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스테이블코인 동맹 시동…아이티센글로벌 RWA로 확장 노린다
스테이블코인과 실물자산 토큰화가 결합한 한일 디지털 금융 협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아이티센글로벌이 일본 엔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JPYC와 손잡고 한일 스테이블코인 공동 연구 프로젝트 퓨처 파이낸스를 본격 가동한다. 일본의 제도화된 스테이블코인 규제 모델과 한국의 실물자산 기반 디지털 금융 구상이 맞물리면서, 아시아 디지털 자산 시장 재편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국경 간 결제, 자산 토큰화, 제도 정비를 동시에 견인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티센글로벌은 23일 JPYC와 함께 한일 스테이블코인 공동 연구 퓨처 파이낸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전날 부산에서 공식 킥오프를 진행했으며, 2026년을 기점으로 상용 서비스 전개에 나서는 단계별 로드맵을 확정했다. 지난해 체결한 업무협약이 단순 협력 선언을 넘어 구체적인 사업 설계와 기술 검증 단계로 진입한 셈이다.

양사는 이번 프로젝트를 세 단계로 구성했다. 우선 양국의 제도적 환경과 사업 구조를 정교화하는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실제 환경에 가까운 조건에서 스테이블코인과 실물자산 토큰을 검증하는 실증실험 POC를 거친 뒤, 대중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상용화 단계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기술과 제도 설계 측면에서는 일본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가 핵심 레퍼런스로 활용된다. 일본은 자금결제법 체계 아래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금융 인프라 안에 편입했다. JPYC는 이 구조 속에서 자금이동업 라이선스를 보유한 사업자로, 퍼블릭 블록체인 상에서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 중인 유일한 기업이다. 퍼블릭체인은 누구나 접근 가능한 개방형 블록체인을 뜻하며, JPYC는 이 위에서 발행·유통·정산 과정을 투명하게 기록하는 구조를 운영 중이다.
양사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구조 설계, 이용자 보호를 위한 규제 대응, 네트워크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무적 과제를 함께 풀어갈 예정이다. 여기에는 발행 자산의 실시간 증빙, 자금세탁방지 의무 준수, 국경 간 송금 규제 차이 조정 등 금융 인프라 수준의 쟁점이 포함된다. 특히 일본 쪽에서 이미 검증된 규제 모델과 실무 경험이 한국 시장에 어떻게 이식될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이 공동 연구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아이티сен글로벌은 일본형 스테이블코인 구조에 한국형 실물자산 토큰화 모델을 결합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한국금거래소의 현물 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케이골드 KGLD 사업과 향후 국내에서 논의될 원화 스테이블코인 연동 모델이 축을 이룬다. 금과 같은 실물자산을 블록체인 상의 토큰으로 발행해 소유권과 거래 이력을 디지털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실물자산 토큰화 RWA의 대표적인 응용 사례다.
이를 통해 엔화 스테이블코인과 금 기반 토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연계하는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 목표는 엔화 금 원화를 잇는 국경 간 결제 및 디지털 자산 거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 투자자가 엔화 스테이블코인으로 금 토큰을 매입하고, 이를 한국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유동화하는 식의 다국 통화·다국 자산 결제가 하나의 네트워크에서 이뤄지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이는 기존 국제 송금이나 금 거래에 비해 정산 속도와 비용 측면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협력은 BWB 2025 행사에서 제시된 대규모 실물자산 온체인화 비전과도 맞닿아 있다. 이상윤 한국금거래소디지털에셋 크레더 대표는 행사에서 50톤 규모 금의 온체인화를 목표로 하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온체인화는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 네트워크 상의 디지털 토큰 형태로 전환해 관리하는 과정을 뜻한다. 아이티센글로벌과 JPYC의 협력이 현실화되면, 이 금 토큰은 스테이블코인과 결합해 담보 대출, 파생 상품, 자산 관리 서비스 등 다양한 디지털 금융 상품으로 파생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아이티센글로벌은 국내에서 JPYC와 공식 파트너십을 맺은 유일한 기업으로, 한일 스테이블코인 협력의 허브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정기적인 공동 연구 세션 가운데 일부는 공개 형태로 운영해 국내 핀테크 기업, 금융회사, 규제기관 등과 논의하는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업계에서 축적된 기술·정책 논의가 제도 설계와 실무 지침으로 이어지도록 개방형 협력 구조를 택하는 셈이다.
이상윤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 기술 자체보다 서비스 모델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공동 연구의 목적은 단순한 기술 검증이 아니라 국내 디지털 자산 정책과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과정의 참고 모델이 될 만한 사업 구조를 제시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한일이 공유할 수 있는 실증 데이터와 운영 경험을 통해, 향후 규제 샌드박스나 정식 법제화 단계에서 활용 가능한 기준을 만드는 것이 목표로 제시됐다.
오카베 노리타카 JPYC 대표는 RWA와의 연계를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확장의 핵심 동력으로 평가했다. 그는 케이골드와 같은 실물자산 토큰이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와 연결될 경우, 결제·저축·투자·담보 대출을 아우르는 디지털 금융 네트워크가 양국을 중심으로 형성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JPYC가 지향하는 퍼블릭 체인 기반의 투명하고 안전한 운영 모델을 한국 시장과 공유함으로써, 규제 기관과 이용자 신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에서는 이미 자금결제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성격과 발행 주체, 준비금 관리 기준 등이 정리된 상황이다. JPYC는 이 구조 아래 지난 8월 일본 최초로 자금이동업 라이선스를 획득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초기 단계에서 미국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서클인터넷그룹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으며, 향후 3년 이내 발행 목표 금액을 10조 엔 수준으로 설정하고 사업을 확대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규제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일본 모델과의 비교 분석도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자산 관련 입법 논의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업계에서는 한일 공동 연구 과정에서 도출되는 발행 구조, 회계 처리, 소비자 보호 기준 등이 향후 한국형 스테이블코인 제도 설계에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엔화 스테이블코인과 금 토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서로 연동되는 사례가 실증될 경우, 국경 간 결제와 자산 운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산업계는 이번 한일 협력이 실제 금융 인프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