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주 5일 24시간 거래 추진”…미국 나스닥, 글로벌 자금 쏠림 속 시장 지형 변화 예고

최하윤 기자
입력

현지시각 15일, 미국(USA) 뉴욕에 본사를 둔 나스닥(NASDAQ)이 미국 주식에 대해 주 5일 24시간 거래 체제 도입을 추진하며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관련 제도 변경 서류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움직임은 글로벌 자금 유입 확대와 해외 투자자의 시차 제약 완화를 겨냥해 미국 증시 거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로, 각국 증시와 국제 자본 흐름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제도 개편으로 평가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나스닥의 서류 제출은 미국 주식시장에서 공식적인 24시간 거래 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첫 단계로 간주된다. 현재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전 세계 상장기업 시가총액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으며, 외국인의 미국 주식 보유 규모는 지난해 기준 17조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나스닥은 정규장 외 시간대에 미국 주식에 접근하려는 해외 투자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판단 아래 거래 시간 전면 개편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스닥, 주 5일 24시간 거래 추진…SEC에 제도 변경 서류 제출 전망
나스닥, 주 5일 24시간 거래 추진…SEC에 제도 변경 서류 제출 전망

지금까지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의 정규장 거래 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미국 동부시간 기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다. 이와 별도로 오전 4시부터 오전 9시 30분까지 개장전 거래, 오후 4시부터 오후 8시까지 시간외 거래 세션이 운용돼 왔다. 나스닥이 추진하는 주 5일 24시간 거래가 도입될 경우, 기존 구조는 주간 거래와 야간 거래로 나뉘는 두 개의 세션 체제로 재편된다. 구체적으로 오전 4시부터 오후 8시까지를 주간 거래,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를 야간 거래 세션으로 구분하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 체계에서도 오전 9시 30분 정규장 개장 종과 오후 4시 정규장 폐장 종은 계속 유지된다. 나스닥은 야간 거래 세션에서 오후 9시부터 밤 12시 사이에 체결된 거래를 다음 거래일의 거래로 간주하는 방식도 적용할 계획이다.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는 각국 시장 개장 전후의 뉴스를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추가적 시간대를 제공하는 동시에, 전통적인 정규장 기준과 일일 수익률 산정 체계는 유지하려는 절충으로 해석된다.

 

나스닥의 상시 거래 추진은 시장 인프라 변화와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 로이터는 상시 거래 체제를 안정적으로 가동하려면 증권 정보 처리와 결제 시스템의 대대적 업그레이드가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미국 증권예탁결제기관 DTCC(Depository Trust & Clearing Corporation)는 내년 말까지 주식의 상시 청산 체제를 도입할 예정으로 알려졌으며, 이런 청산 인프라 개선이 24시간 거래 정착에 중요한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4시간 거래 도입을 지지하는 쪽은 해외 투자자들이 자국 시간대 기준으로 정규장 외에 발생하는 각종 이벤트와 기업 뉴스, 거시경제 지표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미국 외 지역 투자자들은 시차 제약으로 인해 그동안 시간외 거래나 파생상품을 통해 간접적으로 대응해 왔으며, 상시 거래 제도화가 이런 제약을 줄여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개인 투자자는 이미 대체거래소(ATS)를 통해 일부 종목에 대해 24시간 거래를 이용할 수 있지만, 나스닥의 이번 계획은 공식 거래소 차원에서 주식 상시 거래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조치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반면 월가의 주요 은행과 대형 금융기관들은 유동성 분산에 따른 거래량 감소, 가격 변동성 확대 가능성, 인력과 시스템 확충에 비해 수익성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거래 시간이 늘어나면 주문이 여러 시간대로 나뉘어 매수·매도 호가가 얇아지고, 급변하는 뉴스에 따른 가격 급등락이 잦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경우 시장조성자와 대형 기관의 리스크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나스닥 북미시장 수석부사장 척 맥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연장 거래 시간대의 거래량이 여전히 정규장에 비해 상당히 적은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미국 야간 시간대 거래 수요가 최근 들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투자자 기반 확대로 야간 호가와 체결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제도 정비와 기술 인프라 개선을 병행해 시장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로이터는 나스닥의 제도 변경안이 SEC 심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연장 거래 시간에 대한 규제, 시세 투명성, 투자자 보호 장치 등이 함께 논의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뉴욕증권거래소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역시 최근 주식 및 파생상품에 대한 24시간 거래 확대 계획을 잇따라 내놓으며 미국 주요 거래소 전반에서 거래 시간 연장 논의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뉴욕증권거래소와 CBOE는 이미 일부 파생상품과 지수상품에 대해 야간 거래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더욱 다양한 자산군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금융시장은 나스닥, 뉴욕증권거래소, CBOE 등 미국 대표 거래소의 상시 거래 도입 움직임이 해외 자본의 미국 주식시장 쏠림 현상을 가속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아시아 각국 증시는 미국과의 시차 덕분에 상대적으로 차별화된 거래 시간을 유지해 왔지만, 미국 거래소의 24시간 체제가 정착될 경우 글로벌 투자자들의 주문이 더 많이 미국으로 집중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각국 증시 간 거래 시간·상품 라인업·수수료 구조 경쟁을 자극해,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증시 지형을 재편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상시 거래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거래량과 유동성을 끌어들일지, 또 각국 규제당국과 기관투자가가 이를 어디까지 수용할지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로이터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나스닥의 이번 계획을 미국 주식시장 구조 변화의 시험대라고 지칭하면서, 제도 시행 이후 실제 거래 행태와 변동성 패턴이 향후 글로벌 증시 규제 논의에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사회와 금융 당국은 나스닥의 24시간 거래 체제가 어떤 방식으로 정착하고, 세계 자본 흐름과 시장 안정성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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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뉴욕증권거래소#미국증권거래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