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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품질혁신 나선 동아제약…제조공정 고도화로 경쟁력 입증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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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제조 현장의 품질 혁신 활동이 국가 단위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동아제약이 국가 품질 분야 최고 권위 행사인 국가품질혁신경진대회에서 2년 연속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공정 혁신 성과를 공식 확인받았다. 단일 제품 품질개선이 아닌 연구개발과 생산설비 전반에 걸친 개선 활동이 인정되면서, 제약 제조 공정 고도화를 통한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 경쟁력 강화 사례로 평가받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현장 분임조 중심의 체계적 품질경영이 제약 산업의 디지털·스마트 팩토리 전환 과정에서도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동아제약은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1회 국가품질혁신경진대회 시상식에서 대통령상 금상과 은상을 수상했다고 20일 밝혔다. 국가품질혁신경진대회는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주최하고 한국표준협회가 주관하는 행사로, 산업현장에서 품질혁신 활동을 수행한 근로자들이 우수 개선 사례를 발표하는 자리다. 정부는 1975년부터 이 대회를 통해 품질분임조 활동을 촉진하며 제조 현장의 자율적 품질개선 문화를 확산해 왔다.

품질분임조는 생산현장, 연구부서 등에서 소규모 그룹이 자율적으로 구성돼 공정상의 문제점, 원가 요인, 품질 편차, 생산성 저해 요인을 찾아내고 개선하는 조직을 뜻한다. 현장에서 직접 데이터를 수집하고 개선안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디지털 센서나 제조실행시스템 등이 도입되기 전부터 한국 제조업의 품질 경쟁력을 떠받쳐 온 전통적 혁신 도구다. 최근에는 공정데이터 분석, 설비가동 모니터링 등 스마트 제조 요소와 결합하며 디지털 전환의 실질적 실행단위로 진화하는 추세다.

 

올해 51회를 맞은 국가품질혁신경진대회는 지난 8월 25일부터 29일까지 5일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됐다. 전국 17개 시와 도 예선을 통과한 320개 팀, 약 7000명이 참가해 각 산업 분야의 품질개선 사례를 발표했다. 이후 심사를 거쳐 대통령상을 비롯한 수상팀이 선정됐고, 시상은 코엑스에서 열린 제51회 국가품질혁신경진대회 행사에서 이뤄졌다.

 

동아제약에서는 품질경영실 차오름분임조, 천안공장 임팩트분임조, 이천공장 도전분임조 등 3개 팀이 출전했다. 연구·개발과 생산 현장을 모두 포함한 구성으로, 제약사의 품질경영 체계가 연구 단계부터 완제품 출하까지 연결돼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감기약과 연고제처럼 대량 생산과 균일한 품질 유지가 핵심인 제형을 중심으로 개선 과제를 선정해, 실제 현장에서 체감되는 품질성과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다.

 

품질경영실 차오름분임조는 연구성과 부문에서 판피린큐액의 소비자 효용 증대를 목표로 한 개선 연구를 발표해 대통령상 금상을 받았다. 판피린큐액은 국내 감기약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제품으로, 연구성과 부문 수상은 단순한 제조 공정 개선을 넘어 제형 특성, 복용 편의성, 효능 일관성 등 의약품 본질 가치와 직결되는 요소를 개선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제약업계에서는 이 같은 연구 기반 품질혁신이 향후 데이터 기반 복약 순응도 분석, 환자 경험 중심 제품 설계 등과 연계될 여지도 있는 것으로 본다.

 

천안공장 임팩트분임조와 이천공장 도전분임조는 현장개선 부문에서 각각 대통령상 은상을 수상했다. 임팩트분임조는 판피린 충전공정을 대상으로 부적합품률 감소를 이끌어낸 사례를 발표했다. 액상 제형 충전 단계의 정밀도와 균일성을 높이면 제품 간 함량 편차, 용량 오류 등 품질 문제를 줄일 수 있고, 이는 곧 환자 안전과 직결된다. 제약 생산 라인에서는 이 공정의 안정화가 생산수율, 검수 비용, 리콜 리스크를 동시에 낮추는 핵심 변수로 여겨진다.

 

이천공장 도전분임조는 연고제 제조공정의 설비 정지시간 감소 성과로 대통령상 은상을 받았다. 연고제 생산은 점도, 혼합 균일성, 온도 관리 등 공정 변수가 많아 설비 튜닝과 유지보수가 까다롭다. 설비 정지시간을 줄이면 배치당 생산량 확대로 비용 경쟁력이 올라가고, 공급 안정성도 개선된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와의 위탁생산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안정적 가동률 확보는 국내 제조기지 유치에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동아제약은 올해 출전한 모든 분임조가 수상한 만큼 품질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대통령상 금상과 은상을 동시에 수상하면서, 품질분임조 활동이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연속적인 조직 역량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국가 단위 품질 경진대회 수상 이력은 향후 원료의약품, 완제의약품 글로벌 공급 협상에서 품질관리 수준을 설명하는 정량적 지표로 활용될 수 있어, 수출 확대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국가품질혁신경진대회가 산업 전반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제약 부문의 연이은 수상은 바이오 헬스 산업의 제조 품질 수준이 전통 제조업 수준으로 성숙해 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반도체, 자동차 등에서 축적된 품질분임조 노하우가 무균 제조, 설비 밸리데이션, 공정 분석기술 등이 중요한 제약 공정에 이식되면서, 의약품 생산의 재현성과 규제 대응력이 동시에 높아지는 구조다. 특히 글로벌 규제기관이 데이터 무결성과 공정 일관성을 엄격히 보는 흐름 속에서, 분임조 활동은 현장의 규제 컴플라이언스 준수 역량을 키우는 수단이 된다.

 

다만 디지털 헬스케어와 첨단 바이오의약품 등으로 산업 지형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기존 품질관리 체계를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제조 공정에 공정분석기술, 실시간 품질 모니터링, 데이터 인공지능 분석 등을 도입하려면 현장 분임조가 다루는 과제도 데이터 활용과 알고리즘 해석력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장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통적 분임조 활동과 최신 스마트 팩토리 기술의 결합 여부가 향후 국내 제약 제조 경쟁력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소비자의 건강한 삶을 지키는 제품 생산을 위해 앞으로도 품질 향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속적인 품질혁신을 통해 국내 제약산업 발전과 국가 품질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산업계는 이번 수상이 동아제약의 내부 혁신을 넘어, 제약 제조 현장 전반의 품질혁신 문화를 확산시키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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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제약#국가품질혁신경진대회#판피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