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34 상승 마감…FOMC 경계 속 산타 랠리 기대에 외국인·IT주 강세
코스피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를 앞둔 경계 심리에도 불구하고 연말 산타 랠리 기대가 부각되며 1대 상승 마감했다. 투자자들이 미국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위험자산 선호가 살아나 국내 증시의 단기 반등 흐름을 자극했다. 전문가들은 관망과 저점 매수 심리가 공존하는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어 향후 금리와 물가 지표에 따른 변동성 확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4.80포인트1.34 오른 4,154.85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장 대비 9.20포인트0.22 높은 4,109.25에서 출발한 뒤 장 초반 박스권 등락을 이어가다가, 오전 11시 20분께부터 상승 쪽으로 방향을 잡으며 우상향 흐름을 나타냈다. 장중 방향성을 탐색하던 국내 증시는 외국인 매수 전환과 대형 기술주 강세가 맞물리며 장 마감 방향을 위로 정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9원 내린 1,466.9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소폭 하락하며 원화 강세가 나타난 가운데, 주식시장에서는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는 모습이 관측됐다. 환율과 주식시장이 동반 안정세를 보이면서 외국인 수급 유입에도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급 측면에서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3,213억 원을 순매수해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3,429억 원, 307억 원을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외국인은 장중 매매 방향을 바꿔 매수 우위로 전환한 반면, 개인은 순매수에서 순매도로 돌아서 수급 주체 간 상반된 대응이 뚜렷했다. 코스피선물시장에서는 기관이 2,865억 원을 순매수했고,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390억 원, 2,686억 원을 순매도해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기관이 매수 우위를 보였다.
해외 증시는 FOMC를 앞둔 관망 기조 속에 제한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04.05포인트0.22 오른 47,954.99에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S&P 500 지수는 13.28포인트0.19 상승한 6,870.40, 나스닥종합지수는 72.99포인트0.31 오른 23,578.13에 거래를 마감했다. 미국 9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시장 예상 범위 안에서 발표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는 다소 진정됐지만, FOMC 결과를 지켜보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해 미국 3대 지수는 강보합권에 그쳤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증시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장 초반 코스피는 미 기준금리 향방을 지켜보려는 관망세가 우세해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 참가자들이 이달 중 미국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점차 무게를 두면서 연말·연초에 주가가 오르는 이른바 산타 랠리 기대가 확대됐고, 성장주와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며 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위험을 감수하려는 저점 매수 자금과 변수 확인을 원하는 보수적 대기 자금이 공존하는 모습이다.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주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삼성전자는 장중 11만 원선을 한때 상향 돌파한 뒤 차익 매물이 출회됐으나, 전 거래일 대비 1.01 오른 10만9,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SK하이닉스는 장 초반 약세를 보이다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상승 전환에 성공해 6.07 급등한 57만7,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와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수요가 맞물리면서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선호가 다시 살아난 양상이다.
기타 대형주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은 5.99 오르며 강세를 나타냈고, 현대차와 기아도 각각 0.16, 1.62 상승 마감했다. 2차전지와 자동차 등 수출주 전반에 매수세가 유입되며 지수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0.73 하락했고, 두산에너빌리티와 KB금융은 각각 4.48, 2.14 떨어지며 일부 업종에서는 차익 실현과 경계 매도가 나타났다. 경기 방어주와 금융, 일부 설비투자 관련 종목군에는 부담이 작용한 셈이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 업종이 2.86 오르며 시장을 견인했다. 금속 2.64, 운송장비·부품 2.20 업종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반면 기계·장비 업종은 2.20 하락했고, 보험 2.49, 의료·정밀기기 1.94 업종도 약세를 기록해 업종 간 차별화가 두드러졌다. 성장주와 기술주, 수출 관련주에 매수세가 집중된 반면, 방어주와 금융주는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양극화 장세가 나타났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FOMC 회의를 앞둔 관망 심리와 연말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코스피가 조심스럽게 상승 방향성을 찾아갔다고 평가했다. 한 연구원은 당분간 위험을 감수하려는 저점 매수 심리와 불확실성을 확인하고자 하는 관망세가 공존하며 강보합 흐름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금리 인하 시점과 추가 인플레이션 지표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추세적인 상방 돌파보다는 박스권 내 상단 테스트가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코스닥 시장도 강보합권에서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05포인트0.33 오른 927.79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시작가 기준 전장 대비 3.78포인트0.41 상승한 928.52에서 출발해 장중 등락을 반복한 끝에 소폭 상승세를 유지했다. 대형 성장주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코스닥 역시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흐름을 보였다.
코스닥에서는 외국인이 3,826억 원을 순매수해 수급 주도권을 쥐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1,440억 원, 1,890억 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에서 동반 매수에 나서며 성장주 위주의 위험자산 선호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외국인 수급이 중소형 성장주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코스피 이전상장을 결정한 알테오젠은 상장 이전 기대감에도 변동 폭은 제한적이었고, 전 거래일보다 0.33 오른 45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차전지 관련주에서는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가 차기 대장주 후보로 거론되며 시장의 눈길을 끌었다. 에코프로비엠은 8.52, 에코프로는 21.26 급등해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로봇 관련주 레인보우로보틱스도 1.60 상승 마감하며 최근 이어진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바이오주에서는 에이비엘바이오가 1.99, 리가켐바이오가 1.35 하락해 약세를 기록했다. 고금리·고변동성 환경에서 실적 가시성이 낮은 바이오주는 여전히 수급 부담을 받고 있다는 평가다. 성장 업종 내에서도 실적과 수급 모멘텀에 따라 종목별 차별화가 심화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은 15조1,169억 원, 코스닥 시장 거래대금은 11조7,309억 원으로 집계됐다. FOMC를 앞둔 관망 기조에도 불구하고 양 시장 합산 20조 원을 훌쩍 넘는 비교적 활발한 매매가 이어진 셈이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의 프리마켓과 메인마켓을 합산한 거래대금은 8조6,837억 원으로 파악돼, 새로운 거래 플랫폼에서도 유동성이 꾸준히 확보되는 흐름이 관측됐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발표될 FOMC 결과와 금리 인하 시점,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지표가 국내 증시 단기 방향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히고 있다. 연말로 갈수록 산타 랠리 기대가 유지되고 있지만, 증권가는 금리와 경기 지표 등 대외 변수에 따라 변동성이 언제든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저점 매수와 관망 전략이 병행되는 현재 국면에서 투자자들은 미국 통화정책과 글로벌 경기 흐름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당국과 시장의 시선은 향후 FOMC 회의 결과와 주요 거시 지표 발표에 한동안 집중될 전망이다.
