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네번째 도전 준비”…발사대 기립 완료로 실전검증 분수령
국산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네번째 비행을 향한 첫 관문을 넘었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반복 발사를 통해 발사체 신뢰도를 끌어올리고 상업 발사 서비스 기반을 다지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어, 이번 발사가 국내 우주 산업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발사체 성능과 지상 시스템 운용 능력이 누적 데이터로 검증되는 단계에 접어들면서, 발사 성공 여부가 향후 민간 참여 확대와 발사 수요 유치 경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5일 오후 1시 36분 누리호를 발사대에 기립하고 고정하는 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발사대 기립은 발사체를 수평 이동한 뒤 수직으로 세워 고정 장치에 연결하는 절차로, 실제 발사 운용의 시작점에 해당한다. 연구진은 구조적 변형 여부, 연결부 이상 유무 등을 점검하며 기립 과정을 진행했다. 이번 비행은 앞선 세 차례 발사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토대로 추진계, 구조계, 전자계 성능을 다시 검증하는 목적이 커, 반복 발사를 통한 신뢰도 향상 단계로 평가된다.

기립 완료 후에는 발사체와 지상 설비를 연결하는 엄빌리컬 선을 순차적으로 체결하는 작업이 이어진다. 엄빌리컬은 전원, 연료와 산화제 같은 추진제, 각종 계측 신호를 지상 시스템과 발사체 사이에서 주고받는 통로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전기적 연결 상태를 확인해 각 단계별 전원 공급과 테레메트리 데이터 수신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는지 점검할 계획이다. 특히 연료와 산화제를 탱크에 주입하기 전, 누설 여부를 확인하는 기밀 점검과 자세 제어계 작동 시험을 통해 비행 중 자세 안정성 확보 가능성을 다시 확인한다.
이번 준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 요소로 꼽히는 부분은 발사체 자세 제어계다. 자세 제어계는 비행 중 발사체가 목표 궤도와 방향을 유지하도록 제어하는 시스템으로, 관성항법장치와 비행컴퓨터, 추력 벡터 제어 기능 등이 결합돼 작동한다. 연구진은 지상에서 모의 비행 데이터를 입력해 비행컴퓨터 응답과 제어 명령 전송 과정에 오류가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 특히 이번 비행에서는 이전 발사에서 파악된 미세한 진동 특성과 온도 변화 데이터를 반영해 제어 알고리즘을 보정한 것으로 알려져, 궤도 진입 정밀도가 어느 수준까지 개선될지 주목된다.
누리호는 1단부터 3단까지 모든 추진기관을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한 3단형 액체발사체다. 75톤급 액체엔진 클러스터를 포함한 핵심 추진계와 대형 구조체, 정밀 전자계까지 국산화율이 높은 점이 특징이다. 반복 발사를 통해 엔진 연소 안정성과 구조 피로 수명 데이터를 축적하면, 상업 발사 시장 진입에 필수적인 신뢰도 검증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비행에서도 예정된 비행 프로파일을 계획대로 수행할 경우, 과거 대비 궤도 투입 성공률과 탑재체 운용 안정성 지표가 구체적으로 제시될 수 있다.
한국은 누리호를 통해 독자 발사 역량을 확보한 뒤, 차세대 발사체와 민간 우주 발사 서비스로의 확장을 노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은 이미 중대형 발사체를 상용으로 운영하며 정기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우주 발사 생태계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아직 연간 발사 횟수와 상업 탑재체 운용 경험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누리호의 반복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어질 경우, 중소형 위성 제작 기업과 지상국 운영 기업 등 국내 민간 우주 기업들의 사업 기회도 넓어질 수 있다.
다만 발사 준비 과정은 기상 조건에 큰 영향을 받는 변수로 남아 있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전원 공급, 추진제 주입, 기밀 점검 등 발사 전 과정을 계획대로 진행하되, 강풍과 낙뢰, 상층 제트기류 등 기상 상황에 따라 세부 일정이 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발사 당일 상층 바람의 세기와 방향은 비행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상 정보 분석과 발사 시각 최적화가 마지막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누리호 네번째 비행이 단순한 발사 성공 여부를 넘어, 한국이 독자 발사체를 활용해 실제 상업 발사 서비스 체계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복 발사로 축적한 비행 데이터와 지상 시스템 운용 경험이 향후 민간 참여 확대, 해외 발사 수요 유치 전략의 기초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누리호가 계획된 발사 창 안에 안정적으로 이륙해 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결과가 한국 우주 산업 구조 전환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