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 재사용 위험하다”…미생물학 경고 발 건강 관리 분기점
사람들의 일상적 습관으로 여겨지던 양말 재사용이 발 건강과 위생에 상당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레스터대 연구진이 세탁하지 않은 양말에서 발에 서식하는 세균과 곰팡이가 폭발적으로 증식하는 양상을 확인하면서, 생활 속 미생물 관리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연구진은 특히 잠재적 병원균이 양말 섬유 내에서 장기간 생존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생활 위생 관리가 감염병 시대의 또 다른 방어선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레스터대 미생물학자 프림로즈 프리스턴 박사의 칼럼을 인용해 양말 위생에 관한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체 부위 가운데 발은 땀샘 밀도가 높아 항상 따뜻하고 습한 환경이 유지되며, 최대 1000여 종의 세균과 곰팡이가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프리스턴 박사는 발에서 떨어져 나온 땀과 각질이 미생물의 ‘먹이’ 역할을 하면서, 양말과 신발 내부가 미생물 증식의 대표적인 온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분석은 양말이 다른 의류보다 미생물 오염 정도가 훨씬 높다는 점을 수치로 보여줬다. 비교 실험에서 티셔츠 샘플에서는 약 8만 마리 수준의 미생물이 검출된 반면, 같은 조건에서 수거한 양말에서는 800만에서 900만 마리에 이르는 미생물이 확인됐다. 온도와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 양말을 장시간 착용할수록 이러한 미생물 집적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양말 표면에서 단순 피부 상재균뿐 아니라 환경 유래 미생물까지 함께 축적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맨발이나 양말이 직접 닿는 바닥, 야외 환경의 각종 세균과 곰팡이가 양말 섬유에 흡착돼 함께 서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아스페르길루스, 칸디다, 크립토코커스 등 호흡기나 장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적 병원성 곰팡이도 양말에서 검출됐다. 이들 중 일부는 면과 같은 섬유 소재에서 최대 90일 동안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반복 착용 시 누적 노출 우려가 제기된다.
프리스턴 박사는 세탁하지 않은 양말을 다시 신을 경우 이미 축적된 미생물 군집이 더 빠르게 증식하면서, 발 무좀과 같은 표재성 진균 감염뿐 아니라 상처 감염, 면역저하자에서의 전신 감염 등으로 이어질 위험도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발 냄새 역시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세균과 곰팡이가 땀과 각질을 분해하며 생성하는 노폐물과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합쳐진 결과라는 점에서 위생 관리의 지표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생활 환경에서의 미생물 제어가 병원 외부의 ‘제1차 방역’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고령자, 당뇨병 환자, 면역억제 치료를 받는 환자 등 고위험군은 발 피부 장벽이 약해진 경우가 많아, 사소해 보이는 양말 관리가 실제 감염 예방에 의미 있는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병원감염관리 분야에서 신발 밑창과 바닥의 병원성 미생물 전파가 주목받는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양말 재사용 문제는 세탁 습관, 실내 생활 문화, 소재 선택 등 일상 전반과 맞물려 있다. 서구권에서는 하루 중 귀가 후 실내에서 맨발 또는 슬리퍼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다인 가구나 공용 생활공간에서는 양말을 장시간 착용한 채 생활하는 비율이 높다. 여기에 재택근무 확산으로 실내 체류 시간이 늘면서, 통풍이 잘 되지 않는 신발과 두꺼운 양말 착용 시간이 길어지는 추세도 발 미생물 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프리스턴 박사와 전문가들은 발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위생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하루 두 차례 정도 미온수와 비자극성 세정제로 발을 씻고, 특히 발가락 사이를 충분히 건조시키는 것이 권장된다. 양말은 항균 기능이 있거나 통기성이 뛰어난 소재를 우선 고려하되, 면이나 울, 합성섬유 등 소재와 무관하게 한 번 신은 뒤에는 반드시 세탁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세탁 시에는 낮은 온도에서의 불완전 세탁보다 적정 온도와 세제를 활용해 미생물 제거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최근에는 세탁 공정에서의 미생물 제어를 돕는 항균 세제, 섬유 코팅 기술 등 섬유 바이오 융합 기술도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일상용 웨어러블 기기와 연계해 습도, 온도를 기반으로 양말 교체 시점을 알리는 서비스 실험도 일부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생활 영역의 미생물 관리가 감염병 대응과 직결되는 흐름 속에서, 양말과 신발 같은 소소한 생활용품의 위생 기준이 점차 구체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발 건강을 위한 위생 수칙이 단기적인 불편을 넘어, 의료비 절감과 감염 부담 완화에 기여하는 공중보건 전략으로 재평가될 여지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계는 위생과 편의성을 결합한 섬유 기술 수요가 더 커질지, 또 이러한 기술이 실제 소비자 행동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