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푸른 숲, 바람에 물든 길”…정읍 늦여름, 자연과 문화가 만나는 시간
여행은 늘 떠남이었지만, 이번엔 천천히 머물러보는 일이었다. 한여름 끝자락, 정읍의 숲길과 오랜 사찰을 걷는 사람들. 그 속에선 더위도 짙푸른 초록도 모두 일상의 일부였다.
요즘은 북적이는 해변이나 도심보다 조용한 자연 속을 찾는 이들이 많다. SNS엔 내장산 초록길을 거닌 ‘여름의 걷기’ 인증샷이 속속 올라온다. 대웅전 앞에 잠깐 멈춰 앉아 오래된 공기를 들이키고, 정읍사문화공원 산책로에선 계절 꽃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이야기가 오간다. “시원한 바람 불어 기분까지 맑아졌어요.”, “다들 떠나면 오히려 고요해진 이 여름이 더 좋다”는 체험담도 이어진다.

이런 변화는 여행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올해 여름 ‘산/공원 걷기’ 정취를 즐긴 여행객 비율이 꾸준히 증가 추세다. 특히 가족이나 2~3인 친구 단위의 근거리 체류형 코스가 인기다. 정읍 내장사, 정읍사문화공원처럼 문화와 자연이 어우러진 명소가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리셋형 자연여행’이라 이름 붙인다. 교통연구원 관광연구실 허민 선임연구원은 “현대인은 휴식이 필요할 때 도시를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균형을 찾는다. 물소리·바람·녹음 등 감각적 자극을 통해 심신이 회복되는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댓글 반응도 눈길을 끈다. “여름은 덥지만 숲 안에선 그늘이 깊어서 걷기 딱 좋다”, “정읍이라니, 아직 많이 안 알려져 조용해서 더 애착간다”는 글이 잇따른다. 계절 끝자락에서 무심코 느끼던 나무 냄새, 작은 바람 한 줄기가 이전과 달리 새롭게 다가온다는 이들도 있다.
사소한 풍경이지만, 그 안엔 삶을 느리게 바라보는 마음이 있다. 길목마다 펼쳐진 내장사 녹음, 망부석 설화 깃든 백제 유적, 천천히 걷는 정읍의 산책로. “여행은 멀리가 아니라, 순간을 머무르는 감각”임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결국 늦여름 정읍의 자연과 문화 여행은 단순한 소풍이 아니라, 나만의 온도로 일상을 다시 들여다보는 작고도 깊은 계기다. 여행은 끝났지만, 그때의 마음은 지금도 나와 함께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