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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 시세조종 공범”…특검, 김건희 계좌 관리인 이씨 구속기소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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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둘러싼 갈등과 민중기 특별검사팀 수사가 정면 충돌했다. 김건희 여사의 계좌 관리인으로 알려진 이모씨가 공범으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정치권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12월 8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와 공모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이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특검에 따르면 이씨는 2012년 9월 11일부터 10월 22일까지 도이치모터스 이른바 2차 작전 시기 시세조종 세력과 공모해 약 1천3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 기간 2차 작전 주포로 지목된 김모씨로부터 도이치모터스 주식 1만5천주를 받아 매수·매도하는 등 수급에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이 같은 단기간 매수·매도 행위가 시세조종 목적의 매매라고 판단했다. 이씨가 단순 투자자가 아니라 작전 세력의 요구에 따라 주식을 받아 매도하는 역할을 했고, 그 대가로 이익을 얻었다는 점을 근거로 공범 지위를 부여했다.

 

이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차 작전 시기인 2009년 12월 23일부터 2010년 10월 20일 사이 김건희 여사의 증권사 계좌를 관리한 인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특검은 그 이전 1차 작전뿐 아니라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이어진 2차 작전 구간 중 일부에서도 이씨가 시세조종에 직접 관여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했다.

 

특검팀은 주식 거래 외 정황 증거도 제시했다. 앞서 김건희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2012년 10월 카카오톡 대화가 대표적이다. 당시 이씨는 김건희 여사에게 “난 진심으로 네가 걱정돼서 할 말 못 할 말 못 하는데 내 이름을 다 노출하면 다 뭐가 돼. 김00이가 내 이름 알고 있어. 도이치는 손 떼기로 했어”라고 보냈고, 김 여사는 “내가 더 비밀 지키고 싶은 사람이야 오히려”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13년 3월께 이씨는 2차 주포 김씨가 다른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돼 도이치모터스 사건으로 수사가 확산될 수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고, 김 여사는 “그랬구나, 너도 조심해”라고 답했다. 특검은 이 같은 대화 내용을 토대로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존재를 사전에 인지했고, 이씨와 긴밀히 소통했다고 보고 있다.

 

이씨의 최근 특검 진술도 수사 근거로 활용됐다. 특검팀에 따르면 이씨는 2010년 10월 28일과 11월 1일 김건희 여사의 대신증권 계좌가 동원된 통정매매와 관련해 “김 여사가 연루됐을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당시 거래는 주가조작 일당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지 7초 만에 매도 주문이 접수돼 이른바 7초 매매 논란을 낳은 바 있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 측 변호인단은 특검 판단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이씨가 당시 2차 주포 김씨를 속이고 단기 매매를 한 뒤 잠적한 행적을 근거로 “이씨는 개인적 이득을 위해 거래에 참여했을 뿐 근본적으로 주가조작 세력과 이해관계가 달랐다”며 공범 성립을 부정했다.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증권 계좌 거래의 주도 세력도 이씨가 아닌 다른 인물이며, 이씨의 진술은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일을 추정한 데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검찰 단계와 특검 판단이 엇갈린 점도 정치권 논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앞서 사건을 담당한 검찰은 이씨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특검팀은 추가 정황을 포착했다며 재수사에 착수했고, 이씨를 구속 상태에서 기소하는 수순을 밟았다.

 

이씨의 도주와 체포 과정도 특검 수사의 강도를 드러내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이씨는 10월 17일 압수수색 현장에서 도주해 한 달 넘게 잠적했다가 지난달 20일 충청북도 충주시 국도변 휴게소 인근에서 검거됐다. 이후 11월 22일 구속됐고, 보름여 만에 재판에 넘겨졌다.

 

한편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별개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12월 4일 삼부토건 주가조작 핵심 인물인 이기훈 전 부회장의 도주를 도운 혐의를 받는 코스닥 상장사 회장 이모씨에 대해 범인도피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이날 함께 전했다.

 

특검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기훈 전 부회장이 은신처로 이동할 수 있도록 차량과 통신 수단을 제공한 것으로 의심받는다. 특검팀은 이 회장이 최근 밀항을 준비한 정황을 포착했고, 수사 밀행성을 이유로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열리기 전까지 영장 청구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삼부토건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 전 부회장은 2023년 5월부터 6월까지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 이응근 전 대표 등과 함께 삼부토건 주가조작에 가담해 약 369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9월 26일 구속기소됐다. 그는 7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지 않고 잠적했다가 도주 55일 만에 전라남도 목포에서 체포됐다.

 

도이치모터스와 삼부토건으로 이어지는 특검 수사가 정국 변수로 부상하는 가운데, 여야는 김건희 여사 연루 여부와 특검 수사의 타당성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특검팀은 향후 추가 공범 여부와 주가조작 전반 구조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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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민중기특별검사팀#도이치모터스주가조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