 지난 토스키 초콜릿맛 소스가 사용됐고, 카페57 적용과 베이스에는 이미 소비기한이 경과한 적용과 베이스 원료가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기한은 식품을 섭취해도 안전상 문제가 없는 기한을 뜻하는 개념으로, 유통기한보다 직접적인 안전성과 연관된다. 수입 단계에서의 기한 표시 오류나 고의적인 연장은 제조·가공·유통 전 과정에서 안전성 평가를 왜곡할 수 있어, 디지털 기반의 이력관리와 정밀한 행정 감독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번 사례는 수입 식품 원료의 표시 관리와 실제 유통 기한 검증 사이에 존재하는 관리 공백을 보여준다. 국내 식품 제조업체 상당수가 수입 원료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원산지 데이터, 입항 시점, 보관 조건, 소비기한 등의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 미흡할 경우, 가공·혼합 과정에서 소비기한 경과 원료가 제품에 섞여 들어갈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식품 산업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추적 관리, 바코드·QR코드를 활용한 실시간 이력 조회 등 IT 기술을 접목해 생산부터 유통, 소비 단계까지 데이터를 연동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소비기한 정보 역시 이러한 디지털 이력에 포함돼야, 수입 원료 단계에서의 조작이나 오류가 즉시 탐지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식약처는 이번에 적발된 제품에 대해 지자체와 협조해 신속한 회수를 진행 중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회사가 소재한 서울특별시 영등포구청에 해당 제품의 긴급 회수를 요청했다며, 이미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섭취를 중단하고 구입처에 반품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소비기한 표시 조작은 단순한 행정 위반을 넘어 식품 안전 생태계 전반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수입·제조·유통 데이터가 분절적으로 관리되는 구조에서는 유사 사례 재발을 막기 어렵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산업계와 규제 당국 모두, 소비기한 정보를 포함한 식품 이력 전 과정을 디지털화하고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향후 수입 원료에 대한 전수 검증과 IT 기반 이력관리 의무 강화 논의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식품 안전을 지키는 기술과 제도의 균형이 향후 산업 신뢰 회복의 관건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