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400만대 추가 장착 합의”…현대차·기아, 도난 사태 후폭풍에 막대한 비용 부담 전망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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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6일, 미국(USA)에서 현대차와 기아가 35개 주 검찰총장(법무장관)들이 진행해 온 차량 도난 관련 소비자보호법 위반 조사와 관련해 대규모 도난 방지 장치 추가 설치에 합의했다. 이번 조치는 북미 시장에서 급증한 차량 절도 사태에 대한 후속 대응으로, 양사 재무와 향후 미국 전략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기본 장착되지 않은 미국 내 판매 차량을 중심으로 약 400만대를 대상으로 도난 방지 장치 보강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지시각 기준 16일 발표된 합의에는 아연으로 보강된 점화 실린더 보호장치를 무상 제공하는 방안과, 향후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량에 엔진 이모빌라이저를 기본 탑재하는 계획이 포함됐다.

현대차·기아, 美 400만대 도난 방지 장치 추가…비용 7천억원 넘길 전망
현대차·기아, 美 400만대 도난 방지 장치 추가…비용 7천억원 넘길 전망

양사는 그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도난 위험을 줄인다는 입장이었지만, 35개 주 법무장관단은 이를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충분한 조치로 보지 않았다. 미국 각 주는 현대차·기아 차량이 소셜미디어를 매개로 한 절도범의 주요 표적이 된 상황을 문제 삼으며 소비자보호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고, 이번 합의를 통해 조사 절차를 마무리하게 됐다.

 

엔진 이모빌라이저는 자동차 키 손잡이 등 내부에 특수 암호가 내장된 칩을 탑재해, 동일한 코드를 가진 신호가 인식되지 않을 경우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설계된 도난 방지 시스템이다. 미국에서는 특히 2022년 8월 전후로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 승용차 절도를 놀이처럼 따라 하는 범죄 영상이 확산했으며, 이 기능이 장착되지 않은 2021년 11월 이전 생산 현대차·기아 차종이 집중적으로 노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미네소타주 법무장관 키스 엘리슨은 현대차·기아 측 추산을 인용해, 이번 사안과 연관된 모든 차량에 점화 실린더 보호장치를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만 5억달러, 우리 돈 약 7천369억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양사는 소비자 보상과 각 주 정부의 조사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미국 소비자와 주 정부에 최대 900만달러, 한화 약 133억원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2023년 2월 이미 미국 교통 당국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등 도난 방지 대책을 보고한 바 있다. 당시 양사는 전산 시스템을 통한 시동 제어 강화, 경보 시스템 개선 등을 중심으로 대응했지만, 여러 주 정부는 물리적 도난 방지 장비가 보급되지 않으면 절도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어렵다고 지적해 왔다. 이번 합의로 양사는 대규모 물리적 장치 보급과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복합적 방어 체계를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셈이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리콜 성격을 넘어, 자동차 업계 전반의 보안 기준 상향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범죄 수법이 빠르게 전파되는 가운데, 엔진 이모빌라이저나 추가 물리 장치가 없는 차량은 향후 규제와 소송의 표적이 될 수 있어서다. 일부 매체는 미국 내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자사 차량 보안 체계에 대한 점검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기아 입장에서는 당장 수천억원에 이르는 설치·보상 비용이 단기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북미 시장에서의 중장기 가격 전략과 차종 구성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반면 소비자 신뢰 회복과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라도 선제적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등을 통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를 계기로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차량 보안 규제와 제조사 책임 논의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셜미디어와 결합한 신종 범죄가 국제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각국 당국과 완성차 업체들이 어떤 기준과 협력 체계를 마련할지 주목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현대차·기아의 이번 대규모 도난 방지 장치 보급이 실제 도난 건수 감소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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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엔진이모빌라이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