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사용료 통상압박에도 원칙 유지”…김종철, 플랫폼 규제 정면 돌파 예고
망사용료와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 규제 문제가 한국 통신·미디어 산업의 핵심 통상 변수로 부상한 가운데,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통상 압박에 굴하지 않고 국내 질서 유지 원칙을 분명히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빅테크 기업들의 로비와 무역 보복 경고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이용자 보호와 공정경쟁 체계를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규제와 통상 마찰이 맞물린 새로운 국면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종철 후보자는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망사용료, 인앱결제, 온라인 플랫폼 규제와 관련한 질문에 답하면서 “국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직간접적 수단을 동원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과 네트워크 사업자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도, 국제 통상 환경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질의를 진행한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가 국회에서 추진 중인 인앱결제 강제방지법, 망사용료 부과,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을 대표적인 비관세 무역 장벽으로 규정하고 보복 가능성을 언급한 점을 짚었다. 특히 국내 인터넷 트래픽의 약 30%를 차지하는 구글 유튜브가 망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심각한 불공정 거래 행위”라고 규정하며, 공정한 질서 확립 차원에서 적극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망사용료와 망중립성 이슈가 국내 인터넷 생태계와 글로벌 통상 규범이 교차하는 대표적인 난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망사용료와 망중립성 문제는 언론법학회에서도 지속적으로 논의돼 왔으나 국내 문제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통상 문제와 관련한 부분은 국가 차원의 종합적 전략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개별 규제기관 차원을 넘어 외교·산업·통상 정책이 결합된 통합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는 인식이다.
이어 김 후보자는 관계 부처 협업과 산업계 의견 수렴을 병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관계 부처들과 협력해 법의 원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안인 만큼 국내 산업계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 사업자와 국내 통신·콘텐츠·스타트업 생태계 사이에서 규제·부담의 형평성과 혁신 동력을 동시에 고려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김우영 의원은 국제 통상 환경이 불리하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유연한 태도를 취할 경우, 규범 경쟁에서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드러냈다. 그는 “국제 환경이 불리하다고 타협적인 자세를 취하면 결국 굴복만 남는다”고 지적하며, 통상 압박에 대한 보다 강경한 대응을 당부했다. 업계에서는 미국과 유럽이 자국 기술 기업 보호와 데이터 주권을 명분으로 역차별 논란을 자초하고 있는 만큼, 한국 역시 국내 시장의 공정성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온라인 플랫폼의 불법·유해 정보 책임 강화를 둘러싼 논의도 함께 제기됐다. 김 의원은 프랑스 당국이 메신저 플랫폼 텔레그램의 대표 파벨 두로프를 체포한 사례를 언급하며, 마약 밀매, 아동 성범죄, 자금 세탁 등 범죄가 온라인 플랫폼과 결합할 때 국가가 어느 수준까지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에 대한 해외 흐름을 상기시켰다. 프랑스 사례는 빅테크 플랫폼이 단순한 기술 제공자가 아니라, 실질적인 정보 유통 인프라로서 법적 책임 범위가 확대되는 방향을 상징한다는 평가다.
김 의원은 한국에서도 2023년을 전후해 딥페이크 성범죄 문제가 주요 인권 침해 이슈로 부상한 점을 지적했다. 인공지능 기반 영상 합성 기술이 음란물, 보복 포르노, 초상권 침해 등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디지털 성범죄 대응 체계의 정교화가 시급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내 국제협력과와 불법·유해정보 대응 조직이 보다 적극적인 사전 감시와 사후 신속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이용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거듭 밝혔다. 그는 “지적에 깊이 공감한다”며 “방미통위의 과업은 안전하고 자유로운 미디어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공정한 질서를 수립하고 이용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플랫폼의 혁신성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되, 이용자 피해와 범죄로 이어지는 영역에서는 강력한 규제와 집행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특히 마약과 아동 성범죄, 조직적 불법 정보 유통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 후보자는 “마약과 아동 성범죄 등 중대한 불법 정보 유통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입각해 철저히 발본색원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 범위 확대와 함께, 기술 기반 추적·차단 시스템 고도화, 해외 기관과의 공조 강화 등이 병행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공식 출범하면, 글로벌 플랫폼 규제와 통상 마찰이 중첩된 과제가 본격적으로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망사용료 제도 설계, 인앱결제 강제 방지 규율,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 법제는 모두 IT·콘텐츠 산업의 사업모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이슈이자, 미국·유럽과의 규범 경쟁 축을 형성하는 분야다. 산업계는 김종철 후보자가 제시한 원칙과 무관용 기조가 향후 구체적인 정책과 집행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눈여겨보고 있다. 결국 기술과 통상, 규제와 산업육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디지털 경제 구조 재편의 관건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